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62 초록 풀은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이고 뭇누리를 가만히 품어주고 한누리를 푸지게 북돋운다 풀잎은 다 다른 잎빛에 잎새로 바람을 불러들여 돌보고 이슬을 송글송글 맺는다 풀꽃은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 벌나비가 쉬어가는 집 씨앗에 낟알이 영글지 풀꽃나무는 푸릇푸릇 우거지며 숲 해를 머금고 비를 받아 누구나 살풋 깃드는 빛 ㅅㄴㄹ 풀잎은 어떤 빛인가요? 나뭇잎은 어떤 빛깔이지요? 풀이기에 ‘풀빛’입니다만, 적잖은 분들은 그만 풀을 풀빛이라 안 하고 ‘초록’이나 ‘녹색’으로 가리킵니다. 중국 한자말이라는 ‘초록(草綠)’은 “1.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또는 그런 색의 물감 = 초록색 2. 파랑과 노랑의 중간 빛 = 초록빛”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본 한자말이라는 ‘녹색(綠色)’은 “= 초록색”으로 풀이해요. 우리한테는 ‘풀빛·푸름’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니, 이 말씨를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면 됩니다. 푸르기에 풀이요, 푸지게 자라면서 푸른숨을 베풀 뿐 아니라, 푸른밥(나물밥·풀밥)을 베풀기에 풀입니다. 풀을 머금으면 우리 몸에 있던 찌꺼기를 풀어줍니다. 풀은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을 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39 포기 풀 한 포기는 숲에서도 들에서도 길에서도 마당서도 골목서도 서울서도 뿌리내리고 꽃피운다 매캐한 서울에 풀씨 앉으면 그만두고 싶거나 손들고 싶거나 죽고 싶을 수 있어 숱한 풀꽃나무는 고된 나머지 서울살이나 그늘살이를 끝내고 흙으로 돌아가거나 깊이 잠들었겠지 풀 한 포기는 포근한 흙과 해와 별과 푸근한 바람과 비와 너와 우리 품을 그리며 싹튼다 ㅅㄴㄹ 우리말 ‘포기’는 풀꽃을 세는 이름입니다. 한자말 ‘포기(抛棄)’는 “1.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 2.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림”을 가리킵니다. 시골에서 살거나 풀꽃나무를 곁에 두는 사람이라면, ‘포기’라는 소리를 들을 적에 “풀 한 포기”나 “배추 한 포기”를 떠올립니다. 숲을 등지거나 서울에서만 맴돌 적에는 ‘포기’란 소리를 으레 한자말 ‘抛棄’,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그만두다·그치다·끝내다·버리다·떠나다·멈추다’를 뜻하는 낱말을 떠올릴 만합니다. 서울은 풀씨 한 톨이 깃들 조그마한 터도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고 빽빽하지요. 서울에서 흙이나 모래 한 줌을 만지기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가능 빗물은 하늘땅 씻고 풀잎 나뭇잎 다독여 햇빛은 들숲 감싸고 냇물 바닷물 간질여 씨앗은 고요히 꿈꾸고 마을에 푸른숨 일으켜 열매는 알알이 영글고 모두들 넉넉히 살찌워 너는 휘파람 불 줄 알고 나는 바람춤 즐긴다 우리는 천천히 걸을 수 있고 함께 온누리 누빈다 해보면 새롭게 된다 그리면 언제나 이뤄 바라보며 하나씩 하고 놀고 노래하며 노을로 ㅅㄴㄹ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처음부터 알 수 있을까요? 얼핏 할 수 있는 듯싶으나, 막상 해보니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둘레에서는 다 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정작 해보니 스스럼없이 풀리면서 어렵잖이 될 때가 있어요. ‘가능(可能)’은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에 생각씨앗을 담으면, 우리 걸음걸이는 ‘이제부터 차근차근 할’ 일놀이를 바라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쉬운 일도 그르치거나 어긋나곤 해요. 하려는 마음이 ‘할 수 있음’으로 흐르고, 하려는 마음이 없기에 ‘할 수 없음’으로 굳는구나 싶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별이 돋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기억 마음이 떠나고 나면 어쩐지 떠오르지 않고 마음이 따뜻이 피면 하나둘 떠올라 새록새록 마음이 죽어갈 때면 도무지 생각이 없고 마음이 살아날 적에 도로롱 생각이 솟아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 멍울로 흉으로 새겼어 기쁘고 반갑고 흐뭇해 볼우물 눈웃음 되새겨 하나씩 적어 볼게 찬찬히 담으려 해 어제도 오늘도 이 마음을 돌아보고 돌이켜서 또렷이 ㅅㄴㄹ ‘기억(記憶)’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을 가리킨다고 해요. 