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보기]제주도에서 1 나들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1 나들이 비행기 타는 일이 버스 타는 일처럼 흔한 요즘이라지만, 날마다 일하는 몸으로는 시외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하기조차 어려웠다. 제주도를 옆마을 가듯 나들이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만 듣다가, 나도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내가 여태껏 길에서 멀리 올려다보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렇게 높이 올라가는구나. 땅도 집도 마을도 저렇게 깨알처럼 작게 보이다가 사라지는구나. 목이 돌…
- 숲하루 글쓴이
- 2022-05-16 05:4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멀리서 찾아온 글동무하고 두류공원에 갔다. 대구에 살지만 막상 혼자 느긋이 쉬려고 두류공원에 간 적이 없다. 글동무하고 찻집에라도 갈까 했으나, 봄날씨가 좋으니 공원이 낫지 않겠느냐 해서 가 보았는데, 하늘을 보며 나무 곁에 앉거나 걸으니 오히려 좋았다. 두류공원을 걷다 보니 곳곳에 씀바귀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아무도 안 쳐다볼 만한 자리에 피었다. 공원에 오는 사람 가…
- 숲하루 글쓴이
- 2022-05-06 19: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4] 가지치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4] 가지치기 올해는 아까시꽃을 따먹어 보고 싶었다. 마침 두류공원을 걷다가 아까시꽃을 본다. 이팝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다. 이팝나무에 핀 꽃이 더 뽀얗고 아까시나무는 송사리를 이제 터트린다. 그렇지만 아까시나무가 무척 커서 가지에 손이 닿기에는 내 키로는 매우 높아 보인다. 한 송이를 살짝 따서 맛을 보고 싶었는데 이 도시에서는 나무마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느라 손이 안 닿는다.…
- 숲하루 글쓴이
- 2022-05-06 19: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3] 꾀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3] 꾀꼴 소나무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차다. 햇살이 드리운 두류공원에서 조금 걸으니 흙길이 나오는 야트막한 멧자락으로 올라간다. 놀이터가 제법 넓고, 울타리가 있다. 사람은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짐승은 내려오지 못하게 막은 듯하다. 울타리 너머를 보는데, 처음이다 싶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울타리 가까이 다가간다. 새소리가 들리는 쪽 나무를 올려다본다. 바닥이 비스듬하고 나무가 무척…
- 숲하루 글쓴이
- 2022-05-04 20:52
[숲하루 발걸음 29] 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9] 칼 가마솥 옆에는 언제나 숫돌이 있었다. 굽이 높은 구두처럼 비스듬한 걸이에 푸름하고 네모난 돌을 얹어 놓았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하고 다르게 매끈하고 보드랍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가 앉아서 낫을 간다. 쇠바가지에 물을 담아 칼날에 묻히고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낫 앞머리를 잡고 갈다가 들고 보고 또 간다. 어머니가 쓰는 부엌칼은 무겁고 두껍다. 부엌칼도 숫돌에 간다. 어떤 날은 할아…
- 숲하루 글쓴이
- 2022-04-25 21:12
[숲하루 발걸음 28] 포스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8] 포스터 열세 살 적인데, 나는 도면을 잘 그렸다. 큰오빠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집에 올 적에 하늘빛이 살짝 도는 큰 종이뭉치를 들고 왔다. 나는 오빠가 그리는 설계가 무척 재미있었다. 어떻게 촘촘하게 그릴까. 어떻게 이름 글씨를 살아숨쉬도록 쓸까. 큰오빠가 집에 온 날 졸라서 글씨를 배웠다. 오빠가 종이에 자를 대고 연필로 가볍게 긋는다. 다섯 글씨라면 글씨 크기를 가로세로 5cm나 7c…
- 숲하루 글쓴이
- 2022-04-25 21:12
[숲하루 발걸음 27] 밤에 학교 가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7] 밤에 학교 가다 제사인지 할아버지 생신인지 두 고모네가 우리 집에 왔다. 이날은 몹시 아파 몸이 후끈거렸다. 어른들이 안방에 둘러앉아 화투를 치고 놀 적에 나는 방 안쪽 귀퉁이 책상에 앉아 숙제를 했다. 그러고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고모가 밥 먹자고 깨웠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쯤 되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학교 늦는다고 가방을 챙겨 방문을 열었다. 밖이 캄캄했다. 방에 …
- 숲하루 글쓴이
- 2022-04-25 21:12
[숲하루 발걸음 26] 수학선생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6] 수학선생님 국어 시간이면 늘 졸렸다. 국어 선생님은 철테 안경을 끼고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 이때만 되면 지겨웠다. 이때 국어 선생님 때문에 국어가 재미없었다. 이분이 가르칠 적에는 잠만 잤으니깐. 하루는 졸음을 겨우 참는데, 옆 반에서 우당탕 소리가 크게 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소리를 질렸다. 꾸벅 맛있게 누리던 잠이 번쩍 깼다. 자리에서 일어나 옆 반으로 달려갔다. 뒷문에서 보니…
- 숲하루 글쓴이
- 2022-04-25 21:11
[숲하루 발걸음 25] 사미 약방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5] 사미 약방 어지간해서는 약을 먹지 않는데, 몸살이 돌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스피린을 처음 먹었다. 내가 약을 잘 안 먹는 까닭이 있다. 감기에 걸려도 그냥 버틴다. 아주 어려 걸음마를 할 무렵에 후끈 달아오르고 갑자기 아팠단다. 어머니는 재 너머 사미에 있는 약방에서 약을 지어 먹였다는데, 잘 걷던 내가 그 뒤로 걷지를 않으려고 했단다. 읍내 병원에까지 가야 했단다. 어린 날에는 내가 많…
- 숲하루 글쓴이
- 2022-04-08 21:08
[숲하루 발걸음 24] 사탕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4] 사탕 어른들은 배움터 가는 길이 십리 길이라고 했다. 배움터 개나리 울타리 밖에 구멍가게가 두 군데 있었다. 마침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우르르 몰린다. 나는 돈이 늘 없었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빳빳하고 알록달록한 쫀디기를 산다. 하루는 주머니에 5원이 있는데 이 돈으로 살 만한 과자가 없다. 라면이라도 먹으려니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눈깔사탕을 하나를 샀다. 막대사탕은 알록달록하고 굵은 …
- 숲하루 글쓴이
- 2022-04-08 2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