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쿡 자그마한 소리도 잘 듣는 사람이 있으나, 커다란 소리마저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귀가 먹은 탓일 수 있지만, 마음을 안 연 탓도 크다고 여겨요. 또박또박 말을 하건 반듯반듯 글을 쓰건, 마음을 닫은 사람은 줄거리뿐 아니라 속빛을 손사래치거든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적으려고 늘 붓종이를 챙깁니다. 그래요, 붓종이입니다. 굳이 ‘필기구’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은 안 쓰고 싶습니다. 적잖은 분은 익숙한 대로 저절로 말을 하겠으나, 저로서는 안 익숙하더라도 문득문득 생각을 추슬러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가꿀 만한 말씨를 살리려고 해요. 생각을 글로 담는 살림이니 붓입니다. 붓을 닮았다고 여겨 붓꽃입니다. 붓을 놀려 글씨가 태어나듯, 북돋우며 풀포기가 살고, 북을 치며 가슴을 쩌렁쩌렁 울리는 가락을 지핍니다. 쑤석거리는 말이라면 듣기 거북할 텐데, 추근거리거나 지분대는 말도 듣기에 싫어요. 치켜세우거나 바람넣는 말도 성가십니다. 가슴을 콕…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멀뚱멀뚱 우리가 입으로 터뜨리는 말은 마음에서 솟습니다. 즐겁거나 슬픈 모든 기운이 삶이라는 길을 거쳐 마음으로 자리잡고, 앞으로 이루거나 일구려는 뜻에 따라서 새롭게 이야기를 얹어서, 가만히 소리를 입고서 흘러나옵니다. 무뚝뚝하구나 싶은 목소리도, 아무렇게나 읊는 듯한 말도, 딱딱하다고 느낄 얘기도, 언제나 우리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없다면 마치 시늉처럼 뇌까리는 말이 나올 텐데, 그냥그냥 내뱉는 말이라면 멀뚱멀뚱 듣다가 잊어버릴 만합니다. 마음이 흐르기에 따사로운 말이라면, 마음이 없기에 차가운 말이에요. 마음을 담기에 얼핏 꼰대스러워 보여도 너그러운 말이고, 마음을 안 담기에 숨막힐 뿐 아니라 틀박이처럼 되풀이하는 말입니다.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어른한테 여쭈듯, 어른도 아이 곁에서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를 나긋나긋 들려준다면 함께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주절주절 늘어놓기보다는 생각을 추슬러서 펼쳐요. 남을 흉내내며 가라사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08 푸른 눈으로 쓴다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 블라지미르 메그레 한병석 옮김 한글샘 2021.5.20.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을 2021년 7월 22일에 처음 펼쳤다. 그날은 머리가 얼음덩이 같고 쩍쩍 갈라지듯이 아팠다. 다섯 시간 동안 책을 읽었지만 반도 못 넘겼다. 두 해가 지난 오늘 다시 들춘다. 오늘은 두 해 앞서처럼 머리가 차갑거나 갈라지듯 아프지 않다. 두 해 앞서는 다섯 시간을 붙잡아도 못 읽은 책인데, 오늘은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다. 책도 때에 따라서 다르구나. 아름답거나 훌륭하다는 책도 스스로 힘들거나 괴롭거나 지치는 날에는 한 줄조차 버겁겠지. 스스로 웃고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날이라면, 안 아름답거나 안 훌륭한 책에서도 배울거리를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즐거운 날에 구태여 안 아름다운 책을 골라서 읽어 보고 싶지는 않다.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에 적힌 ‘가문의 책’이 무언가 했더니, 모든 사람이 저마다 “우리 집안 이야기를 책 하나로 남길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써야 한다”는 줄거리이다. 아이를 낳을 적에는, 남한테 맡겨서 가르치지 말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07 세 가지 꿈으로 《영리한 공주》 다이애나 콜즈 글 공경희 옮김 비룡소 2002.4.24. 