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 읽기 8 초가집이 있던 마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8 흙을 닮은 아이들은 어디에 《초가집이 있던 마을》 권정생 분도출판사 1985.7.1. 흙을 가꾸어 살던 사람은 흙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흙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흙에서 나는 풀을 거두어 옷을 지었습니다. 흙을 가꾸면서 집과 옷을 지은 사람은 밥도 흙에서 지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어디에서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흙을 보금자리로 삼고, 흙을 밥과 옷으로 삼으며, 흙을 벗과 이웃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흙은 보금자리도 아니요, 밥도 옷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어디를 가든 흙은 아무것이 아닙니다. 흙으로 짓는 집이 아닌 잿빛덩이(시멘트)로 짓는 집이 되고, 흙으로 얻는 밥과 옷이 아닌, 기름(석유)으로 만드는 밥과 옷이 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곳곳에 싸움마당(군부대)이 또아리를 틉니다. 싸움마당 언저리는 쾅쾅밭(지뢰밭)이 되고, 남녘과 북녘을 가르는 자리에 길디길게 쇠가시그물(철조망)이 뿌리내립니다. 젊은이는 총을 쏘고 칼을 부리며 주먹을 휘두릅니다. 요즈음은 코를 훌쩍이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 코를 훌쩍이면서 볼이 빨갛게 얼어붙도록 바깥에서 뛰노는 아이를 못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