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말. 서슴없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서슴없다 저는 1995∼97년에 싸움터(군대)에서 뒹굴어야 했는데, 이무렵 지내야 하던 강원 양구 멧골짝은 ‘도솔산’이고, 꼭대기에 깃들었습니다. 그곳은 늘 구름이 걸렸고, 한 해에 닷새쯤 해를 볼까 말까 하다는데, 빨래가 참 안 말랐어요. 모처럼 해가 나면 모든 일을 멈추고 온살림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해바라기를 시켰습니다. 눅눅하게 찌든 사람들은 마음도 눅눅하더군요. 우리는 누구라도 햇볕 한 줌을 먹으려고 그늘을 꺼렸고, 윗내기(고참)한테 밀려 한여름에 그늘에 서는 새내기(신병)는 울먹거립니다. 죽음 같은 수렁에서는 어깨동무가 어렵고 서로돕기는 뜬소리에 하나되기는 헛말일까요. 배고프면 누구나 짠놈에 노랑이로 바뀔까요. 여름에는 비에, 겨울에는 눈에, 늘 추진 그 싸움터는 1998년부터 닫아걸었다고 들었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살 데가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도솔산에서 숲짐승은 홀가분하게 살더군요. 오순도순 즐겁고, 서슴없이 뛰어요. 그곳 멧자락 풀꽃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