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9. 책숲마실 제가 어릴 적에는 어디를 갈 적에 그냥 ‘간다(가다)’고 했습니다. 그저 갈 뿐이었어요. 옆집에 가든 아랫집에 가든 동무가 사는 집에 가든 늘 간다고 했어요. 배움터에도 가고 저잣거리에도 가며 작은아버지네에도 그저 갔습니다. 책집에도 가며 가게에도 가고 기차나루에도 갔지요. 좋아하는 곳이 따로 있어서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저뿐 아니라 둘레에서도 하나같이 ‘간다’고 했고, ‘가자’고 했으며, ‘갈까’ 하고 물었어요. 때로는 ‘찾아가다’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여행’이나 ‘산책’ 같은 한자말을 쓰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여행·산책’ 같은 말을 곳곳에서 쓰며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쩍 줄어요. 그러고 보면 “바람을 쐰다”고도 으레 말했지만, 이 말도 어느새 자취를 감춥니다. 저는 책집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책집을 퍽 자주 갔습니다. 책집을 자주 가니 ‘드나든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고, ‘쏘다닌다’라든지 ‘들락거린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덧게비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덧게비'입니다. 이 말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이미 있는 것 위에 필요 없이 다른 것을 겹쳐 대거나 보태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수는 기름과 땀과 때가 덧게비를 이룬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계곡물 속에 몸을 던졌다."를 보기월로 들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미 있는 것에 덧대거나 덧보탬. 또는 그런 일이나 물건'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보기월은 없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놓고 볼 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있는 '필요 없이'라는 풀이를 더하면 뜻이 더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처럼 '일이나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덧게비: 이미 있는 것 위에 꼭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닌데(쓸데 없이) 다른 것을 겹쳐 대거나 보태는 일이나 몬(물건) 저는 이 말을 보니 오랫동안 씻지 못해서 먼지와 얼룩이 덧게비가 된 제 수레가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덧게비'를 보시고 어떤 일이나 몬(물건)이 떠오르시는지요?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갓 지은 밥내음이 가득하다. 주걱으로 밥을 한쪽으로 살살 걷고 누룽지를 푼다. 다시 밥을 누룽지 걷은 자리에 물리고 남은 누룽지를 걷는다. 막 걷어낸 누룽지가 김이 날아가자 꾸덕꾸덕하다. 나는 누룽지를 먹으려고 쌀을 조금 더 안친다. 어린날 아침저녁으로 부엌창(봉창)에 서로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가 가마솥에 불을 때면 솥뚜껑 틈으로 쏴아 쎄에 하고 김이 뿜는다. 이윽고 뜸이 들면 먼저 맡은 나는 문턱에 두 팔을 얹고 손을 내민다. 뒤에 온 작은오빠와 동생이 내 등 위에 꾸부정하게 목을 빼고 손을 내민다. 엄마는 가마솥 손잡이를 행주로 잡고 솥뚜껑을 열면 김이 손 가득 빠져나온다. 보리밥 가운데에 한 줌 얹은 쌀밥을 섞는다. 어떤 날은 노란 좁쌀로 밥을 짓는다. 엄마는 도시락을 먼저 담고 밥을 퍼서 부뚜막에 둔다. 그리고 누룽지를 긁는다. 둥그런 쇠주걱으로 긁다가 부뚜막에 발을 올리고 긁는다. 누룽지가 빳빳해서 납작하게 나오는 날도 있고 질어서 엄마가 손에 얹어 꼭꼭 말면 주먹밥처럼 준다. 엄마는 먼저 손 내민 나부터 준다. 셋이 똑같이 하나씩 준다. 누룽지를 받아들면 부엌창을 닫고 아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3] 날나무 어릴 적에는 쓰려지거나 마른 나무는 멧골에서 보지 못했다. 나무가 자라기 무섭게 도끼나 낫으로 날나무를 남김없이 벤다. 