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눈비음 #겉치레 #겉치장 #허식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34 눈비음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눈비음'입니다. 이 말은 '남의 눈에 들려고 겉으로만 꾸미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말집(사전)에는 없지만 이 말의 짜임이 '눈+비음'이고 '비음'은 꾸미다는 뜻을 가진 '비ㅿ-(반치음 아래 ㅡ)다'의 이름씨꼴에서 'ㅿ'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어림된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풀이를 보고 나면 앞서 '설빔'을 풀이할 때 '설비음'이 줄어서 '설빔'이 된 거라는 것을 알려 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생각이 나시는 분도 많지 싶습니다. 그러면 '눈비음'은 '눈빔'으로도 쓸 수 있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그리고 뜻풀이에 나온 '겉으로만 꾸미는 일'을 뜻하는 '겉치레', '눈치레'는 말과도 비슷한 말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집(사전)에는 그런 풀이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겉치장'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허식'이라는 말도 가끔 쓰는데 '눈비음'이라는 말도 알고 있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6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잘못 옮긴 이름이 퍼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풀 가운데 ‘며느리배꼽’하고 ‘며느리밑씻개’가 있습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숱한 이야기가 있기에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의 밑씻개(ママコノシリヌグイ)’ 같은 이름을 쓸는지 모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굳이 ‘며느리밑씻개’로 쓸 까닭이 없고, 이 풀과 비슷하면서 다른 풀을 놓고 ‘며느리배꼽’으로 쓸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나라에 없던 일본 풀이름인 만큼 억지스레 ‘며느리가 밑을 씻는 이야기’라든지 ‘며느리 배꼽하고 얽힌 이야기’를 지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오랜 나날 이 땅에서 흙을 일구고 살면서 숱한 풀에 다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 풀꽃님(식물학자)이 붙인 풀이름을 따서 ‘며느리배꼽’처럼 쓸 까닭이 없이 ‘사광이풀’이나 ‘참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고이 물려받아서 쓰면 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3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최아록 샨티 2020.11.25.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최아록, 샨티, 2020)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날은 어버이한테서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을 물려받는 때가 아닌, 누리그물에서 이모저모 스스로 그때그때 찾아서 보는 때인 만큼,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길도 글이나 책으로 만나겠네 싶어요. 책 한 자락입니다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곧장 배울 뿐 아니라 훨씬 깊고 넓게 익힐 만한 젖물림입니다. 어머니가 아기한테 ‘밥을 먹이는’ 살림을 놓고 ‘젖먹이기’나 ‘젖물리기’라 합니다. 그저 보면 ‘먹이기’이나 곰곰이 보면 ‘물리기’이거든요. 한자말이라서 ‘수유’를 안 써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만, 왜 먼먼 옛날부터 “젖을 물린다”고 했는지 혀에 이 낱말을 얹고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리다 = 물려주다’이고, ‘물림 = 물(흐름)’이에요. 이어서 흐르는 숨결에 사랑을 담습니다. 그래서 젖을 물린다고 합니다. 말씨로 ‘젖물리기’가 무언지 읽어내어도 어떻게 아기를 안아서 사랑하면 즐거운가를 온몸으로 깨닫고 온마음으로 움직일 만해요. 여기에 ‘아이를 낳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2 《어느 돌멩이의 외침》 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5.1.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은 1978년에 처음 나왔고, 1984년에 다시 나왔으며, 2020년에 새로 나왔습니다. 해묵었다고 여길 분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을 1990년대랑 2000년대랑 2020년대에 새삼스레 되읽으며 돌아보노라니, 오늘날 우리 터전 민낯은 그대로이지 싶습니다. 일꾼은 그럭저럭 일삯을 제법 받을 만큼 나아졌습니다만, 벼슬자리에서 사람들을 깔보거나 억누르는 흐름은 걷히지 않았습니다. ‘일순이가 짓밟혀도 일두레(노동조합)가 먼저’라 여긴 지난날 그 사람들은 오늘날 ‘가시내를 괴롭히고 응큼짓을 일삼았어도 나라힘(정치권력)을 지키기가 먼저’라 여기지요. 우리는 무엇을 바꾸었고, 아직 무엇이 그대로일까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란, 억눌리는 사람이 사라지는 터전일 뿐 아니라 억누르는 사람도 사라지는 터전입니다. 한켠에서 억눌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쪽에서 억누르는 사람이 있어요. 한구석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한복판에서 우쭐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라힘을 거머쥔 이들은 몇 해째 ‘검찰 바꾸기’를 외칩니다만,
[ 배달겨레소리 바람바람 글님 ] 곳곳에 갖가지 꽃들이 피었다는 기별과 함께 예쁜 찍그림을 올려 주는 분들이 많아 꽃구경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어제도 하얀 눈이 온 것처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찍어 보여 준 분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마실을 나가 보니 다른 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운 나무는 벌써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을 것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 무렵 이렇게 죽은 듯하던 나무에서 피어난 여린 잎과 꽃들을 보면 우리 토박이말도 다시 살아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 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낯선 토박이말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한테 나눠 주시는 분들께 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이레마다 서너 낱말을 알려드리기만 하고 다시 볼 일이 없다보니 얼른 잊히고 나날살이에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토박이말 찾기 놀이'라도 가끔 할 수 있게 해드리려고 하는데 그리 재미가 없어서 좀 열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으니 널리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20부터 25까지 낱말과 옛날 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태서 찾기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낱말도 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알아서 시키지 않아도 제 나름대로 하는 사람이 있고, 시켜야 비로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다른 만큼 늘 제 그릇대로 힘을 기울이고 손을 쓰고 몸을 움직여서 배웁니다. 