우리말로는 ‘생각하다·생각나다’나 ‘떠올리다·떠오르다’입니다. 물에 떠서 올라오듯, 마음이나 머리에 떠서 올라오듯 나타나는 일·말·이야기이기에 ‘떠올리다’라 해요.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싶으면 ‘담’습니다. ‘새기’기도 하고 ‘남기’기도 합니다. 두려 하기에 ‘두다’란 말로 나타내고 ‘되새기다·되돌아보다·되살리다·되짚다·되씹다’처럼 ‘되-’를 붙여 이모저모 살피곤 합니다. 그리고 ‘간직’합니다. ‘건사’합니다. ‘돌아보’거나 ‘그리’기도 하고, ‘품’기도 합니다. ‘품다’라는 낱말은 “품에 있도록 하다”를 가리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상상 새벽에 멧새노래로 일어나 아침에 오늘살림을 그리고 낮에 벌나비처럼 날다가 저녁에 별빛으로 잠들어 마음에 품는 생각이란 앞으로 이루려는 꿈씨앗 마음에 담는 말글이란 이제부터 가꾸는 얘기꽃 하늘과 땅 사이를 날고 너랑 나 사이를 넘나들고 별과 별 사이를 누리고 마음과 마음 사이를 만나 가만히 그리면 나타나 생각하는 대로 생겨나 날아드는 빛이 일어나 꿈짓는 하루가 거듭나 ㅅㄴㄹ 뜻을 알면 길을 열고, 말을 알면 마음을 읽고, 속을 알면 씨앗을 심습니다. ‘상상(想像)’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을 뜻한다고 해요. 아직 겪지 않은 길을 미리 그리는 일이라면 ‘그림’이요, ‘꿈’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가만히 그리면서 아침을 열 적에 스스로 기쁘게 삶을 누려요. 어제까지 이루거나 해내지 못 했기에, 이튿날에는 꼭 이루거나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밤에 잠들기에, 아침에 눈을 번쩍 뜨면서 기운이 솟아요. 사람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날 적에는 말길을 트지 못 합니다만, 어버이하고 눈을 마주하면서 소리를 듣던 어느 날부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도시 동틀 즈음이면 멧새가 하루를 알리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잠들고 새벽이슬이 반짝여 아침노을이 춤추면서 온누리에 무지갯빛 밝고 햇볕이 고루 깃들어 풀꽃나무가 춤추네 나비가 나는 낮에는 나도 너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터뜨리고 뛰놀면서 오늘을 실컷 누려 땅거미 질 무렵 제비가 쉬고 박쥐가 깨고 숨바꼭질로 별빛 헤아리다가 우리도 길게 하품 ㅅㄴㄹ ‘도시(都市)’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지요. 우리말로는 예부터 ‘고을·고장’이라 했고, 가장 커다란 고장은 ‘서울’이라 했습니다. 흙을 지으며 살아가는 시골 할매와 할배는 ‘서울’이라는 낱말로 ‘도시’를 가리킵니다. 이제 온나라 어디에나 쇳덩이(자동차)가 넘치는 바람에 빈터가 거의 사라졌고, 빈터나 골목이나 길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도 사라졌습니다만, 1990년 언저리까지 신나게 뛰놀며 바람을 가를 뿐 아니라, 벌나비랑 새랑 구름이랑 빗물하고 동무하는 어린이가 꽤 많았습니다. 이름은 ‘도시’ 또는 ‘고을·고장·서울’이었어도 철빛이 다르고 하루빛이 다른 살림이었으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전쟁 주먹을 흔드니 사납고 꽃씨 한 톨 쥐니 상냥해 발길질 해대니 거칠고 맨발로 풀밭 거닐어 기뻐 총칼은 그저 죽임길이야 무엇도 안 살리고 스스로 캄캄히 가두어 무엇이든 태우고 밟아 숲짐승은 낫도 호미도 없이 들숲을 푸르게 돌봐 헤엄이는 배도 나루도 없이 바다를 파랗게 감싸 싸우고 다투고 겨루면 빼앗고 가로채고 거머쥐겠지 사람하고 살림하고 살아가면 나누고 노래하고 다사로워 ㅅㄴㄹ 주먹으로 치고박는 싸움도 서로 다치고 아프고 괴롭습니다. 누가 앞서느냐 하는 다툼질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기 일쑤입니다. 누가 뛰어나느냐 하는 겨루기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지요. 