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우리말 3 - 삶 속에서 살려 쓸 우리말
- 한실 글쓴이 purnhansil@hanmail.net
- 올림 2026.03.26 20:26:09
쉽고 재미있는 우리말(3) - 삶속에서 살려 쓸 우리말
우리말 앞가지 ‘군-’은 ‘군입’, ‘군불’, ‘군손질’처럼 ‘꼭 갖출 것을 넘은’이란 뜻입니다. 이 처음 뜻이 더 세어져서 지나치면 ‘군것’, ‘군말’, ‘군살’처럼 ‘쓸데없는’이란 뜻으로 번집니다.
‘군것’은 ‘없어도 좋을 쓸데없는 것’이란 뜻에서 번져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조촐한 맛갓(음식)’이란 뜻으로도 넓혀졌습니다. 이 번진 뜻에 ‘-질’이 붙으면 ‘군것질’이 됩니다. 그래서 군것질은 끼니 말고 무언가를 먹는 것을 뜻합니다.
‘군걸음’은 ‘걷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걸음’이고, ‘군계집’은 ‘핫아비가 아내 말고 어르는 겨집’을 뜻합니다. ‘군계집’ 맞선말은 ‘군서방’입니다. 곧 ‘핫어미가 버시(남편) 말고 어르는 사내’를 뜻합니다.
‘군내’는 ‘제맛이 아닌 좋지 않은 냄새’란 뜻인데, 국이나 죽, 나물 같은 맛갓이 쉬거나 바뀐 냄새가 날 때 잘 씁니다.
‘군눈’은 눈길을 주지 않아도 될 것에 ‘쓸데없이 돌리는 눈’인데 이를테면 ‘노름에 군눈을 떴다’, ‘바람피우는 데에 군눈을 떴다’처럼 씁니다.
‘군돈’도 ‘안 써도 되는데 쓰는 돈’인데 오늘날 날씨고비때(기후위기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날씨고비에서 벗어나려고 참되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군돈을 쓰는지 돌아볼 일이지요. 몸을 튼튼하게 하고,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데 꼭 있어야 할 것을 사는데 드는 돈을 빼고 쓰는 돈, 곧 쓸데없이 쓰는 돈이 얼마나 많습니까? 먹고 입고 자는데 드는 돈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삶과 온 해 앞에 산 우리 한아비들 삶을 견줘보면 오늘 우리 삶은 어마어마한 군돈을 쓰고 사는 게 아닐까요? 군돈을 쓴 열매가 바로 날씨고비입니다.
군돈으로 사는 몬(물건)은 거의 다 군몬이 될 터인데 오늘날 사람삶이 만들지 않아도 될 군몬을 또 얼마나 많이 만들어 쓰면서 날씨고비를 더욱 부채질합니까?
사람살이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군몬이 무엇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죽이려고 만드는 모든 몬이 으뜸가는 군몬입니다.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그릇된 일입니다. 더 나아가면 산 목숨을 죽이는 것은 그릇된 일입니다. 사람을 죽이려고 만드는 쏘개(총), 쏘개알(총알), 내쏘개(포, 대포), 터지개(폭탄), 싸움날틀(전폭기), 싸움배(함선, 구축함), 싸움수레(탱크), 날틀배(항공모함), 물밑배(잠수함), 밑씨터지개(원자폭탄), 물남터지개(수소폭탄) 같은 것은 아람(백성)이 임자되는 나라가 서면 나라마다 죄다 더는 만들지도 쓰지도 않을 겁니다. 있는 것도 다 없애려고 하겠지요. 이런, 사람을 죽이는 잠개(무기)들이 판을 치는 나라나 누리는 그만큼 아직 아람이 임자로 서지 못하고 머슴들이 임자노릇한다는 뜻이지요. 아람이 참 임자가 된 나라나 누리라면 어떤 아람이 스스로 임자인 사람을 죽이는 잠개를 만드는 것을 꿈이라도 꿀 수 있겠어요? 일찍이 ‘고마나리(금강)’를 노래한 신동엽님은 ‘모든 잠개를 녹여 호미와 괭이를 만드는 날’을 그렸습니다.