깜냥이 안 되거나 주제넘을 일이란 없다고 여겨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하기 마련이고,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하거든요. 첫째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대단하거나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으뜸이나 꼭두여야 빛나지 않거든요. 우두머리 노릇을 해야 아름답거나 훌륭하지 않아요.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익히고, 알아서 가꿀 줄 아는 숨결이기에 비로소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다고 봅니다. 온누리 어느 곳에나 쓰레기란 처음부터 없습니다. 무엇이든 어디에서나 마음껏 살려서 쓸 만해요. 그렇지만 넘치다 보니 어느새 쓰레기로 바뀌어요. 흘러넘치고 쉽게 버리고 보니 어느덧 찬밥입니다. 섣불리 안 버려도 좋을 텐데, 쓰레기를 줄이려는 삶보다는 참답게 삶을 밝히는 길이라면 한결 좋아요. 참삶길로 가 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7. 피를 뽑다 문구점에 가려고 병원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데 나무 밑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어느 아저씨가 나무에 올라 톱으로 가지를 자르다가 다리를 다쳐 피를 흘리고 실려 갔단다. 며칠 뒤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했다. 방학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피바침(헌혈)을 떠올렸다. 세 아이가 보는 앞에서 피를 뽑아서 주는 엄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피를 뽑으러 가려고 밥을 든든하게 먹는다. 피를 뽑는 집은 자주 가던 큰 문구점 맞은쪽에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고요하다. 종이에 무엇을 적어서 내고 기다린다. 두 딸은 자리에 얌전히 앉고 아들은 폴짝 뛰면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기웃거린다. 핏심(혈압)을 잰 다음 노란 고무줄을 팔에 묶고 바늘을 찌른다. 주먹을 움켜잡았다 펼치는 사이 피가 주욱 나온다. 나는 몸에 바늘을 꽂기가 무섭다. 바르르 힘주며 떠느라 바늘이 부러지지 않게 다시 힘을 빼지만 나도 모르게 절로 아야 하고 소리를 낸다. 세 아이 눈이 지켜보는데도 아프다고 엄살을 부린다. 간호사는 뽑은 내 피를 갖고 갔다가 혈액형이 o형이라고 말한 뒤 내가 앉은 자리로 온다. 물이 담긴 병에 뽑은 피를 똑똑 떨어뜨린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14. 어깨동무하는 말로 거듭나기 냇물이 흐릅니다. ‘내’는 ‘시내’보다 큰 물줄기입니다. ‘시내’는 ‘실 + 내’라고 하니 작은 물줄기예요. ‘시냇물’은 작고 ‘냇물’은 크지요. 이보다 크면 ‘가람’이요, 이보다 작으면 ‘개울’이요, 개울보다 더 작으면 ‘도랑’입니다. 그런데 다리가 놓인 냇가에 가 보면 나라에서 세운 알림판에는 ‘하천’이라고만 적혀요. ‘하천(河川)’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낱말책을 찾아보면 “하천 : 강과 시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 ‘내’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내’로 고쳐쓸 ‘하천’이라지만, “강과 시내”를 아울러 가리킨다고 하면 꽤 엉뚱합니다. 종잡을 길이 없어요. 가람이며 내를 아우르려는 이름이라면 수수하게 ‘물줄기’라 하면 될 텐데요. 물이 흐릅니다. 반반한 곳이라면 물이 안 흐르지만,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물이 흐릅니다. ‘반반하다’나 ‘판판하다’를 두고 한자말 ‘평평하다(平平-)’를 쓰기도 하고 ‘편평하다(扁平-)’를 쓰는 분이 있는데
[ 배달겨레소리 바람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누꿈하다 #진정되다 #참우리말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33 누꿈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요즘 자주 보고 듣는 '진정되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누꿈하다'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전염병이나 해충 따위의 퍼지는 기세가 매우 심하다가 조금 누그러져 약해지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저는 그걸 다음과 같이 좀 다듬어 보았습니다. "옮김앓이나 나쁜 벌레 따위가 퍼지는 세기가 매우 지나치다가 조금 누그러지다(덜하여지다)." 말집(사전)에서 풀이를 할 때 쓴 말이 익어서 더 쉽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알지만 우리 아이들은 제가 다듬어 놓은 풀이에 더 익어서 쉽다고 느끼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것이니 너그럽게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이 나온 뒤로 '진정( 鎭靜)되다'는 말을 참 많이 듣거나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도 말집(사전)에 풀이를 보면 1. 몹시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일이 가라앉다', 2. 격양된 감정이나 아픔 따위가 가라앉다'라고 되어 있어 우리가 잘 알고 자주 쓰는 '가라앉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아침마다 옛이야기를 읽어 주곤 했는데 어제는 노래를 하나 틀었단다. 그런데 몇 몇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귀 기울여 듣지를 않아서 마음이 좀 언짢았단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며 내 마음을 밝힐 수 있었지. 내가 어제 아이들에게 들려 준 노래는 '산울림'의 '예쁜 맘 예쁜 꿈'이었어. "마음이 예쁘면 꿈도 예쁘죠 예쁜 꿈꾸면 나비같이 날아. 마음이 예쁘면 고운 꿈꾸죠 고운 꿈꾸면 구름처럼 날아."라는 노랫말을 들으니 마음이 절로 밝아지는 것 같았거든.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이 노래와도 이어지는 것이고 지난 이레 했던 것 꿈과 아랑곳한 거야. "네가 어떤 것이든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루는 것 또한 할 수 있다."는 말인데 너희들도 잘 아는 '디즈니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 님이 남기신 말씀이라고 해. 한 마디로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너희 두 사람에게 되풀이해서 한 말이면서 올해 배움을 돕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힘을 주어 하는 것이 '꿈과 아랑곳한 책 찾아 읽기'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이 없다고 하거나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