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읽기 40 《사과나무밭 달님》 권정생 창비 1978.12.25.첫/2006.10.2.고침2판 《사과나무밭 달님》(권정생, 창비, 1978/2006)은 이제 해묵은 이야기책 같습니다. 시골 작은집에서 살며 시골 작은이웃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낸 글인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나 어른 가운데 오늘날 누가 시골 작은집에서 살까요? 서울에서 커다란 잿집(아파트)에 머물기에 권정생 님 글을 못 읽거나 못 헤아려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겠어요? 여름에 부채질을 하다가 나무 곁에 서서 쏴아아 하고 부는 바람으로 풀내음을 맡는 살림살이가 아니면서, 《사과나무밭 달님》에서 들려주는 어떤 바람소리를 들을 만한가요? 겨울에 손끝 발끝 꽁꽁 얼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지어 조그마한 칸에 둘러앉아 한끼를 나누는 살림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채, 삶으로 마주하지 않고 글로만 읽는다면, 무엇을 보거나 느낄까요? 이제는 나라 어느 책숲(도서관)이든 으리으리합니다. 밤에도 불빛이 환한 책숲이며, 잿집이고, 서울이고, 배움터입니다. 한밤에 별빛을 그리면서 밤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히 듣는 하루가 없는 채, 그저 글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8 흙을 닮은 아이들은 어디에 《초가집이 있던 마을》 권정생 분도출판사 1985.7.1. 흙을 가꾸어 살던 사람은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흙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흙에서 나는 풀을 거두어 옷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집과 옷을 지은 사람은 밥도 흙에서 지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어디에서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흙을 보금자리로 삼고, 흙을 밥과 옷으로 삼으며, 흙을 벗과 이웃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흙은 보금자리도 아니요, 밥도 옷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어디를 가든 흙은 아무것이 아닙니다. 흙으로 짓는 집이 아닌 잿빛덩이(시멘트)로 짓는 집이 되고, 흙으로 얻는 밥과 옷이 아닌, 기름(석유)으로 만드는 밥과 옷이 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곳곳에 싸움마당(군부대)이 또아리를 틉니다. 싸움마당 언저리는 쾅쾅밭(지뢰밭)이 되고, 남녘과 북녘을 가르는 자리에 길디길게 쇠가시그물(철조망)이 뿌리내립니다. 젊은이는 총을 쏘고 칼을 부리며 주먹을 휘두릅니다. 요즈음은 코를 훌쩍이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 코를 훌쩍이면서 볼이 빨갛게 얼어붙도록 바깥에서 뛰노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