모든 ‘싸움·다툼·겨룸’은 살림하고 등진 채 죽음으로 치닫습니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싸움’을 한자말로 옮겨 ‘전쟁’인데, 우리 삶터 곳곳에 이 말씨가 스미거나 퍼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하루가 어울림·어깨동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최고 하늘은 얼마나 높아야 하나? 땅은 얼마나 깊어야 하지? 하나가 높을수록 하나가 낮아야 한다 하나를 올릴수록 하나를 내려야 하지 개미한테도 나한테도 하늘은 그저 하늘 독수리한테도 너한테도 구름은 줄곧 구름 노을처럼 노래하며 간다 너울처럼 놀며 어울린다 가장 높으려는 허울 벗고서 가벼이 놓으며 하늘빛으로 ㅅㄴㄹ 누구를 높이면, 둘레에 누구는 저절로 낮추게 마련입니다. 높낮이나 앞뒤를 따지면, 첫째나 으뜸 둘레에 막째나 꼴찌가 있습니다. ‘최고(最高)’는 “1. 가장 높음 2. 으뜸인 것. 또는 으뜸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첫째나 으뜸이란 자리가 나쁘지 않다면, 막째나 꼴찌라는 자리도 안 나쁘겠지요? 그저 자리를 갈라 놓을 뿐이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이웃나라를 보면, 으레 첫째나 으뜸만 눈여겨보거나 치켜세웁니다. 다들 첫째나 으뜸이 되려고 자꾸 겨루거나 싸우거나 다퉈요. 함께 걸어가는 길이나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살이가 아닌, 혼자만 떵떵거리려는 굴레 같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살아가며 철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며 날마다 다른 풀꽃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결혼 함께살림을 한다면 한걸음씩 함함하게 하늘빛으로 함박웃음 하루하루 한결같이 같이살기를 간다면 가만가만 듣고 가다듬고 가벼이 손잡으며 가누고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꽃맺음 사랑맺음 아름맺음 가시버시 순이돌이 한마음 너나없이 너나들이 우리집 보금자리 둥지 포근포근 철들어 가는 어른 철노래 잇는 어버이 들숲바다처럼 노는 아이 하나씩 가꾸며 짓는 오늘 ㅅㄴㄹ 일본 한자말이라는 ‘결혼(結婚)’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자말이라는 ‘혼인(婚姻)’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뜻한다지요. 예부터 여느 사람들은 한자도 중국말도 없이 생각을 나누었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안 쓰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어떤 우리말로 둘 사이를 나타냈을까요? 먼저 ‘맺다’입니다. ‘매듭’하고 뿌리가 같은 ‘맺음’은 “열매가 맺다”나 “꽃망울이 맺다”처럼 쓰고, “이슬이 맺다”나 “끝을 맺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매조지’라는 우리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데, 곱게 피어나는 끝이자 처음인 길을 나타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학교 울타리로 찔레꽃 피고 담벼락에 동박새 앉고 밤마다 별을 읽고 아침에 이슬 먹고 나무에 올라타서 풀잎피리 풀밭에 드러누워 휘휘파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잔치 들판을 내달리는 땀방울꽃 빗물이 흐르는 길 배운다 햇살이 내리는 곳 돌본다 언니는 동생을 아끼고 동생은 언니를 이끌고 사랑을 물려주는 어린이 아이한테서 듣는 어른 소꿉으로 살림놀이 어린이 너나없이 어울리는 이야기 ㅅㄴㄹ 어린이는 어느 나이에 차면 들어가서 배우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學校)’라 하고,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뜻한다지요.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풀이하는데,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뜻해요. ‘학교 = 가르치는 곳’이라는 낱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왜 빙빙 돌며 어렵게 풀이를 할까요? “삶을 가르치는 곳”이나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우는 곳”처럼 풀이할 만하며, 쉽게 풀이하는 길을 따라서 ‘배움터·배움곳·배움집’처럼 더 쉽게 우리말로 여밀 만합니다. 숲(자연)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