벤 자리가 뾰족해서 다친 적이 있다. 열한 살 적에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멧골을 넘다가 발이 찔렸다. 학교에서 집 사이에 있는 마을에 고모 집이 있다. 사촌하고 놀다가 고모가 일러 준 멧골을 넘었다. 빨리 가려고 폴짝폴짝 뛰며 비껴가다가 가랑잎에 덮인 밑둥을 밟았다. 나는 흰 고무신을 신었다. 뾰족한 나무가 고무신을 뚫고 발을 푹 찔렸다. 피가 멈추지 않아 피범벅이 되었다. 닦을 천도 없었다. 가방에서 두툼한 일기장을 꺼냈다. 일기장은 찢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도 어쩌지 못했다. 일기장을 뜯고 뜯어 피를 닦았다. 산에서 내려가고 논을 가로질러야 길이 나오는데 길을 바라보아도 아이들이 안 보인다. 고모 집에서 가운데쯤 왔는데 고모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겠고 나는 혼자서 엉엉 울면서 쩔쩔맨다. 너무나 아팠다. 파인 속살을 보니 더 아프다. 그러나 나는 발보다 일기장을 찢은 일이 더 아프다. 나는 일기를 날마다 썼다. 날씨를 적고 밥 먹고 학교 다녀온 일만 적었지만, 아까웠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불날 이레말 7 '-적' 없애야 말 된다 : 논리적 논리적 사고 → 틀에 맞는 생각 / 앞뒤가 맞는 생각 / 올바른 생각 논리적 추리 → 앞뒤를 살피는 생각 / 앞뒤에 맞춰 미루어 보기 논리적 근거를 대다 → 길에 맞게 까닭을 대다 / 빈틈없이 까닭을 대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다 → 곰곰이 생각하다 / 올바르게 생각하다 논리적으로 판단하다 → 가만히 헤아리다 / 빈틈없이 살피다 논리적인 사람이다 → 찬찬한 사람이다 / 꼼꼼한 사람이다 ‘논리적(論理的)’은 “1. 논리에 맞는 2. 사고나 추리에 능란한”을 가리키고, ‘논리(論理)’는 “1.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2. 사물 속에 있는 이치. 또는 사물끼리의 법칙적인 연관”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자말 ‘논리’를…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49 덤거리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덤거리'입니다. 이 말을 처음 보는 사람도 우리가 무엇을 살 때 얹어서 주는 것을 가리키는 '덤'과 아랑곳한 말이지 않을까 어림을 할 수 있지 싶습니다. 어림한 것과 같이 이 말은 본디 '덤으로 얻은 젓갈'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도 쓴답니다. 이런 뜻이 덧나게 된 까닭과 아랑곳한 다음과 같은 풀이가 있습니다. 옛날에 산골로 돌아다니며 새우젓을 파는 새우젓 장수의 등짐은 반드시 두 개의 젓통으로 되어 있었다. 대개 양철통인데, 그 하나는 다른 하나에 비겨 녹슬고 낡아 있게 마련이다. 그 녹슨 통을 덤통이라 한다. 덤통에 비하여 겉보기에도 나은 통을 알통이라고 불렀다. 알통에 담은 젓갈은 새우가 형태를 지닌 상품이고, 덤통에 담은 젓갈은 새우의 형태가 이지러진 약간의 하품과 젓국물이 듬뿍 들어 있다. 정상적인 거래는 알통젓으로 하고, 덤통젓은 덤으로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돈으로 산 젓갈을 알젓이라 하고, 덤으로 얻은 젓갈을 덤거리라 했다. 이로부터 시원찮고 뼈대없이 구는 사람을 '덤통에서 나온 놈' 또는 '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부리다 부릉부릉 움직이는 분은 으레 부릉이가 다니는 길을 잘 압니다. 늘 다니다 보니 어느 때에 막히거나 뚫리는가에 환합니다. 땀흘려 발판을 굴리는 달림이(자전거)를 타다 보면 달리는 길이 눈에 익고 골목이나 나무그늘을 눈여겨보기 마련입니다. 사뿐사뿐 걷는 몸짓이라면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면서 이웃이 누리는 삶뿐 아니라 햇살이 퍼지는 곳이며 풀벌레하고 벌나비가 깃드는 터전을 새삼스레 보듬는 눈빛이 될 만해요. 어른이 되면 놀기보다 일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놀이하고 일이란 무엇일까요? 몸을 어떻게 쓸 적에 놀이랑 일로 갈릴까요? 돈을 버는 길이라면 돈벌이일 뿐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살림을 즐겁게 짓는 몸짓으로 흐르는 길이기에 비로소 ‘일’이란 이름을 붙이고, 삶을 기쁘게 노래하는 몸짓으로 나아가는 하루이기에 ‘놀이’가 되리라 봅니다. 즐겁게 이끌기에 일입니다. 신나게 보듬기에 놀이예요. 