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28] 멧딸기
우리 마을은 멧골이라 논이 산에 있었다. 사화산 자락인 장골에서 금서로 가는 길은 메를 하나 오르고 등성이를 휘돌면 잔돌이 검게 깔린 내리막길을 지나 또 골이 나온다. 골과 골 사이에 작은 못둑을 지나 멧길로 한참 오른다. 참나무가 작게 자라고 그 길에 옴을 자주 마주치고 흙보다 돌을 밟고 걷는다. 참말로 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밭둑 논둑을 지나면 골과 골 사이에 물이 샘솟는 곁으로 크고 작은 다랭이논에 닿는다. 어머니하고 아버지와 오빠는 모내기하고 동생하고 나는 옆 등성이에 오른다. 봉우리가 오목하게 부드러이 높고 나무가 없는 민둥산으로 풀이 많다. 딸기넝쿨이 풀이 없는 바위를 덮으며 자란다. 넝쿨이 길게 엉키며 자라 신발에 걸려 다리가 긁힌다. 뒤뚱뒤뚱하게 걸음을 옮기면 멧딸기가 뒤덮었다. 멧딸기알이 물방울처럼 쩍 벌어졌다. 우리는 멧딸기 빛깔만 보아도 익은지 덜 익은지 쉽게 안다. 잘 익은 딸기는 알이 더 빨갛고 굵다. 우리는 빨간 멧딸기를 골라 빼먹는다. 금서에는 멧딸기를 먹으려고 따라왔다. 멧딸기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내가 먹은 멧딸기는 깨끗한 자리에 자란다. 내가 잘 보라고 빨갛게 익었을까. 배가 부르면 빈그릇에 따서 두고 먹는다. 금서가 그렇게 멀고 내려오는 길이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어도 땀을 뻘뻘 흘려도 멧길을 오른다. 다른 마을 큰못도 훤히 내려다본다. 마을 동무 숙이는 아버지 몫까지 일하느라 지게를 짊어지고 풀을 베고, 나는 부지런한 아버지 그늘에서 멧딸기를 따먹었다.
2021. 06. 1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