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7] 싸리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7] 싸리꽃 싸리꽃이 피면 나도 모르게 왼손을 펼친다. 아픈 일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들일 밭일을 하지 못했다. 두 지팡이에 몸을 기댄다. 아버지가 한 해에 두 벌 싸리나무를 벤다. 가을에 잎이 떨어질 적에 싸리나무는 굵고 단단해서 마당을 쓰는 빗자루로 묶는다. 여름에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베다 놓은 싸리나무로 지게에 얹었다 뺐다 하는 부채꼴 소쿠리를 엮는다. 아버지는 지게에 얹어 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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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19:1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6] 부들 못을 지나다 부들을 본다. 어린 날에는 못가에서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다리에서 내려다본다. 우리는 부들을 또뜨락방망이라고 했다. 다듬이방망이같이 생기고 흙빛이 돌고, 겨울날 털신에 붉은 깃털하고도 닮고, 얼음과자도 닮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운뎃못에서 부들을 꺾는다. 부들로 칼싸움도 하고 궁금해서 반으로 쪼개서도 논다. 대보다 부들이 굵어서 칼싸움하면 굴렁굴렁한다. 부…
- 숲하루 글쓴이
- 2021-06-18 19:1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5 ] 살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5 ] 살구 풋살구는 유월 볕에 노르스름하게 익어간다. 어린 날 우리 집에는 살구나무가 없었다. 장골 끝에 사는 숙이네에 살구나무가 많았다. 살구나무가 뒤쪽 울타리로 에워쌌다. 길이 좁아 발을 헛디디면 어른 키높이 도랑에 떨어진다. 도랑물은 멧산에서 내려오고 숙이네 집을 휘돌아 마을로 흐른다. 나는 살구가 먹고 싶으면 숙이네 집에 찾아간다. 다른 아이는 숙이네 집에 오지 않다가 살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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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1 06:4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4] 솔밭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4] 솔밭 어린 날에는 내 몸이 작아서 그럴까. 배움터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마을을 벗어나 재 하나 넘는다. 멧길에는 온통 논밭이다. 가는 동안 앉아 쉴 나무그늘이 없다가 사이에 솥밭이 있다. 우리는 흙길로 올라가 무덤가 소나무 밑에서 쉰다. 우리는 그 자리를 솥밭무디라고 했다. 마치고 오는 길에 쉬려고 뛰어올 적도 있다. 배움터 울타리 밖에 사는 젊은 아저씨가 아침부터 우리가 마칠…
- 숲하루 글쓴이
- 2021-06-11 06:4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2] 이팝나무 갓 지은 밥내음이 가득하다. 주걱으로 밥을 한쪽으로 살살 걷고 누룽지를 푼다. 다시 밥을 누룽지 걷은 자리에 물리고 남은 누룽지를 걷는다. 막 걷어낸 누룽지가 김이 날아가자 꾸덕꾸덕하다. 나는 누룽지를 먹으려고 쌀을 조금 더 안친다. 어린날 아침저녁으로 부엌창(봉창)에 서로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가 가마솥에 불을 때면 솥뚜껑 틈으로 쏴아 쎄에 하고 김이 뿜는다. 이윽고 뜸…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7 18:5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3] 날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3] 날나무 어릴 적에는 쓰려지거나 마른 나무는 멧골에서 보지 못했다. 나무가 자라기 무섭게 도끼나 낫으로 날나무를 남김없이 벤다. 벤 자리가 뾰족해서 다친 적이 있다. 열한 살 적에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멧골을 넘다가 발이 찔렸다. 학교에서 집 사이에 있는 마을에 고모 집이 있다. 사촌하고 놀다가 고모가 일러 준 멧골을 넘었다. 빨리 가려고 폴짝폴짝 뛰며 비껴가다가 가랑잎에 덮인 밑둥을…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7 18:5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1] 빵떡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1] 빵떡 작은딸하고 장갑을 한 짝씩 끼고 빵을 뜯는다. 먹기 알맞게 자르려다 깜빡했다. 크림이 밀리고 녹두가 들었다. 내가 중학교 갓 들어갔을 적에 먹던 빵하고 맛은 다르지만, 딸하고 함께 뜯어먹으니 그때 먹던 빵이 생각난다. 나와 나이가 같은 숙이하고 두 살 많은 숙이 언니하고 셋이서 살림(자취)를 했다. 중학교 삼학년인 작은 오빠가 아침 일찍 잠이 덜 깬 얼굴로 찾아왔다.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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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6 20:1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0] 호미 댓돌에 놓은 호미 한 자루를 본다. 흙이 묻은 호미가 날카롭다. 풀을 휙 긁기만 해도 그대로 잘릴 듯하다. 어린 날 갖고 놀던 호미와 닮았다. 우리 집 호미를 보면 아버지 호미와 어머니 호미가 다르다. 아버지 호미는 크고 끝이 뾰족하고 쇠가 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쓰던 호미를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아버지 호미보다 작은 호미를 쓴다. 나는 어머니가 쓰던 많이 닳아 뭉텅한 호미…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6 20:1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9] 흙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9] 흙 길섶 흙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렸다. 흙에 스며든 물이 이 틈을 타고 흘러내리고, 푸르스름하게 이끼가 자란다. 조금 더 오르니 돌이 잘렸다. 돌 틈에 흙을 지팡이로 살짝 찔러 보았다. 겹겹 쌓인 얇은 돌이 우르르 굴러떨어진다. 흙길로 더 오르자 신발에 흙이 덕지덕지 붙어 무겁다. 갓길에는 웅덩이가 파이고 흙이 미끄럽다. 흙이 빗물에 씻기니 어떤 흙인지 드러난다. 어린 날 흙…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1 17:4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8] 솔친다 자고산(칠곡군)에서 솎아낸 나무를 쌓아두었다. 잘린 나무가 가늘고 자잘하다. 어린나무이다. 잎이 시들하지만, 아직 푸르다. 갓 베어낸 듯하다. 클 나무만 두었을까. 어미나무로만 키우려는 셈일까. 잘린 나무는 어림잡아 열 해나 열다섯 해를 자랐을 듯하다. 이 나무라면 며칠 밥을 짓고 소죽을 끓이지 싶다. 내가 열세 살 적에 어머니는 서른여덟이었다. 엄마가 막냇동생을 배어 효선…
- 숲하루 글쓴이
- 2021-06-01 17: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