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0] 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0] 밤 한가위에 마을 동무와 금성산에 올랐다. 풀을 헤치고 길도 아닌 비탈진 자갈을 밟고 오른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돌을 밟다가 돌이 굴러떨어져도 올랐다. 더 올라갔다가 내려올 적에는 썰매를 탈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길이 가팔라 중턱에서 멈추었다. 끝내 끝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밤을 서리했다. 밤나무 곁에 떨어진 밤을 까니 굵었다. 나무를 흔들어 밤송이를 떨어트…
- 숲하루 글쓴이
- 2021-11-07 19:2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9] 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9] 재 우리 집 아궁이는 네 군데가 있어 돌아가며 재를 퍼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보드라운 재가 쌓인다. 나는 재를 퍼내는 심부름이 싫었다. 가루가 날고 무거운 망태를 들고 높은 부엌문을 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재가 가득 차면 삽으로 퍼내야 아궁이에 넣은 나무가 솥바닥에 닿지 않는다. 새끼를 꼬아 만든 무거운 삼태기에 재를 퍼담아 거름에 쏟아붓는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는…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숲하루 풀꽃나무이야기 78] 까마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이야기 78] 까마중 어머니 말로 나는 어릴 적에 입이 짧았다고 했다. 잘 안 먹었다는 말인데 잘 안 먹었는지 아니면 먹지 못했는지 모르나 아마 먹을거리가 없고 있는 거라곤 어린 내 입맛이 없어서 그런지 모른다. 밭둑이나 풀밭에는 곡식과 다르게 지심(풀)이 있었다. 고추잎처럼 보드랍고 얼핏보면 머루처럼 보이는 말랑한 열매가 까맣게 익었다. 우리는 ‘개멀구’라 하고 어머니는 ‘강태’라 했다. 말랑한…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7] 머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7] 머루 앞집 우물가에 포도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자주빛으로 익어 갈 무렵이면 포도가 먹고 싶어 군침이 돈다. 앞집에는 마을사람이 드나들지 않았지만 나는 앞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무자위에 물 한 바가지 붓고 길어서 물을 받은 뒤 보는 사람 없을 적에 머리맡에 닿는 포도를 몰래 몇 알 따먹는다. 포도나무가 머리맡에 없었다면 따먹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내 손이 닿는 수돗가에 있으니 물 뜨…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숲하루 발걸음 15] 등목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5] 등목 칠팔월이면 볕이 뜨겁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등목을 했다. 웃옷을 홀라당 벗고 바닥을 짚고 엎드리면 나는 바가지로 찬물을 퍼서 허리띠 위에서 물을 부으면 목덜미로 떨어졌다. 우리 집은 땅에서 퍼올리는 물이 아주 차갑다. 비누를 등에 바른 뒤 찬물을 붓는다. 아버지는 ‘아, 시원하다.’ 하고 흐느끼며 목을 든다. 나는 허리춤 옷에 물이 닿지 않게 살살 또 붓는다. 작은오빠 등에도 물…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20
[숲하루 발걸음 14] 멱감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4] 멱감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점낫골 못은 우리 헤엄터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에 사는 옥이 언니네 뒤로 등성이를 하나 넘어 내려간다. 낭떠러지가 있어 좁은 비렁길을 건널 적에는 몸을 옆으로 돌려 건너는데 낭떠러지를 내려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풀을 잡고 살금살금 건너 못둑에 이른다. 걸어오면서 주워온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 뜬다. 마을에 넓은 내가 없어 물수제비는 못에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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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마을 밖 느티나무를 지나 배움터로 갔다. 느티나무에서 오십 미터쯤 되는 자리에 오른쪽은 논이고 왼쪽은 금성산에서 뻗은 등성이가 끝난다. 나지막해서 산으로 해서 모퉁이에 자리잡은 무덤으로 미끄럼틀 타며 내려오고, 돌아올 적에는 무덤 뒤로 낑낑거리며 올라와서 느티나무 자리로 빠져나온다. 오르고 내려가는 자리부터 살짝 내리막길이고 멧자락은 검붉은 돌이 겹겹을 이루고 손으로 건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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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5] 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사진출처:네이버]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5] 조 강아지풀 닮은 서숙(조)은 잎이 옥수수 닮았다. 우리 집은 논이 얼마 없어 논둑마다 귀퉁이에 조금씩 심었다. 열다섯 살까지는 노란 좁쌀밥을 먹었다. 보리밥만 먹은 적도 있고 좁쌀에 쌀을 한 줌 섞는다. 찰진 좁쌀은 맛이 있던데 그때는 찰기가 없는 노란 좁쌀이라 내 입에는 거칠어 맛도 없고 먹기 싫었다. 거친 보리밥과 좁쌀을 오래 먹어 쌀밥 먹는 일이 꿈이었다…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우리 마을에는 산수유나무가 많다. 요즘은 사월이면 아랫마을에서 잔치한다. 우리 마을에서 아랫마을까지 내를 따라 논둑마다 산수유가 자란다. 중학교 가기 앞서는 우리 산수유나무가 없었다. 구천할매네와 순이네는 산수유가 많았다. 우리 어머니는 두 집 산수를 따면서 흘린 열매를 비스듬한 논둑에서 줍고 냇가에 내려가서 주웠다. 재 너머 효선마을에서 냇물을 막은 보가 있었다. 그 물로…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4] 산수유 우리 마을에는 산수유나무가 많다. 요즘은 사월이면 아랫마을에서 잔치한다. 우리 마을에서 아랫마을까지 내를 따라 논둑마다 산수가 자랐다. 중학교 가기 앞서는 우리 산수유나무가 없었다. 구천할매네와 순이네는 산수유가 많았다. 우리 어머니는 두 집 산수를 따면서 흘린 열매를 비스듬한 논둑에서 줍고 냇가에 내려가서 주웠다. 재 너머 효선마을에서 냇물을 막은 보가 있었다. 그 물로 …
- 숲하루 글쓴이
- 2021-10-15 2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