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7] 정구지 장골 밭을 찾는데 헤맨다. 내가 생각한 길이 다르고 나무가 빼곡하다. 어릴 적에 다니던 비스듬한 등성이 옆구리에 난 오솔길이 넓다. 예전에 이 오솔길 곁으로 텃밭이 조그마했고 정구지와 파를 심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정구지와 파를 베러 다녔다. 정구지를 한 판 베고 나면 비가 온 뒤에 쑥쑥 자랐다. 이렇게 정구지를 베고 나면 더 기운차게 자랐다. 정구지에 꽃대가 가늘고 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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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7 20: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6] 감꽃 젖은 땅을 비끼며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감꽃을 본다. 감꽃도 피었지. 나뭇가지에 달린 감꽃을 하나 딸까 싶어 올려보니 높다. 나무가 커서 팔이 닿지 않는다. 감나무 밑 싸리 울타리에 감꽃 하나가 떨어져 아슬하게 매달렸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감꽃을 주워 모아두고 울타리에 걸린 감꽃을 베문다. 어린날 감꽃이 떠올랐다. 그때 맛이 날까 또 씹었다. 고운 꽃이 살짝 달면서도 떫고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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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7 20:28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5] 가는잎그늘잔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5] 가는잎그늘잔디 참나무 곁을 지나가다 가는잎그늘잔디 앞에서 멈춘다. 손으로 만지니 보드랍다. 서리 내린 뒤에도 홀로 푸르게 자라던 풀이다. 여느 풀이지만 푸르기에 눈길이 쏠린다. 보드라운 잎이지만 참 질기다. 어릴 적 일인데, 마을을 막 벗어나 오빠골을 오를 적에 앞서간 마을 언니오빠를 따라잡으려고 막 뛴다. 마음은 바쁜데 뛰다가 풀에 걸려 꼬꾸라진다. 옷도 버리고 손도 따끔한데 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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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6 07:1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4] 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4] 비 집을 나설 적부터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숲길이 질퍽하다. 길이 푹 꺼진 자리에는 웅덩이가 하나둘셋 나온다. 나뭇잎이 빗물에 쓸려 몰린 틈으로 물이 졸졸 흐른다. 그런데 어린 날에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오면 엄마가 마중을 오지만, 마을에서 놀다가 소낙비를 맞고 소 먹이러 따라다니다가 소낙비를 맞고 들에 밭에 일하다가 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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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6 07:13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3] 가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3] 가뭄 멧허리로 다니던 길이 넓어졌다. 왼쪽 숲은 잔디나 풀이 자라는 비렁인데 마흔 해 만에 오니 숲으로 우거졌다. 내리막길 아래는 자두밭으로 바뀌고 둘레에 쇠기둥을 꽂았다. 비가 안 와도 물 걱정이 없는 듯하다. 고개 들어 등성이가 만나는 멧봉우리를 보자니 사람 얼굴을 닮았다. 이마하고 코하고 입에 목줄기가 드러난다. 마을 들머리에서 보면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듯하다. 내가 열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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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0 21:35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2] 느티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2] 느티나무 나무가 참 천천히 자라는 듯하다. 느티나무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크다. 학교 다닐 적에 늘 나무 밑으로 지나간다. 학교 마치고 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굵은 나무에 올라가서 논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나무에 잘 올라갔다. 나무가 커서 손에 잡히지도 발을 올리기도 옮기기도 힘들어도 아랑곳 안 했다. 오월이면 마을에서 그네를 단다. 마을 언저리에서 어른들이 모여 한 줌씩 짚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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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0 21:3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 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 깨 농약을 물에 섞어서 등에 짊어지고 약을 친 어머니가 바람결에 약을 마셔서 그런지 어질어질하다고 눕는다. 붉은상추가 있어 낮밥을 먼저 먹으려는데 어머니가 일어나 쌈장을 한다. 된장을 푸러 가다가 주저앉는다. 나는 종지를 받아 일러준 단지를 찾아 된장을 네 국자를 푼다. 어머니가 참기름을 듬뿍 붓는다. 참기름을 골고루 섞고 한 통 따로 담아 챙긴다. 부엌에 참기름 냄새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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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0 21:3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 금낭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 금낭화 고샅길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면 대문 바로 밑에 분홍빛 고운 금낭화가 피었다. 기다란 줄기에 금낭화가 주렁주렁 달려 꽃가지가 휘청인다. 마당에 들어서 허리춤에 오는 담벼락에 발길이 멈춘다. 도랑 하나 사이 둔 아랫집 뒤꼍이다. 어린 담쟁이덩굴이 흙벽을 타고 지붕에 기웃한다. 흙벽을 버텨 주는 나무가 까맣다. 마흔 해 동안 살던 우리 집은 허물고 빨간 벽돌로 집을 새로 지었는…
- 숲하루 글쓴이
- 2021-05-20 21:34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9] 홍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9] 홍시 비슬산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10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 입춘이 지났다고 곁님은 얇은 바지를 입고 오더니 덜덜 떤다. 참꽃 필 적에 가기로 하고 돌아선다. 건너쪽 꼭대기에 오른다. 맵찬 바람을 막고 볕이 든 알림말이 선 바위에 퍼질러 앉아 새참으로 말랑감을 꺼낸다. 햇빛에 빛나 반짝하는 감이 달다. 그래도 어린 날 먹던 우리 집 감이 더 달다. 금성산 밑에 마을이 들어서고…
- 숲하루 글쓴이
- 2021-05-14 21:0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8] 솔가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8] 솔가리 청도 밤티재에서 길을 헤매고 남산에 오른다. 들머리에 잣나무가 쭉쭉 뻗었다. 우거진 숲으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길이 폭신하다. 붉은 잣나무 이파리가 땅에 두툼하게 쌓였다. 가파른 등성이를 따라 오르자 바위가 가득하다. 돌 틈마다 소나무가 힘들게 자란다. 낭떠러지가 있는 모퉁이를 돌아 밧줄을 잡고 곁님이 오를 적에 나는 솔가리를 밟고 발로 파 본다. 두툼해서 땅이 보이지 …
- 숲하루 글쓴이
- 2021-05-14 2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