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9 나 저(나)는 겨울 첫머리인 12월 7일에 태어납니다. 어릴 적에 달종이를 보면 이날 ‘大雪’처럼 한자로만 적혔어요. “어머니 내가 태어난 날에 적힌 이 글씨가 뭐예요?” 하고 여쭈면 “‘대설’이란 한자야. ‘큰눈’이란 뜻이고, 눈이 많이 온다는 날이야.”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그무렵 ‘대설 = 대설사’로 여기며 말장난을 하는 또래가 있어요. 한자로만 보면 ‘대설사 = 큰물똥’이니, 어른들은 왜 철눈(절기)을 저런 이름으로 붙였나 싶어 툴툴거렸어요. 누가 12월 7일이 무슨 철눈이냐고 물으면 으레 ‘큰눈’이라고만 말했습니다. 12월 22일에 있는 다른 철눈은 ‘깊밤’이라 했어요. 또래가 짓궂게 치는 말장난에 안 휘둘리고 싶기도 했고, 한자를 모르는 또래도 쉽게 그날을 알기를 바랐어요. 겨울에 태어나 자랐기에 얼핏 차갑다 싶은 겨울이 마냥 춥지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8 나란꽃 함꽃 여러꽃 모든 말을 새로 짓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말짓기가 어려울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말에 담을 뿐입니다. 말짓기는 안 어려운데, 나라(정부)라든지 배움터(학교)라든지 말글지기(언어학자·국어학자)는 아무나 함부로 새말을 엮거나 지으면 안 된다는 듯 밝히거나 따지거나 얽어매거나 짓누르곤 합니다. 새말짓기란, ‘새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새말엮기란, ‘새넋으로 스스로 피어나는 꽃’입니다. 새말 한 마디를 지을 적에는, 낡거나 늙은 마음을 내려놓고서 반짝반짝 새롭게 빛나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새말 한 자락을 엮을 적에는, 고리타분하거나 갑갑하거나 추레하거나 허름한 모든 허물을 내려놓고서 스스로 싱그러이 피어나는 꽃다운 넋으로 거듭납니다. 나라(정부)에서는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요. 사람들이 깨어나면 사람들은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하거든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가꾸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눌 적에는, 온누리 어디에서나 총칼(전쟁무기)이 사라지고 어깨동무를 널리 펼 뿐 아니라, 아이어른이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고, 순이돌이(남녀)가 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7 도무지 우리는 낱말책을 뒤적이면서 우리말을 얼마나 잘 살피고 즐겁게 배워서 슬기롭게 쓸 만할까요? 다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입니다. 이 엉성한 뜻풀이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열 해 넘게 따졌으나, (2022년에도) 도무지 바뀔 낌새가 없습니다. 이 뜻풀이는 어른이 보는 낱말책뿐 아니라 어린이가 보는 낱말책에도 고스란히 나옵니다. 휘다 : 1. 꼿꼿하던 물체가 구부러지다. 또는 그 물체를 구부리다 2. 남의 의지를 꺾어 뜻을 굽히게 하다 굽다 : 한쪽으로 휘다 우리말 ‘휘다’하고 ‘굽다’는 비슷하되 다른 낱말입니다. 둘은 같은말이 아니기에 ‘휘다 = 굽다’로 풀이하고서 ‘굽다 = 휘다’로 풀이하면 엉터리입니다. 이른바 돌림풀이(순환정의)예요. ‘밝다·환하다·맑다’ 세 낱말 뜻풀이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밝다 : 1. 밤이 지나고 환해지며 새날이 오다 2. 불빛 따위가 환하다 3. 빛깔의 느낌이 환하고 산뜻하다 4. …… 환하다 : 1. 