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5. 흰웃옷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이라면 ‘흰 + 웃옷’처럼 엮으면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흰웃옷을 가리키는 말을 일본에서 받아들인 일본영어인 ‘와이셔츠’를 고지식하게 쓰는데, 영어조차 아니고 우리 삶하고도 동떨어진 엉뚱한 말씨는 얼른 걷어내야지 싶다. ‘셔쓰’냐 ‘셔츠’로 다툴 까닭이 없다. ‘웃옷·윗도리’라 하면 되고, ‘적삼·저고리’ 같은 우리말이 버젓이 있다. 흰웃옷(희다 + ㄴ + 웃 + 옷) : 속에 받치는 흰빛인 웃옷으로 깃이 있고 소매가 있으며, 깃에는 댕기를 맬 수 있다. 하늬녘 차림이다. (= 흰윗도리·흰적삼·흰저고리·하얀웃옷·하얀윗도리·하얀적삼·하얀저고리·저고리·적삼·윗옷·윗도리·위. ←셔츠shirt/샤쓰シャツ, 와이셔츠ワイシャツ·Yシャツ/white shirt·dress shirt/와이샤쓰) 86. 다리꽃 흔히 ‘장애인 이동권’을 말하는데, 그냥 ‘다리꽃’을 말해야 알맞다고 느낀다. ‘어린이 다리꽃’이며 ‘아기 다릿날개’를 펼 적에는 누구나 홀가분하면서 즐겁고 느긋하게 어디이든 오갈 만하다. 아기는 어버이가 안거나 업거나 아기수레에 태워야 길을 다닐 수 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62 초록 풀은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이고 뭇누리를 가만히 품어주고 한누리를 푸지게 북돋운다 풀잎은 다 다른 잎빛에 잎새로 바람을 불러들여 돌보고 이슬을 송글송글 맺는다 풀꽃은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 벌나비가 쉬어가는 집 씨앗에 낟알이 영글지 풀꽃나무는 푸릇푸릇 우거지며 숲 해를 머금고 비를 받아 누구나 살풋 깃드는 빛 ㅅㄴㄹ 풀잎은 어떤 빛인가요? 나뭇잎은 어떤 빛깔이지요? 풀이기에 ‘풀빛’입니다만, 적잖은 분들은 그만 풀을 풀빛이라 안 하고 ‘초록’이나 ‘녹색’으로 가리킵니다. 중국 한자말이라는 ‘초록(草綠)’은 “1.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또는 그런 색의 물감 = 초록색 2. 파랑과 노랑의 중간 빛 = 초록빛”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본 한자말이라는 ‘녹색(綠色)’은 “= 초록색”으로 풀이해요. 우리한테는 ‘풀빛·푸름’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니, 이 말씨를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면 됩니다. 푸르기에 풀이요, 푸지게 자라면서 푸른숨을 베풀 뿐 아니라, 푸른밥(나물밥·풀밥)을 베풀기에 풀입니다. 풀을 머금으면 우리 몸에 있던 찌꺼기를 풀어줍니다. 풀은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을 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39 포기 풀 한 포기는 숲에서도 들에서도 길에서도 마당서도 골목서도 서울서도 뿌리내리고 꽃피운다 매캐한 서울에 풀씨 앉으면 그만두고 싶거나 손들고 싶거나 죽고 싶을 수 있어 숱한 풀꽃나무는 고된 나머지 서울살이나 그늘살이를 끝내고 흙으로 돌아가거나 깊이 잠들었겠지 풀 한 포기는 포근한 흙과 해와 별과 푸근한 바람과 비와 너와 우리 품을 그리며 싹튼다 ㅅㄴㄹ 우리말 ‘포기’는 풀꽃을 세는 이름입니다. 한자말 ‘포기(抛棄)’는 “1.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 2.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림”을 가리킵니다. 시골에서 살거나 풀꽃나무를 곁에 두는 사람이라면, ‘포기’라는 소리를 들을 적에 “풀 한 포기”나 “배추 한 포기”를 떠올립니다. 숲을 등지거나 서울에서만 맴돌 적에는 ‘포기’란 소리를 으레 한자말 ‘抛棄’,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그만두다·그치다·끝내다·버리다·떠나다·멈추다’를 뜻하는 낱말을 떠올릴 만합니다. 서울은 풀씨 한 톨이 깃들 조그마한 터도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고 빽빽하지요. 서울에서 흙이나 모래 한 줌을 만지기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81. 철바보 어릴 적 어머니가 문득 읊은 ‘철부지’란 낱말이 어려워 “어머니, 철부지가 뭐예요?” 하고 여쭈었더니 “철부지? 어려운 말인가? 철을 모르는 사람이란 뜻이야. 철딱서니없다는 뜻이지.” 하고 부드러이 알려주었다. 