《영리한 공주》는 동화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 글벗이 읽어 보라고 했다. 거듭 소리내어 읽으면 글쓰기 실마리를 새삼 알아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장만하던 2021년 7월 20일을 떠올린다. 그날은 마음이 어수선했다. 어디 가야 하는 날인데, 어디 가는 길에 반쯤 지나서 보니 가방이 없더라. 그냥 이대로 갈까 하다가 차를 돌려 집으로 왔다. 가방을 찾아야겠더라. 더구나 이날부터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분이 휴가를 간다고 하면서 쉬는데, 이분 자리를 채울 일꾼을 미처 찾지 못 했다. 모자라는 일손 걱정에, 집안일 눈치에, 또 제대휴가를 나온다는 아들내미 생각에, 또 나중에 사위가 될 ‘작은딸 남자친구’하고 밥 한 끼 먹기로 한 일에,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줄거리를 죽 짚어 본다. 아버지인 임금님은 보석만 좋아한다. 딸인 공주가 태어났지만 딸하고 놀 틈을 안 낸다. 아이는 엄마를 일찍 여의었고 아버지가 있는데, 어버이는 어버이로서 아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게다가 임금이란 사람은, 딸이 나이가 어느 만큼 차면 ‘목돈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3 전쟁용어 씨앗 예부터 어른들은 비를 ‘비’라고 하면서 ‘비’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고 살피고 돌아보고 헤아리는 밑틀을 마련했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마음을 북돋우라는 뜻으로 삶·살림을 수수한 말씨로 담아서 살며시 들려주고 가만히 지켜보았어요. 비를 바라보면 ‘빛납’니다. 빗방울마다 빛이 나요. 막상 빗방울을 손바닥에 얹으면 그저 물방울이지만,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오려고 하늘을 가를 적에는 ‘반짝이는 빛줄기’를 그립니다. 바다랑 비 바다가 있기에 비가 있습니다. 바닷물이 아지랑이라는 몸을 거쳐서 구름을 이루다가 빗방울로 이 땅에 드리웁니다. 이쯤은 어린배움터에서조차 가르칩니다만, ‘바닷물 = 아지랑이 = 구름 = 물방울 = 빗물’이라는 대목을 찬찬히 짚어서 ‘말’을 ‘마음’에 담도록 알리지는 못 한다고 느껴요. 하늘에서 땅으로 드리울 적에 빛나는 빗방울을 받아 보면, ‘빈’ 물방울이곤 합니다. 바다에서 하늘로 아지랑이가 될 적부터 바닷방울(바다 물방울)은 몸을 비워요. 몸을 비워야 바다를 떠나 하늘로 오릅니다. 하늘로 오른 바닷방울은 가볍게 바람을 타다가 모이니 구름을 이뤄요.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0. 빛둥이 “속 좀 풀자.”고 말할 적에는 두 가지 뜻입니다. 성이 나거나 골이 난 속(마음)을 찬찬히 다스리자는 뜻이 첫째요, 술을 잔뜩 마시느라 메스껍거나 힘들거나 아픈 속(배)을 부드럽게 다스리자는 뜻이 둘째입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들추면 ‘마음풀이’를 나타낼 ‘속풀이’는 ‘분풀이(憤-)’로 고쳐야 한다고 다룹니다. 이런 낱말풀이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성이 났기에 성을 풀려고 ‘성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속마음을 풀려고 하니 ‘속풀이·마음풀이’를 할 수 있을 테고요. 있는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굳이 한자 ‘분(憤)’만 서울말(표준말)로 삼을 까닭이 없습니다. 낱말을 풀이해서 ‘말풀이·낱말풀이’에 ‘뜻풀이’라 하지요. 이러한 얼거리를 살핀다면 여러 자리나 결을 살펴서 새롭게 쓸 말을 지을 수 있어요. 책풀이 ← 해제(解題) 길풀이 ← 해법(解法) 사랑풀이 ← 연애 상담 꿈을 풀기에 ‘꿈풀이’입니다. 낮꿈이든 밤꿈에 나온 이야기를 풀어내는 꿈풀이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62 거지말 꾸밈없이 말하면 걱정이 없습니다. 꾸미다가 스스로 펑 터지거나 아슬합니다. 꾸밈없이 글쓰고 일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면 아름답습니다. 