빛이 비치어 맑고 밝다 2. 앞이 탁 트여 넓고 시원스럽다 3. 무슨 일의 조리나 속내가 또렷하다 4. 얼굴이 말쑥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8 작은숲이 저는 ‘작은아이’로 태어났고 내내 ‘작은아이’란 이름을 들었습니다. 마흔 살이 넘어도 ‘작은아이’란 이름이니, 여든 살이나 이백 살이 넘어도 똑같이 ‘작은아이’일 테지요. ‘작다’란 이름은 때때로 놀림말로 바뀝니다. 놀림말을 듣고서 골을 내면 “거 봐. 넌 몸뿐 아니라 마음도 작으니까 골을 내지!” 해요. 놀리려는 사람은 제가 무엇을 해도 늘 놀리더군요. 스무 살을 넘어 만난 어느 동무는 ‘작은이’란 이름을 자랑처럼 씁니다. 동무는 ‘시민·서민·소시민·민중·백성’ 같은 뜻으로 ‘작은이’를 쓰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아, 이름은 같아도 마음에 따라 다르구나!” 하고 비로소 느끼고는 ‘작은아이’로 태어난 뜻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숲에서 숲빛을 밝히며 숲아이를 보살피거나 아끼는 숨결은 하나같이 ‘작’아요. 이른바 한자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7 나우누리 이제 사라진 누리그물 가운데 ‘나우누리’가 있습니다. ‘천리안’은 한자말로 지은 이름이고, ‘하이텔’은 영어로 지은 이름이라면, ‘나우누리’는 우리말로 지은 이름입니다. 세 군데 누리그물은 스스로 지은 이름대로 나아갔어요. 한자말 이름인 곳은 참말 온갖 곳에 한자말을 썼고, 영어 이름인 곳은 그야말로 온갖 곳이 영어범벅이었는데, 우리말 이름인 곳은 또이름(ID)을 한글로 쓰는 길을 처음 열 뿐 아니라, 처음 들이는 누리말(인터넷 용어)을 우리말답게 고치거나 새로짓는 눈썰미를 밝혔습니다. 어린이하고 어르신 모두한테 턱을 낮췄습니다. 다른 곳은 ‘웹마스터’란 영어 이름을 썼으나, 나우누리는 ‘나우지기’란 이름을 받아들여 ‘-지기’라는 오랜 낱말을 ‘마스터·매니저·관리자·책임자’로 풀어내는 길을 퍼뜨렸지요.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가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6 손빛책 누리책집 ‘알라딘’은 “알라딘 중고서점·중고샵”이란 이름을 퍼뜨렸습니다. 이곳에서는 ‘헌책’을 팔지만 정작 ‘헌책’이란 우리말을 안 쓰고 ‘중고서점’이란 일본 한자말을 쓰고, ‘중고샵’ 같은 범벅말(잡탕언어)을 씁니다. 왜 “알라딘 헌책집·헌책가게”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하지 못 할까요? 아무래도 ‘헌옷·헌책·헌집’이란 낱말에 깃든 ‘헌(헐다·허름)’이 어떤 말밑(어원)인지 모르기 때문일 테지요. ‘허허바다(← 망망대해)’란 오랜 우리말이 있어요. 웃음소리 가운데 ‘허허’가 있고, ‘헌걸차다’란 우리말도 있습니다. ‘허’는 ‘쓴·빈·없는’뿐 아니라 ‘너른·큰·하나인’을 나타내는 밑말(어근)이기도 한데, ‘하·허’로 맞물립니다. ‘하늘’을 가리키는 ‘하’나 ‘헌책’을 가리키는 ‘허’는 같은 말밑이요 밑말입니다. 사람 손길을 타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5 한누리 푸른배움터를 마치고 들어간 열린배움터(대학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못마땅했습니다. 하루하루 억지로 버티면서 책집마실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3월부터 7월까지 꼬박꼬박 모든 이야기(강의)를 듣다가 8월부터는 도무지 못 견디겠어서 길잡이(교수)가 보는 앞에서 배움책을 소리나게 덮고 앞자리로 나가서 “이렇게 시시하게 가르치는 말은 더 못 듣겠다!” 하고 읊고서 미닫이를 쾅 소리나게 닫고서 나갔습니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배울 뿐인데, 배움터를 옮겼기에 달라질 일이 없습니다. 