우리말로 “모르는 사람 = 바보”이다. 그러면 ‘철바보’처럼 처음부터 쉽게 이름을 붙이면 어린이도 어른도 다들 쉽게 알아차리고 이야기를 펼 만하리라. 철바보 (철 + 바보) : 철을 모르거나 잊거나 살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 철이 들지 않은 사람. (= 코흘리개. ← 철부지-不知, 삼척동자, 무지無知, 무지몽매, 지각知覺 없다, 불효, 불효막심, 불효자, 불효녀, 불효자식) 82. 큰가작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는 길이란, ‘눈높이 낮추기’가 아닌 ‘눈높이 넓히기’이다. 몇몇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말을 치우고서, 누구나 알아보면서 삶을 북돋우고 빛내어 가꾸는 길을 열려는 마음이라면 ‘어린이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말을 편다’고 느낀다. 밥집에 간 아이들이 차림판에 적힌 ‘대중소’란 글씨를 보며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둘레 어른은 으레 “큰 것하고 중간 것하고 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가능 빗물은 하늘땅 씻고 풀잎 나뭇잎 다독여 햇빛은 들숲 감싸고 냇물 바닷물 간질여 씨앗은 고요히 꿈꾸고 마을에 푸른숨 일으켜 열매는 알알이 영글고 모두들 넉넉히 살찌워 너는 휘파람 불 줄 알고 나는 바람춤 즐긴다 우리는 천천히 걸을 수 있고 함께 온누리 누빈다 해보면 새롭게 된다 그리면 언제나 이뤄 바라보며 하나씩 하고 놀고 노래하며 노을로 ㅅㄴㄹ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처음부터 알 수 있을까요? 얼핏 할 수 있는 듯싶으나, 막상 해보니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둘레에서는 다 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정작 해보니 스스럼없이 풀리면서 어렵잖이 될 때가 있어요. ‘가능(可能)’은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에 생각씨앗을 담으면, 우리 걸음걸이는 ‘이제부터 차근차근 할’ 일놀이를 바라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쉬운 일도 그르치거나 어긋나곤 해요. 하려는 마음이 ‘할 수 있음’으로 흐르고, 하려는 마음이 없기에 ‘할 수 없음’으로 굳는구나 싶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별이 돋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기억 마음이 떠나고 나면 어쩐지 떠오르지 않고 마음이 따뜻이 피면 하나둘 떠올라 새록새록 마음이 죽어갈 때면 도무지 생각이 없고 마음이 살아날 적에 도로롱 생각이 솟아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 멍울로 흉으로 새겼어 기쁘고 반갑고 흐뭇해 볼우물 눈웃음 되새겨 하나씩 적어 볼게 찬찬히 담으려 해 어제도 오늘도 이 마음을 돌아보고 돌이켜서 또렷이 ㅅㄴㄹ ‘기억(記憶)’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을 가리킨다고 해요. 우리말로는 ‘생각하다·생각나다’나 ‘떠올리다·떠오르다’입니다. 물에 떠서 올라오듯, 마음이나 머리에 떠서 올라오듯 나타나는 일·말·이야기이기에 ‘떠올리다’라 해요.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싶으면 ‘담’습니다. ‘새기’기도 하고 ‘남기’기도 합니다. 두려 하기에 ‘두다’란 말로 나타내고 ‘되새기다·되돌아보다·되살리다·되짚다·되씹다’처럼 ‘되-’를 붙여 이모저모 살피곤 합니다. 그리고 ‘간직’합니다. ‘건사’합니다. ‘돌아보’거나 ‘그리’기도 하고, ‘품’기도 합니다. ‘품다’라는 낱말은 “품에 있도록 하다”를 가리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상상 새벽에 멧새노래로 일어나 아침에 오늘살림을 그리고 낮에 벌나비처럼 날다가 저녁에 별빛으로 잠들어 마음에 품는 생각이란 앞으로 이루려는 꿈씨앗 마음에 담는 말글이란 이제부터 가꾸는 얘기꽃 하늘과 땅 사이를 날고 너랑 나 사이를 넘나들고 별과 별 사이를 누리고 마음과 마음 사이를 만나 가만히 그리면 나타나 생각하는 대로 생겨나 날아드는 빛이 일어나 꿈짓는 하루가 거듭나 ㅅㄴㄹ 뜻을 알면 길을 열고, 말을 알면 마음을 읽고, 속을 알면 씨앗을 심습니다. ‘상상(想像)’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을 뜻한다고 해요. 