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읽기 51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오월의봄 2022.10.4. 《그때 치마가 빛났다》(안미선, 오월의봄, 2022)는 치마하고 얽힌 삶길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러 가지를 놓치거나 등돌리려고 합니다. 치마가 워낙 순이옷일까요, 아니면 누구나 두르던 옷일까요? 오늘날 치마는 어떤 옷가지일까요? 오늘날은 누구나 바지를 뀁니다. 치마를 입고 싶다면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꿰고 싶다면 바지를 뀁니다.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치마를 두르고 싶으면 즐겁게 두를 노릇입니다. 그저 옷이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거나 저렇게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웃사내질로 순이를 억누르는 짓은 언제부터 누가 어디에서 일삼았을까요? 이 대목도 곰곰이 짚을 일입니다. 조선 오백 해는 어떤 틀이었고, 조선이 사라진 지 백 해 남짓 지나는 동안 우리 삶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우두머리는 한자·중국글을 ‘수글’로 여기고, 훈민정음을 ‘암글’로 여겼습니다. 중국말을 한자로 담아서 써야 ‘참글(진서)’이라고까지 여겼어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쓰는 글은 ‘무늬만 한글’이지는 않나 돌아볼 노릇이에요. 우리 삶과 넋과 마음을 우리말에 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작은숲빛 몸을 가두거나 괴롭히더라도 마음을 가두거나 괴롭히지 못 합니다. 적잖은 놈팡이가 힘으로 옭매거나 이름으로 조이거나 돈으로 묶기 일쑤입니다만, 어떤 숨결도 쇠사슬로 동이지 못 해요. 얼핏 보면 올가미를 쓴 듯하지요. 숱한 멍에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재갈을 물리거나 차꼬를 채우려 하더군요. 바람이나 햇빛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홀가분히 피어나는 넋은 붙들 수 없어요. 돈에 흔들리는 마음이라면 덤터기를 쓰겠지요. 이름값에 휘둘리는 마음은 때를 타요. 힘에 기대는 마음은 허물을 덮어씁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빛을 느껴 봐요. 바쁜 일을 살짝 쉬면서 하늘꽃을 헤아려 봐요. 잿빛으로 쌓은 서울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만하고, 부릉부릉 매캐하게 몰지 않아도 오붓하게 만날 만합니다. 멧골에 풀꽃나무가 자라기에 이 별이 푸릅니다. 숲이 있어 바다가 맑고, 바다가 깨끗하니 숲이 깊어요. 숲을 품는 작은이로 살기를 바라요. 서로서로 작은숲님이 되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4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김영사 2021.8.18.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김영사, 2021)를 이태 앞서 마을책집에서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올해에 문득 장만해서 찬찬히 읽고서 덮었습니다. 짧지 않은 나날 씩씩하게 걸어온 길을 갈무리했다기보다는, 어쩐지 글치레가 잦습니다. 옷이 멋부림 아닌 옷살림이라면, 글도 글꾸밈 아닌 글살림으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 한 줄에는 이제껏 얻거나 누리거나 쥔 이름값이 아닌, 민낯과 맨발과 속빛을 얹을 적에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옷살림에서는 손꼽히실 수 있고, 젊은이를 가르치실 수 있으나, 굳이 글쓰기까지 넘보려 한다면, 부디 일곱 살 어린이 눈길로 돌아가서 ‘새내기 할머니’로서 글씨·말씨를 추스르시기를 바라요. 햇빛은 반짝이고 삶은 대단합니다. 해는 눈부시고 오늘은 빛납니다. 옷을 차려입기에 사람이 빛나지 않습니다. 꾸밈말이나 치레말을 끌어들일수록 오히려 글이 시들시들합니다. 새길을 찾는 마음이라면, 우리말부터 새로 배우는 눈길을 틔우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3백여 쪽의 책을 쓰면서 → 3백쪽 즈음 책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옛빛 하던 대로 할 수 있고, 되풀이할 수 있고, 예전하고 다르게 처음부터 하나씩 새롭게 지으면서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옛빛을 살려도 아름답고, 오늘빛을 일구어도 아름답습니다. 되살리는 맛이 있고, 오래빛에서 말미암은 숨결을 북돋우는 멋이 있습니다. 오래되기 때문에 오늘하고 안 맞을 까닭이 없어요. 모든 새로운 길은 먼먼 옛날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옛모습이 든든히 뿌리를 뻗어서 이 땅에 풀꽃이 물결처럼 너울거리기에 새모습이 하나씩 일어나면서 또다시 맑게 바람이 불고 싱그럽게 비가 오고 밝게 햇빛이 납니다. 지나간 날은 돌아오지 않아요. 예스러운 일을 굳이 돌려야 하지는 않지요. 예나 이제나 누구나 손으로 가꾸었어요. 남 손을 빌리기보다 내 손으로 하나씩 이루었습니다. 무엇을 보고 싶나요? 무엇을 듣고 싶은가요? 오늘 깨어난 매미는 지난 일곱 해를 땅에서 곱게 꿈을 그리면서 이웃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었어요. 오늘 춤추는 나비는 애벌레란 몸으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53 빛줄기 처음에는 모르니 그냥 쓰지만 곰곰이 생각합니다. 