언제 스스로 터뜨려 박차고 일어나 마침종이(졸업장)를 벗어던지느냐일 뿐입니다. 길잡이다운 길잡이가 안 보이니, 스스로 길을 내는 이슬받이로 살아가기로 합니다. 배움책집(구내서점)하고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한 삯을 모아 헌책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6 자유 우리 낱말책은 우리말을 실었다기보다 일본말이나 중국말을 잔뜩 실었습니다. 이를테면 한자말 ‘자유’를 국립국어원 낱말책에서 뒤적이면 다섯 낱말을 싣습니다. 자유(子有) : [인명] ‘염구’의 자 자유(子游) : [인명] 중국 춘추 시대 노(魯)나라의 유학자(B.C.506∼B.C.445?) 자유(自由) : 1.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2. [법률]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3. [철학] 자연 및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일 자유(自有) :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자유(刺楡) : [식물] 느릅나뭇과의 낙엽 교목 첫 올림말로 삼은 “자유(子有) : [인명] ‘염구’의 자”인데, 더 뒤적이면 “염구(?求) : [인명] 중국 춘추 시대의 노나라 사람(?~?)”처럼 풀이합니다. 중국사람 이름 둘을 먼저 올림말로 삼아요. 참 엉터리입니다. 둘레에서 널리 쓰는 한자말 ‘자유’는 셋째에 나오며 ‘自 + 由’ 얼개입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쓰는 낱말인 ‘자유’일 테지만, 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4 어울길 푸른배움터에 들어가는 1988년 즈음에 ‘문화의 거리’란 말을 처음 들었지 싶어요. 더 앞서부터 이런 이름을 썼을는지 모르나 서울에서 놀이마당(올림픽)을 크게 편다면서 나라 곳곳에 ‘문화·예술’을 붙인 거리를 갑작스레 돈을 부어서 세웠고, 인천에도 몇 군데가 생겼어요. 그런데 ‘문화의 거리’나 ‘예술의 거리’란 이름을 붙인 곳은 으레 술집·밥집·옷집·찻집이 줄짓습니다.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길거리이기 일쑤예요. 즐겁게 먹고 기쁘게 마시고 반갑게 쓰다가 푸른빛으로 돌아가도록 내놓으면 나쁠 일은 없되, 돈이 흥청망청 넘치는 노닥질에 ‘문화·예술’이란 이름을 섣불리 붙이면 안 맞기도 하고 엉뚱하구나 싶어요. 먹고 마시고 쓰며 노는 곳이라면 ‘놀거리’나 ‘놀잇길·놀잇거리’라 하면 됩니다. 우리 삶을 밝히면서 이웃하고 새롭게 어우러지면서 차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3 윤슬 서울에 바깥일이 있어 나들이한 어느 날 체부동 〈서촌 그 책방〉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날 책집지기님한테서 ‘윤슬’이란 낱말을 새삼스레 들었습니다. 느낌도 뜻도 곱다면서 무척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진작부터 이 낱말을 듣기는 했으나 잊고 살았는데, 이튿날 천호동 마을책집을 찾아가려고 골목을 헤매다가 ‘윤슬’이란 이름을 붙인 찻집 앞을 지나갔어요. 사람이름으로도 가게이름으로도 조곤조곤 퍼지는 ‘윤슬’이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뒤적이면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달빛’이란 ‘없는 빛’입니다. 햇빛이 달에 비추어 생길 뿐이니 ‘달빛’이란 ‘튕긴 햇빛·비친 햇빛’입니다. 곰곰이 ‘윤슬’을 생각해 보는데, 이 낱말이 어떻게 태어났거나 말밑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때에 여러 우리말결을 나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