또 꾸미고 거듭 꾸미기에 겉발림이 늘고 겉치레가 생깁니다. 겉으로는 있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없는 사람이 ‘거지’이지 싶어요. ‘거짓말’은 ‘거지 + ㅅ + 말’인 얼개입니다. 스스로 속으로 안 가꾸거나 안 돌보는 마음은 ‘거짓’이요, 스스로 거지가 되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돈이나 값을 안 바라고서 ‘거저’ 주곤 해요. 받을 마음이 없기에 거저(그냥·그대로) 줄 텐데, 겉으로만 꾸미기에 거추장스러운 껍데기가 늘고, 거칠면서 겉돌게 마련입니다. 거죽·가죽이란 바깥을 이루는 옷입니다. 옷을 입어 몸을 돌보기도 하지만, 옷에 매달려 그만 몸도 마음도 잊은 채 치레질이나 꾸밈질에 빠지기도 합니다. 돈값을 바라지 않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61 구경그림 이오덕 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끌어낸 멧골아이 그림을 처음 본 1994년에 깜짝 놀랐어요. 멋스러이 그리도록 안 다그친 어른이 있는 줄, 아이마다 다른 붓결을 살리는 상냥한 어른이 있는 줄,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그리도록 북돋운 어른이 있는 줄 처음 보았습니다. 스무 살까지 살며 구경한 그림은 말 그대로 ‘구경그림’입니다. 여덟 살에도, 열네 살에도, 열일곱 살에도, 배움터에서는 ‘구경하는 그림(풍경화)’만 그리도록 내몰았고 가르쳤어요. 구경하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숲을 마주하면서 담아낸 그림은 숲빛이 아름다워요. 풀꽃나무를 지켜보면서 담아낸 그림은 푸르게 너울거리면서 빛나지요. 냇가나 바닷가에 나가서 그릴 적에는 온몸하고 온마음이 확 트입니다. 그러니까, 배움터도 냇가나 바닷가처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45. 길불 건너는 길목이라면 ‘건널목’이다. 건널목에 놓은 불이라면 ‘건널불’이다. 그러나 적잖은 어른들은 ‘건널목’이라는 쉬운말이 아닌 ‘횡단보도’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쓴다. 또한 건너는 길목에 놓는 불을 ‘건널불’이라는 쉬운말이 아닌 ‘신호등’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로 가리킨다. 길을 밝히는 불은 어떤 말로 가리켜야 쉽고 어울릴까? 길을 밝히는 불빛 같은 사람은 어떤 말로 빗대면 어우릴까? 서로서로 ‘길불’이 되고 ‘길빛’으로 어깨동무할 수 있다. 길불 (길 + 불) : 길을 알리거나 보여주거나 밝히거나 이끄는 불·빛·사람·일. 어떻게 가거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잘 안 보이거나 어둡다고 여길 만한 때에, 어떻게 가거나 어디로 가면 되는가를 밝히거나 알리거나 들려주거나 이끄는 불·빛·사람·일. (= 길불빛·길빛. ← 신호등信號燈, 가로등, 등대燈臺, 지도指導, 지도자, 인도引導, 인도자, 지표指標, 지침, 감독, 필두, 선배, 인생 선배, 가이드라인, 구심求心, 구심점, 랜드마크, 지세地勢, 지형, 지형지물, 축軸, 어드바이스, 선생, 은사恩師, 강사, 교사敎師, 교원敎員, 교직敎職,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60 둘레말 우리나라는 온갖 곳으로 부릉부릉 다니는 길을 많이 뚫거나 냈습니다. 시골이나 작은고장은 으레 옛길(구도로)하고 새길(신도로)이 나란히 있는데, 새길 옆에 또 새길을 더 넓게 내기까지 합니다. 빠르고 손쉽게 큰고장으로 뻗는 길이 많다 보니 옛날처럼 외딴집살이나 마을살이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서울·큰고장을 그날치기로 오가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달라지는 삶터에 따라 달라지는 삶말입니다. 작고 수수하게 들숲바다를 품으며 스스로 말을 지어서 쓰던 지난날에는 마을말(사투리)인 살림이라면, 크고 빠르게 서울·큰고장을 오가는 오늘날에는 둘레에서 쓰는 말을 받아들이는 살림입니다. 아이들이 발을 들이는 어린이집하고 배움터는 모두 서울말이 바탕입니다. 일터도 마을말이 아닌 서울말이 바탕이에요. 둘레를 살피면서 맞추는 말로 기울고, 더 큰 삶터에서 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