그다음 군몬은 땅과 물과 하늘을 더럽히는 온갖 몬입니다. 누리에 처음부터 있지 않았던 것,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 가운데는 이런 것이 많습니다. 물에 녹거나 땅에 스며들거나 바람에 날려 온누리와 저절로 하나가 되는데 오랜 동안이 걸리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뭇목숨을 못 살게 하고 드디어는 사람까지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합니다. 한바다 한가운데에 떠도는 쓰레기들, 고래 뱃속에 쌓인 몹쓸 것들이 다 사람들이 만든 군몬입니다.
늘 바뀌는 마음에도 우리 겨레는 ‘군-’을 붙여 ‘쓸데없는 생각을 품은 마음’을 군마음이라 했는데 ‘군마음 먹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셔요’처럼 씁니다. 군말이나 군소리는 비슷한 말인데,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말, 곧 군더더기 말을 뜻합니다.
‘군물’은 ①끼니때 말고 마시는 물 ②죽이나 풀 같은 것 위에 따로 떠도는 물이란 뜻입니다. ‘군불’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우리 겨레는 일찍부터 추운 겨울에 방을 덥히면서 그 불에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소죽도 쑤었습니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셈이지요. 그런데 밥을 짓지 않고 방만 덥히려고 때는 불을 ‘군불’이라 했습니다. 여느 때는 잘 쓰지 않던 건넌방이나 뒷방에도 아궁이에는 솥을 걸고 손님이라도 오면 군불을 미리 지폈지요. 군불 지피는 솥에는 물을 부어 놓았다가 더운물을 썼고요. ‘군불에 밥짓기’란 말도 있습니다. 군불을 때면서 그 불에 밥짓는다. 곧 ‘어떤 일을 하는 얼결에 다른 일을 곁들여 할 때’ 쓴 말입니다.
‘군버릇’은 ‘쓸데없이 든 버릇’, 곧 ‘마땅히 버려야 할 버릇’을 뜻합니다.
‘군붓’은 ‘글이나 그림에 쓸데없이 덧붙이는 글이나 그림’입니다. 잘 쓰거나 잘 그리려다 보면 군붓을 대기 일쑤지요.
사람이 살아가려면 나날이 맛갓을 먹고, 그것이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나날삶을 삽니다. 살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있어야 하지요. 그런 살에도 ‘군살’이 있습니다. 쓸데없이 많이 먹거나 먹은 것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군살’이 찝니다. 이 온 누리는 참으로 무섭도록 잘 짜여 있어서 바르게 제대로 살지 않으면 그런 목숨한테는 누리가 언제나 앙갚음을 합니다. 온 누리 온갖 거룩한 기운이 깃든 먹을거리를 먹고 그것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군살’을 찌게 하는 버력(천벌)을 내리는 거지요. 오늘날 사람들이 번똑이(에이아이)에 얼이 빠져서 힘든 일을 번똑이한테 다 시키면 사람은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살기 좋은 누리가 펼쳐질 듯이 믿고 따라가지만, 앞날을 깊이 내다본다면 뭇목숨이 함께 누릴 멋진 누리는 군몬이 없는 누리가 되지 않을까요.
‘군손’은 ‘쓸데없이 놀리는 손’이고 ‘쓸데없이 덧붙이는 손질’은 ‘군손질’입니다. 그런가 하면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손님은 ‘군손님’이라 했습니다.
‘군입’은 ①아무것도 먹지 않은 맨입이란 뜻과 ②끼니때 말고 짬짬이 먹는 것 ③붙어서 얻어먹는 입이란 뜻이 있습니다. 셋째 뜻 보기로는 ‘한솔이 엄마를 놉으로 얻으면 군입이 셋 따라온다’처럼 씁니다.
‘군침’은 ‘무엇이 먹고 싶거나 까닭없이 입안에 도는 침’이란 뜻이고, ‘군턱’은 ‘살이 쪄서 턱 아래로 축 처진 살’을 일컫습니다.
이처럼 우리말 ‘군-’은 오늘날 우리 삶을 돌아보도록 하는 여러 말을 짓는 앞가지로 쓰기 맞춤한 말인데, 잘 살려 쓸 수 있게 익혀서 더 널리 더 깊이 우리말을 지어 쓸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