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꺽지다'입니다. 이 말은 '됨됨(성격)이나 몸이 억세고 꿋꿋하다'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흔히 많이 쓰는 '용감하다'와 비슷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감하다'는 말이 익어서 '꺽지다'는 말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 느낌은 제가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때마다 갖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처음 보면 낯설고 어겹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자꾸 보고 만나다보면 낯이 익고 만만해지지요. 토박이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을 먼저 알고 쓰다보니 새로운 토박이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끼게 되는 거죠. 이렇게 오늘 처음 만난 '꺽지다'라는 말도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인 '꺽지'라는 민물고기를 떠올려 보시면 이 말과도 이어진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 알려주고 쓰다보니 '용감(勇敢)하다'라는 말이나 브레이브(barve) 라는 말을 만났을 때 '꺽지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는 낯선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몸이나 됨됨 어디를 봐도 꺽진 것과는 아주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둘레에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깨단하다'입니다. '오래 생각나지 않았던 일 따위를 어떤 실마리로 말미암아 환하게 깨닫거나 알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살면서 비슷한 일들 겪어 보셨을 것입니다. 저도 스무 해가 넘도록 다른 사람들한테 풀이해 드릴 때 쓸 토박이말을 살려야 할 까닭을 찾고 있었는데 아이가 저한테 한 말 한 마디로 말미암아 안 그래도 되었음을 깨단한 적이 있습니다. 토박이말을 살려야 할 까닭을 찾는 일에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아도 되었음을 아이 말로 깨단하게 된 것이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까닭을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한 한 마디를 듣고 알게 되었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까닭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깨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무엇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찾지 못했는데 길을 가다가 본 가게 이름을 보고 생각이 나서 찾게 되었다면 00을 어디 뒀는지 생각이 안 났는데 가게 이름을 보고 깨단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깨단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고 계신 분도 적지 않지 싶습니다. 저도 아직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킬 더 좋은 수를 찾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깨단하신 일은 무엇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어릴 때 서라벌 고장에서 자랐는데, 그곳에선 사내아이, 겨집아이를 머시마, 가시나라 불렀다. 더러 머스마, 머시매 라고도 소리 냈다. 누구 집에서 몸을 풀었다고 하면 우물가에선 '뭐 낳았능공?' ‘머시마 낳았다카대.‘ 아니면 ’또 가시나 낳았단다.‘처럼 썼다. 한참 커서도 그러니까 열일곱 여덟쯤 되어도 서로 손바닥으로 등을 세게 치면서 이 가시나야! 또는 이 머시마야! 하면서 장난을 쳤다. 옛날엔 좋으면 장난칠 때 때리는 그런 내림이 있었다. 그때는 처자, 총각이란 한자말보다 이 말을 더 많이 썼다. 가시는 아내 또는 겨집이란 뜻이다. 그래서 가시집은 아내집이란 뜻으로 오늘날 처갓집에 잡아먹힌 말이다. 가시는 ‘꽃’ 옛말이다. 옛날에 사라부루(신라) 화랑을 ‘가시나’라고 했다고 한다. 화랑은 처음엔 ‘가시나’로 꾸렸으니까 마땅히 그 이름도 ‘가시나’였는데 뒤에 가시나 차림을 한 머시마로 꾸렸다고 한다. 가시나를 이두로 적은 것이 花娘인데, ‘花’는 꽃 옛말인 가시를 뜻으로 옮긴 것이고, ‘나’는 무리를 뜻하는 ‘네’ 옛 꼴이다. 그러므로 가시나는 ‘꽃들’ '꽃무리'란 뜻이고 처음에 花娘으로 적었다가 나중에 머스마들 모임으로 바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깝사리다 #탕진하다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쉬운말 [토박이말 살리기]1-17 깝살리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깝살리다'입니다. 