알뜰히 부리거나 다스리기에 일이요, 살가이 건사하거나 마음을 쓰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1] 빵떡 작은딸하고 장갑을 한 짝씩 끼고 빵을 뜯는다. 먹기 알맞게 자르려다 깜빡했다. 크림이 밀리고 녹두가 들었다. 내가 중학교 갓 들어갔을 적에 먹던 빵하고 맛은 다르지만, 딸하고 함께 뜯어먹으니 그때 먹던 빵이 생각난다. 나와 나이가 같은 숙이하고 두 살 많은 숙이 언니하고 셋이서 살림(자취)를 했다. 중학교 삼학년인 작은 오빠가 아침 일찍 잠이 덜 깬 얼굴로 찾아왔다. 아침에 따르릉 소리가 울리면 골목에 나간다. 오빠는 어머니가 보낸 빵떡을 건네준다. 우리는 ‘잘 먹어’라는 말도 ‘잘 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뚜껑을 열면 빵이 따뜻하고 단내가 난다. 까맣게 타도 반질반질 기름이 돈다. 엄마는 나한테 보내려고 막걸리에 소다와 밀가루를 섞어 하룻밤 재운다. 아침이면 반죽이 부드럽게 부푼다. 어머니는 손으로 반죽을 뜯어 불판에 담는다. 노란 곤로를 올리고 성냥불을 붙이고 후하고 불면 심지에 빙 돌아가며 불을 이내 붙인다. 그리고 손잡이를 두 쪽 옆으로 왔다갔다 움직여 홈에 딱 맞게 끼운다. 심지를 많이 올리면 시커멓게 자꾸 올라와 불판을 다 그을린다. 심지가 기름에 촉촉하게 젖으면 파란불이 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댓돌에 놓은 호미 한 자루를 본다. 흙이 묻은 호미가 날카롭다. 풀을 휙 긁기만 해도 그대로 잘릴 듯하다. 어린 날 갖고 놀던 호미와 닮았다. 우리 집 호미를 보면 아버지 호미와 어머니 호미가 다르다. 아버지 호미는 크고 끝이 뾰족하고 쇠가 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쓰던 호미를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아버지 호미보다 작은 호미를 쓴다. 나는 어머니가 쓰던 많이 닳아 뭉텅한 호미를 쓴다. 온집안이 호미를 하나씩 맡아 마늘을 캤다. 대를 하나씩 잡고 뿌리를 콕 내리찍으면 뽑힌다. 마늘에 호미가 찍혀 반 잘리고도 하고 대만 떨어지기도 한다. 호미가 뭉텅하고 작아 깊이 파지 못하니, 돕다가 마늘만 망친다. 그래도 우리는 엎드려 마늘을 캤다. 흙을 쪼다가 흙에 들리지 않아 나무 손잡이가 빠지면서 뒤로 넘어지기도 한다. 다시 나무 손잡이에 쇠를 끼우고 돌에 탁탁 치면 잘 들어간다. 한둘 빠지면 나무 손잡이에 끼워도 흔들거린다. 호미로 감자도 캐고 고구마도 캤다. 감자를 쪼고 고구마도 부러진다. 어쩌다가 김(풀)을 매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워낙 쉬지 않고 일을 하여 다른 집 아이들에 대면 밭매기는 흉내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0-우리가 하는 일은...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또 달이름이 바뀌었구나. 들여름달에서 온여름달이 된 첫날인 어제 한낮에는 찬바람을 절로 찾게 되더라. 더위와 함께 땀이 자주 많이 흐르는 사람들은 그 만큼 더 힘이 들기 마련이니 나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단다. 올해도 땀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지.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우리가 하는 일은 바다에 떨어뜨리는 한 방울의 물보다 하찮은 것이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다면 바다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야. 이 말씀은 사랑의 고수련(간호)으로 온 누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마더 테레사 님께서 남기신 말씀이야. '테레사 수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너희들도 그렇게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 말을 얼른 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는 일이 참 보잘 것 없는 것임을 나타내는 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싶어. 하지만 흔히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살기 쉽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저마다 맡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한 만큼 누리(세상)이 살기가 어려워지니까 한 사람 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