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9 허탕
뭔가 빠진 듯한 하루하루가 흐른다. 비가 오는 날 자동차를 씻었다고 하면 뒷불을 갈아 주기로 한 곳이 있는데, 어쩐지 헛걸음만 했다. 하루도 아닌 이틀째 헛길이다. 손수 뒷불을 갈지 못 하니 어쩌지 못 한다. 잔뜩 불을 내 본들 나 혼자 괴롭다. 좀 걸어 보자고 생각하면서 냇길을 따라서 천천히 마을책집으로 간다. 처음 닿은 곳은 안 열었다. 그러네 하고 두리번하다가 다른 책집으로 간다. 아기를 돌보는 젊은 책집지기가 일하는 곳은 열었다. 반갑게 절을 하면서 들어간다. 책도 책일 테지만, 숨을 돌리고 마음을 고른다. 얼마 앞서 미끄러진 일을 떠올린다. 어디에 글을 좀 냈는데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헛물을 켰고, 올해에도 헛바람만 마신다. 새해에 다시 내 볼까? 이듬해에도 또 떨어지면? 헛발에 헛일에 허탕만 자꾸 치면? 그러면 다다음해에 새로 내도 되겠지. 네 해 다섯 해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
2024.03.1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