낯선 말을 들을 적에는 무슨 뜻이고 어떠한 결이며 어느 곳에 쓰는가를 살펴요. 귀로 들어온 낱말을 혀에 얹고서 곰곰이 생각하노라면, 이제 이 낯선 낱말을 아이들한테 어떻게 풀어내어 들려주어야 즐거이 넉넉히 새롭게 받아들일 만한가 하고 반짝반짝 머리가 빛납니다. 한자말 ‘신경세포’는 영어 ‘뉴런’을 일본사람이 옮긴 말씨입니다. 일본사람은 한자를 이모저모 엮어서 새말을 잘 지어요. 우리는 일본 한자말을 그냥그냥 써도 나쁘지 않습니다. 영어를 이냥저냥 써도 안 나빠요. 다만,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다면 우리말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말로 새롭게 엮을 수 있을까요? 우리말로 즐겁게 풀어내어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나요? ‘신경세포·뉴런’이란 이름을 처음 들을 적에는 시큰둥했지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6 손빛책 누리책집 ‘알라딘’은 “알라딘 중고서점·중고샵”이란 이름을 퍼뜨렸습니다. 이곳에서는 ‘헌책’을 팔지만 정작 ‘헌책’이란 우리말을 안 쓰고 ‘중고서점’이란 일본 한자말을 쓰고, ‘중고샵’ 같은 범벅말(잡탕언어)을 씁니다. 왜 “알라딘 헌책집·헌책가게”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하지 못 할까요? 아무래도 ‘헌옷·헌책·헌집’이란 낱말에 깃든 ‘헌(헐다·허름)’이 어떤 말밑(어원)인지 모르기 때문일 테지요. ‘허허바다(← 망망대해)’란 오랜 우리말이 있어요. 웃음소리 가운데 ‘허허’가 있고, ‘헌걸차다’란 우리말도 있습니다. ‘허’는 ‘쓴·빈·없는’뿐 아니라 ‘너른·큰·하나인’을 나타내는 밑말(어근)이기도 한데, ‘하·허’로 맞물립니다. ‘하늘’을 가리키는 ‘하’나 ‘헌책’을 가리키는 ‘허’는 같은 말밑이요 밑말입니다. 사람 손길을 타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오월광주 ― 광주 〈일신서점〉 어느새 ‘오월광주’란 넉 글씨는 한 낱말로 뿌리내린 듯합니다. 해마다 오월이면 전남 광주는 길을 막고서 여러 잔치를 벌입니다. 그래요, ‘잔치’를 벌입니다. ‘고요히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왁자지껄한 잔치판입니다. 2022년 5월 18일을 앞두고 광주로 바깥일을 보러 가는 김에 헌책집 〈일신서점〉에 들릅니다. 저는 광주책집을 자주 드나들지는 않습니다만, 광주에서 책집마실을 하며 다른 책손을 스치거나 만나는 일이 아주 드뭅니다. 누가 오월광주를 묻는다면, 전남사람으로서 “왁자판을 꺼리며 이름을 감추고 들풀로 가만히 지내는 사람이 한쪽이라면, 왁자판을 벌이고 왁자지껄하게 나서는 사람이 한쪽입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누가 시키면 ― 대전 〈중도서점〉 이 시골에서 저 시골로 찾아가는 길은 멀지만, 먼 만큼 길에서 느긋하게 삶을 돌아보면서 붓을 쥐어 글을 쓸 짬이 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집안일을 맡고 낱말책을 여민다면, 마실길에는 노래꽃을 쓰고 생각을 추스릅니다. 오늘 찾아갈 마을책집을 그리고, 이튿날 만나서 이야기꽃을 들려줄 이웃을 헤아리지요. 우리는 두 가지 말 가운데 하나를 씁니다. 하나는 사투리요, 둘은 서울말입니다. 사투리란, 삶·살림을 손수 짓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스스로 펴면서 숲빛을 누리고 나눌 적에 피어나는 말입니다. 서울말이란,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받아들이면서 돈을 버는 바깥일을 하려고 외우느라 스스로 갇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어울빛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는 사람은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빛살을 흩뿌려요. 사랑둥이 곁으로 뒷빛에 빛꽃이 어우러집니다. 바다나 냇물에서 만나는 윤슬은 새롭습니다. 물빛은 이렇게 반짝거리며 노래하는 결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어울빛으로 퍼지는 마음을 속삭이지 싶습니다. 어렵기에 엇나갈 수 있고, 버겁기에 비틀거릴 수 있습니다. 손발이 안 맞는다면 어울길이 아닌 비꺽길인 셈이겠지요. 일을 하다 보면 꼬이거나 흔들리기도 합니다. 자꾸 절름거려서 부아가 나거나 불같이 씩씩거리기도 할 텐데, 서두르거나 짜증을 낸대서 일을 풀지는 않아요. 불내림을 해요. 잔불도 다스려요. 한달음에 모둠빛을 이루어도 안 나쁘지만, 우리가 한빛으로 나아가자면 조금 더 느긋할 노릇이에요. 그러나 좀처럼 불길이 안 사그라든다면, 남은불로 고구마를 구워 볼까요. 나머지불로는 모닥불을 삼아요. 추위에 떠는 이웃을 불러 서로서로 이 불빛을 누리면서 엇가락을 조금씩 풀고 맞추어 봐요. 엉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골목집 하고 잿빛집 사이 (2022.6.21.) ― 인천 〈나비날다〉 ‘골목집’은 골목사람 스스로 골목을 돌보고 가꾸는 삶터입니다. ‘잿빛집(아파트)’은 그냥 목돈을 모아서 사들이는 돈붙이(재산)입니다. 나라에서 자꾸 골목집을 허물어 잿빛집으로 갈아치우려고 할 적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집(보금자리)·마을을 가꾸고 일구고 돌보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빼앗는다고 할 만합니다. 골목사람으로 지낼 적에는 저마다 스스로 골목을 쓸고 정갈히 다스리면서, 나무도 심고 꽃밭에 텃밭을 품지요. 이 골목은 어른으로서는 만남터·쉼터·일터요, 아이로서는 놀이터입니다. 골목을 잃은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봐요. 노는 아이를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