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한 곱 한살이 애벌레 어른벌레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57쪽부터 5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57쪽 왼쪽에 있는 그림에 보면 ‘한100곱’, ‘한200곱’이 나옵니다. 이 말은 얼른 봐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약 100배’, ‘약 200배’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이런 쉬운 말이 있는지도 몰라서 못 썼다고 해도 앞으로는 ‘한 몇 곱’이라는 말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월(문장)에 ‘소고기, 송어, 돼지고기, 가재, 게, 생선’ 다음에 나오는 ‘들’은 요즘 쓰는 ‘등’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알려 드렸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다음 월인 “물은 어떻게 해서 먹어야 할가”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쓰는 ‘까’가 아니라 ‘가’를 쓴 것이 좀 낯설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뒷간에 갔다 올 때, 밥 먹기 전, 밖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에서 ‘뒷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두루치기'입니다. '두루치기'하면 먹는 게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그 두루치기가 아니랍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경운기 한 대를 동네 사람들이 두루치기로 몰고 다녔다."는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의 뜻이 있다고 하고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나무랐지만 실상은 모임에 빠진 학생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풀이에 "그는 농사,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두루치기다."를 보기월로 보였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경운기 한 대를 두루치기로 여기저기에 몰고 다녔다."는 월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둘째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잘하고 능숙함. 또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2] 사마귀 고개에서 사마귀를 자주 보았다. 흙빛이 도는 사마귀는 땅바닥에 떨어진 지푸라기와 섞여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고 풀빛 사마귀는 쉽게 띈다. 나는 사마귀를 만날 적마다 무서워서 비껴갔다. 사마귀가 가만히 있는데도 싫었다. 사마귀는 느릿하게 갈 듯 말 듯 걷는다. 큰 눈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뱀 닮은 세모라서 무서웠다. 앞발은 톱니 칼날 같아 손을 꽉 깨물 듯하다. 학교에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에 고개서 한숨 돌린다. 고개에서 사마귀를 만나면 동무들은 장난을 친다. 손하고 발이나 팔꿈치에 사마귀가 난 아이는 제 살점을 손톱으로 뜯는다. 살점을 작은 돌에 얹고 그 위에 또 떼서 놓는다. 아주 작은 돌탑으로 돌부리보다 적어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시침 떼고 앉아 있으면 막 재를 넘는 아이가 돌을 차면 손뼉치며 소리지르며 좋아했다. 제 몸에 난 사마귀가 그 동무한테 옮겨간다고 여겼다. 그리고 머스마들은 사마귀 목덜미를 잡고 몸에 난 사마귀를 뜯어 먹게 했다. 사마귀를 옮는다는 말에 사마귀 곁에 얼씬도 안 했다. 사마귀 몸이 메뚜기처럼 딱딱한데 배는 부드럽고 무겁다. 새끼를 뱄을까. 몸집 두 곱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1] 보리 보리가 누렇게 익어간다. 마을을 벗어나 재를 넘으면 산비탈에 보리밭이 있었다. 새싹이 한 뼘쯤 올라오면 학교 오가는 길에 보리를 밟았다. 밟으면 보리에 좋다고 해서 좋아라고 밟는다. 우리가 뭉개듯 밟아도 참말로 자랄까 궁금했다. 우리가 밟은 보리가 무릎까지 자랐다. 학교 오가는 길에 뒤가 마려우면 하나둘 보리밭에 이랑에 들어갔다. 보리밭이 길가에 있어 아이들이 지나가면 몸을 숨기고 뒷일을 봤다. 우리 집은 땅이 얼마 없어서 보리를 얼마 뿌리지 못했다. 보리를 밟으면 좋다고 하면서도 우리 보리를 밟지 않고 어머니도 남일이 바빠 보리를 밟지 않았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마늘 캘 무렵이면 보리를 벤다. 어머니는 도리깨질로 두들기며 털고 꼰 새끼줄에 동여매서 털기도 했다. 우리 집은 쌀보리를 하지 않고 굵고 거친 겉보리를 먹었다. 보리가 야물어서 물에 불린 뒤 삶는다. 삶은 보리쌀을 건져 놓고 밥을 할 적마다 밑에 깔고 쌀을 한 줌씩 얹어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벼는 오월에 심어 가을에 거두는데 보리는 가을에 심어 유월에 거두네. 마늘은 비닐이라도 덮는데 보리는 추운 땅에서 겨울을 나자면 뿌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40] 잔대 우리 마을 멧골이 잔디밭이다. 마을로 잇는 여러 등성이 골골에 마을사람이 다녔다. 풀이 자라고 잔디를 소한테 먹이고 낫으로 베어서 땔감을 했다. 멧골에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잔디가 살고 우리는 소 먹이러 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잔디 가까이 잔디보다 잎이 넓은 풀이 자랐다. 노란꽃을 피우는 잔대가 있는데, 우리는 ‘짠대’라 한다. 쪼그리고 앉아 잔대를 캔다. 호미를 안 갖고 간 날에는 손으로 흙을 팠다. 뿌리에 붙은 모래흙이 잘 털렸다. 뿌리가 까맣다. 깎거나 훑어낸 뒤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가끔 잔대를 캐서 먹지만 일하느라 캐고 먹을 틈이 없다. 잔대는 소 먹이러 가면 누리는 우리 새참이다. 배불리 먹지는 못해도 몇 뿌리 캐서 씹으면 씹을수록 뿌리맛이 달콤하다. 내 혀는 어린 날 먹은 잔대를 떠올릴지 모른다. 이제 잔디가 사라졌다. 민둥산에 더는 나무를 베지 않아 나무가 자라고 햇볕을 쬐지 못한 잔디가 많이 사라졌다. 산등성이 모두가 잔디밭이었으나, 이제는 무덤에서나 본다. 내가 들녘을 좋아하는 까닭이 어쩌면 우리 마을 온 등성이를 잔뜩 덮은 잔디밭에서 뒹굴며 놀아서인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어제는 아침부터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더위가 좀 덜했습니다. 하지만 한낮이 지나서는 바람이 불어도 시원한 바람이 아니었답니다.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제가 있는 곳에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지요. 