낱말만 봐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쉽지 않은 말이지만 쓴 보기를 보면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이 말은 '사람이 찾아온 사람을 따돌려 보내다'는 뜻이 바탕뜻(기본의미)입니다. 일이 있어 누군가를 찾아갔는데 나를 따돌려 보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신지요? 저는 여러 셈(번) 그런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잘 압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깝살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 기분을 생각하면 남한테 함부로 그래선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재물이나 기회 따위를 놓치거나 흐지부지 다 없애다'는 뜻으로도 씁니다. 살면서 다들 이런 적도 있지 싶습니다. 제가 깝살린 기회도 여럿이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기에 오늘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좋은 기회를 깝살리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흔히 쓰는 '탕진하다'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니까 '탕진하다'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우리말 6 철 ― 봄여름가을겨울로 철들다 낱말책을 펴면 ‘춘하추동’은 있되 ‘봄여름가을겨울’은 없습니다. 낱말책에 ‘봄가을’하고 ‘봄여름’은 있으나 ‘가을겨울’이나 ‘여름겨울’도 없어요. 이래저래 엮는 모든 말을 낱말책에 못 담는다지만, 적어도 ‘봄여름가을겨울’은 한 낱말로 삼아서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계절’뿐 아니라 ‘네철’도 한 낱말로 삼을 만합니다. 봄이란 어떤 철일까요? 여름하고 가을하고 겨울은 어떠한 숨결이 흐르는 철일까요? 네 가지 철에 깃든 살림은 무엇일까요? 철마다 다르게 흐르는 바람이며 볕이며 눈비가 어떻게 얼크러지면서 우리 살림살이가 바뀔까요? 봄·보다 먼저 ‘봄’은 ‘보다’라는 낱말을 쉽게 떠올릴 만합니다. 새롭게 봅니다. 새삼스레 봅니다. ‘봄맞이 = 잎맞이’이기도 하고, ‘꽃샘추위 = 잎샘추위’이기도 합니다. 봄철에는 꽃이 다시 피고 잎이 새로 돋습니다. 바라보는 봄이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깍두기집안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터박이말 #바람바람 [토박이말 살리기]1-16 깍두기집안 오늘 알려 드리는 토박이말은 여러 가지 까닭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이 땅 위의 많은 집안과 아랑곳한 말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반듯하며 서로 높여 주고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집안이 참 많습니다. 다툼은 커녕 큰소리를 낼 일도, 얼굴을 찌푸릴 일도 없으며 늘 웃음꽃이 피는 그런 구순한 집안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집안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집안도 있습니다. '잘고 굵은 것이 대중없는 깍두기처럼 앞뒤(질서)가 없는 집안'을 가리켜 '깍두기집안'이라고 합니다. 저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깍두기집안이란 말은 듣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구순한 집안이라서 이런 말은 들을 일도 없고 또 쓸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도 있지요. 찹쌀가루나 쌀가루 같은 다른 가루들은 물에 넣고 뭉치면 잘 뭉쳐지는데 콩가루는 뭉쳐지지 않고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집안 사람들 사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길트기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살리기]1-15 길트기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밝날(일요일) 제가 쉬면서 머리로 갈무리한 일과 이어지는 말이지 싶습니다. 저는 어제 다음 이레 해야 할들을 생각해 보고 일의 앞뒤를 매겼습니다. 그리고 운힘다짐(협약)을 한 다른 모임과 함께할 일들, 우리 모임에서 올해 새롭게 할 일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일을 하다 보면 잘 안 될 때나 더 잘하고 싶을 때 새로운 길이나 수(방법)을 찾아보곤 하실 겁니다. 이처럼 '새로운 길이나 수(방법)를 찾거나 여는 일'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길트기'입니다. 