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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18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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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우리말 18 날개

 

다리밑에 줄지은 비둘기를 보았습니다. 벼랑에서 바위를 타는 염소가 이 같은 모습일까 싶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라면 비둘기가 아슬아슬하게 다리밑 틈바구니에 깃들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에 앉는 비둘기라면 가만가만 노래하다가 훌쩍 날아서 다른 나무에 앉고, 하늘을 부드러이 가로지릅니다. 대구는 서울보다 작아도, 비둘기한테 그리 살갑지 않습니다. 서울도 비둘기한테는 사근사근하지 않겠지요. 나무도 숲도 먼 이 커다란 고장에 비둘기는 어쩐 일인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먼 옛날에는 대구도 서울도 숲이었기에, 비둘기는 숲이던 이 터를 잊지 못 하는 듯싶습니다. 일이 바빠 책 한 자락 읽을 틈조차 없었습니다. 버겁고 바쁘던 일을 매듭지으면, 이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책마실도 다닐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날개를 활짝 펴고서 온하루를 훨훨 누비고 싶습니다.

 

2024. 3. 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