아직 겪지 않은 길을 미리 그리는 일이라면 ‘그림’이요, ‘꿈’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가만히 그리면서 아침을 열 적에 스스로 기쁘게 삶을 누려요. 어제까지 이루거나 해내지 못 했기에, 이튿날에는 꼭 이루거나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밤에 잠들기에, 아침에 눈을 번쩍 뜨면서 기운이 솟아요. 사람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날 적에는 말길을 트지 못 합니다만, 어버이하고 눈을 마주하면서 소리를 듣던 어느 날부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8. 올날 바로 이곳에 있는 날은 ‘오늘’은 ‘오다 + ㄴ + 날’인 얼개이다. ‘온날 = 오늘’이다. 날이 지났기에 ‘지난날’이라 한다. 그러면 앞으로 올 나날을 헤아릴 적에는 ‘오다 + ㄹ + 날’인 얼개로 ‘올날’처럼 쓸 수 있다. 또는 ‘오는날’처럼 써도 어울린다. 올날 (오다 + ㄹ + 날) (= 오는날·모레·앞날·앞. ← 미래, 후일, 훗날, 내일來日, 후後, 이후, 다음번-番, 초현실, 장차, 장래, 전도前途, 향후, 금후, 차후, 추후, 패스pas, 보류, 이순위, 잠시 후, 차次, 차기次期, 후배, 후진後進, 후임, 후계, 후손, 후예, 후세, 자손, 손孫, 손주, 손자, 손녀, 손자손녀, 격세유전) : 1. 바로 이곳에 있는 이때를 지나면 오는 날. 2. 이제 이곳으로 오는 날. 앞으로 맞이할 날. 아직 이루거나 누리거나 펴지 않았지만, 머잖아 오거나 맞는 날. 꿈으로 그리는 날. 79. 어울눈 영어 ‘gender sensitivity’를 1995년부터 쓴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성인지 감수성(性認知 感受性)’으로 옮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본말씨를 고스란히 받아들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4. 네가락놀이 듣기에 즐겁도록 퍼지는 소리를 따로 ‘가락’이라 한다. ‘소릿가락·노랫가락’처럼 쓰는데, 노랫가락이 어우러진다면 ‘가락두레’나 ‘어울가락’이라 할 만하고, ‘가락숲’ 같은 말도 지을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네 가지 ‘가락틀’을 살려서 펴는 ‘가락마당’이 있다. 이때에는 ‘네가락놀이’라 할 만하다. 네가락놀이 (네 + 가락 + 놀이) : 네 사람이 네 가지 가락으로 벌이거나 즐기거나 펴거나 나누는 놀이. 흔히 꽹과리·징·장구·북 네 가지로 노래판을 벌인다. (= 놀이마당·놀이두레. ← 사물놀이四物-, 풍물風物) 75. 풋글 어떻게 쓰더라도 모두 ‘글’이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대로 살짝 적어 놓고서 나중에 다시 살피기도 한다. ‘적다·적바림’을 가르듯, 글을 놓고도 ‘글·밑글’을 가를 만하다. 가볍게 남긴 글이라면, 문득 옮긴 글이라면, 살짝 짬을 내어 후다닥 쓴 글이라면, 앞으로 더 살피거나 살릴 뜻일 테니 ‘풋글’이란 낱말을 새롭게 엮을 만하다. 풋글 (풋 + 글) : 가볍게·처음으로 적거나 옮긴 글. 나중에 살리거나 쓸 생각으로 몇 가지만 적거나 옮긴 글. (= 밑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도시 동틀 즈음이면 멧새가 하루를 알리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잠들고 새벽이슬이 반짝여 아침노을이 춤추면서 온누리에 무지갯빛 밝고 햇볕이 고루 깃들어 풀꽃나무가 춤추네 나비가 나는 낮에는 나도 너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터뜨리고 뛰놀면서 오늘을 실컷 누려 땅거미 질 무렵 제비가 쉬고 박쥐가 깨고 숨바꼭질로 별빛 헤아리다가 우리도 길게 하품 ㅅㄴㄹ ‘도시(都市)’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지요. 우리말로는 예부터 ‘고을·고장’이라 했고, 가장 커다란 고장은 ‘서울’이라 했습니다. 흙을 지으며 살아가는 시골 할매와 할배는 ‘서울’이라는 낱말로 ‘도시’를 가리킵니다. 이제 온나라 어디에나 쇳덩이(자동차)가 넘치는 바람에 빈터가 거의 사라졌고, 빈터나 골목이나 길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도 사라졌습니다만, 1990년 언저리까지 신나게 뛰놀며 바람을 가를 뿐 아니라, 벌나비랑 새랑 구름이랑 빗물하고 동무하는 어린이가 꽤 많았습니다. 이름은 ‘도시’ 또는 ‘고을·고장·서울’이었어도 철빛이 다르고 하루빛이 다른 살림이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