배때끝(학기말) 일거리가 하나씩 줄어 드는 것을 보니 여름 말미가 되어 가는가 봅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된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여 더럽혀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안 보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빨래나 설거지 따위를 해서 더러워진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이 물은 된물이나 쓰지 말고 버리도록 해라."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견주어 보니 저는 뒤의 풀이가 더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빨래나 설거지 말고도 다른 무엇에 물을 쓰고 나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자주 보셨을 수 있는 말이자 길을 가다보면 길바닥에 동그란 쇠에 적혀 있는 '오수(汚水)'라는 한자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수'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무엇을 씻거나 빨거나 하여 더러워진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14-여우비 오란비는 끝이 났는지 무더위가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까지 더해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은 요즘입니다. 곧 입마개를 벗고 나날살이(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여우비'입니다. 노래 이름인 '여우비'는 '볕이 나 있는 날 아주 짧게 오다가 그치는 비'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비라도 내리면 불같은 햇볕에 데워진 땅이 좀 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라는 극의 벼름소노래(주제곡)로 지(G). 고릴라 님이 노랫말을 짓고 가락을 붙여 이선희 님이 불렀습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심장' '당신', '한심스럽고', '잠시'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사랑을 몰라서 더 가까이 못 간다'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 아픔이 무뎌지는 날이 언제 올까'와 같은 노랫말이 알맹이(내용)을 잘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1. 막말잔치 어릴 적에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옛말을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가 이 옛말을 알아듣기에는 어려울 만해요. 그러나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면 “바람이 살랑 분다”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는 결이 다르니, 아 다르고 어 다른 까닭을 어렴풋이 헤아릴 만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말맛’입니다. 말끝을 살짝 바꾸면서 말맛이 바뀌어요. 다시 말하자면 말끝마다 말결이 달라 말맛이 다릅니다. 말끝을 바꾸기에 말결이 새롭고 말맛이 살아나면서 말멋까지 생길 수 있어요. 말잔치 : 말로만 듣기 좋게 떠벌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막말 : 1.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 막소리 말을 둘러싼 두 가지 낱말을 헤아려 봅니다. 먼저 ‘말잔치’입니다. 말잔치를 한다고 할 적에는 말로 즐거운 잔치가 아니라 떠벌이기를 가리켜요. ‘잔치’라는 말이 붙는데 뜻은 딴판이지요. 다음으로 ‘막말’을 헤아리면, 마구 하는 말이기에 줄여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6-하면 할수록...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어제는 참 더웠지? 낮밥을 먹고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수레에 탔는데 숨이 턱 막히더구나. 얼른 찬바람을 틀었지만 시원해질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했지. 더위를 식히려고 틀어 대는 찬바람틀(에어컨)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숨씨(공기)를 얼마나 더 데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게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으니 찬바람틀이 있다는 게 참 고마웠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하면 할수록 더 할 수 있다."야. 이 말씀은 영국의 수필가 윌리엄 헤즐럿 님이 하신 말씀인데 흔히 말하는 '하면 된다'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할수록 더 못하게 된다는 것은 겪어 봐서 알 거야. 줄넘기를 처음 배울 때를 떠올려 보렴. 한 셈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지만 자꾸 하다보니 어느새 여러 셈을 넘을 수 있게 되었지. 그것을 자꾸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넘을 수 있게 되었던 걸 말이야. 하기 싫거나 안 하고 싶은 핑계를 찾으면 끝이 없지. 핑계를 대면 댈수록 더 핑계 거리는 늘어나게 되거든. 하고 싶은 일 또는 해야 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6] 질그릇 우리 어머니는 장터에서 자랐다. 외할아버지가 시장에서 질그릇(옹기) 장사를 했다. 우리 마을에서 재를 하나 넘어 서너 마을에 있는 저잣판이다. 질그릇은 전쟁이 일어나자 더 잘 팔렸다. 물이며 된장이며 똥물이며 담는 그릇이 모두 질그릇이다. 전쟁으로 살림을 다 짜들었기에 질그릇만큼은 바로 써야 하기에 불티났다. 외할아버지가 총각 때 삼촌 밑에서 크며 질그릇 솜씨를 배웠다. 그때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는 데리고 온 아이가 있어 외할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새 장가를 보냈다. 두 여자가 한집에 사니 살림이 시끄럽고 장사도 잘 안 풀렸다. 질그릇을 잘못 구워 하얗게 되어 깨뜨리기를 거듭하자 외할아버지는 노름에도 손을 대고 천천히 무너졌다. 맏딸인 우리 어머니가 공장에서 일하고 설 쇠러 왔다가 외할아버지가 시집을 보냈다. 어머니 입 하나 덜어 보려고 아무데나 짝을 맺어주었다. 질그릇을 파는 집 딸이면서도 우리 집에는 단지가 몇 없었다.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엉망이 된 삶이 떠오를까 질그릇을 장만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집이 기울어 질그릇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