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05] 벼랑
보슬비가 내리는 날 칠곡 가산면 유학산에 오른다. 멧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멧자락에 깃든 절까지 올라가며 바라보는데 바윗덩이가 그대로 멧자락이로구나 싶다. 어떻게 멧갓 하나가 바위 하나일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람 눈으로 보기에 바윗덩이 하나가 멧갓인 모습이 놀라울 테지만, 온누리(우주)로 보자면 이 바윗덩이도 그저 작은 돌멩이 하나일는지 모른다. 깎은 듯한 벼랑 한켠에 선 나무 석 그루를 본다. 떡갈나무이다. 이 나무는 뿌리를 어디로 내렸을까. 바윗덩이에 틈이 있을까. 아니면 나무뿌리가 바윗덩이에 틈을 내었을까. 나무를 넋놓고 바라보다가 그만 이끼에 미끄러지면서 무릎을 쿵 박는다. 아픈 무릎을 쓰다듬으며 바윗덩이에 앉았다. 멧갓인 바윗덩이를 타고 넘은 사람이 여태 얼마나 많을까. 이 멧갓 바위는 나처럼 미끄러진 사람도, 이 멧갓을 두고 싸움을 벌였던 옛사람도, 이 멧갓에서 땔감을 찾던 나무꾼도 오래오래 지켜보았겠지.
2021.05.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