저희 모임도 올해 더욱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길트기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무게를 두는 일은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히도록 갈배움길(교육과정)을 바꾸는 바탕을 다지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토박이말로 쓴 쉬운 배움책(교과서)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리느낌(분위기)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살리기'도 그 길을 여는 밑거름이 될 거라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을 잡아 쓸 수 있는 글자가 없던 때에 우리말을 잡아 써 놓으려고 이웃나라 한자를 들여다 때로는 뜻으로 때로는 소리로 적으면서 옛 한아비들이 애쓴 걸 보면 참으로 눈물겹다. 그렇게 애쓴 보람도 없이 우리 땅이름, 내 이름, 메 이름, 고을 이름, 나라 이름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 겨레가 부르던 소리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 겨레한테 한자가 맨 처음 들어온 것이 372해이니, 벌써 즈믄(천)해 하고도 일곱온(700)해가 가까워온다. 그 새 이렇게 글로 써놓은 것은 거의 다 한자로 적다보니 한자 글 속에는 우리 옛 한아비들이 부르던 우리말 소리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땅이름도 한자이름으로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메와 골, 가람과 내, 마을과 고을, 들과 벌, 어느 것 하나 우리말 이름이 한자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우리말 마을 이름, 들 이름, 고을 이름을 빼면 우리글로 적었더라도 한자말을 우리 소리로 읽어 적은 것이니, 우리말은 아니다. 그나마 우리말 이름이 남아 있다면 사람들 머릿속과 말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 겨레한테 배달글은 참으로 하늘이 도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말을 거의 소리대로 적을 수 있는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 ‘새’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새¹’ 하고 짧게 소리 내면 띠나 억새 같은 풀을 통틀어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새는 벼 잎 같은 긴 잎 가장자리에 작고 가는 톱니가 날이 서 있어 맨손으로 베거나 만지다가 손을 벨 수 있다. ‘새:²’ 하고 길게 소리 내면 ‘사이’ 준말인데, 며칠 새, 쉴 새 없이 라고 말할 때 쓰는 새:다. 또 ‘새:³’ 하면 우리가 잘 아는 온갖 날짐승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참새, 뱁새, 딱새 할 때 새를 말한다. 저 아랫녘(전라, 경상)에선 혀를 ‘새⁴’ 라고 짧게 소리 내어 쓰고 ‘샛바닥이 골(만)발이나 빠져 죽을 놈‘처럼 쓴다. 또 새⁵는 피륙 날을 세는 하나치로 쓰는데 여든 올을 한 새로 친다. 열두 새 모시 베처럼 쓴다. 또 ‘새⁶’는 ‘새로운’ 준말인데, ‘새마을, 새나라, 새 술은 새 자루’에처럼 써서‘이제까지 있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또 ‘새⁷’는 빛깔이 산뜻하게 짙다는 뜻으로 ‘새까맣다, 샛노랗다, 새빨간 거짓말’ 처럼 쓴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우리말 ‘새⁸’는 동쪽이란 뜻인데, 한자말 동이 들어와 새를 잡아먹었다. 앞에든 ‘새⁶’, ‘새⁷’도 본디 ‘새⁸’에서 뻗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안옥규님이 지은 ‘어원사전‘에 따르면 바다 옛말은 바ᄅᆞᆯ이다. ‘새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용비어천가)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청산별곡) ‘海 (바라)해’ (훈몽자회) 바ᄅᆞᆯ은 파랗다 옛말 바ᄅᆞ다가 바뀌어 이름씨로 된 것으로 ‘파란데’란 뜻이다. 바ᄅᆞᆯ> 바ᄅᆞ> 바라> 바다 벌과 풀도 바다와 같이 말밑은 같은 ‘바ᄅᆞ다’에서 왔다. 바ᄅᆞ다 줄기 ‘바ᄅᆞ> 바라, 버러, 부루’로 바뀌고 ㅂ이 거친 소리 ㅍ으로 바뀌어 파라, 퍼러/푸르로 바뀐다. 그래서 ‘바라’는 뒤에 ‘바다, 파랗다’로 바뀌고, ‘버러’는 ‘벌, 퍼렇다’로, ‘부르’는 ‘풀, 푸르다’로 바뀌었다. 따라서 ‘바다’란 말은 바닷물이 바란(>파란)데서 ‘파란데, 파란 곳’이란 뜻이다. 얼마나 가리(조리)있는 말인가. 오늘날 바다는 ‘땅별 겉에 큰 넓이로 짠물이 괴어 있는 곳’이란 뜻으로 쓴다. 모래 옛말은 ‘몰애’이다. 모래는 ‘몰 + 애’로 이뤄진 말인데, 몰은 모으다 옛말 ‘몯다’ 줄기 몯+ 애(이름씨 만드는 뒷가지)로 된 말인데, 줄기 ‘몯‘에서 ’ㄷ’이 ‘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