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31] 뽕나무
뽕잎에 가려진 똘기와 아람열매가 달렸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풀벌레 같다만 맛은 달다. 오디가 나무에서 익어 갈 무렵이면 뽕잎을 따고 훑었다. 우리 집은 집도 작고 방도 작아 한 방에 모여 자고 윗목에 누에도 키웠다. 어머니는 광주리에 어린 뽕잎을 따다 어린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먹고 자라면 광주리를 바꾸고 또 자라면 광주리를 바꾸며 누에 집을 늘려준다. 누에가 무럭무럭 자라자 뽕잎도 많이 먹는다. 몸집이 굵으면 아버지는 나무로 틀을 짜고 모기그물을 붙인 켜를 올리고 발도 펴서 또 한 켜를 올린다. 솔가지를 꺾어 켜를 놓으면 누에는 솔가지에 집을 짓는다. 솔가지를 넓은 자리에 옮겨 놓는다. 우리는 집 뒷골에 올라가 뽕잎을 몇 씩 땄다. 누에가 자라자 아버지는 뽕나무 가지를 베어서 집에서 잎을 따서 더 많이 먹인다. 누에가 실을 풀 때쯤이면 굵다. 어른 손가락보다 굵다. 잠결에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를 쉐쉐 세차게 듣는다. 누에가 입에서 끊임없이 실을 풀면 온통 하얀 고치이다. 실을 풀어내고 고치에서 잠든 누에를 생각지 못하고 나는 귀에 대고 흔들며 고치를 손에 쥐고 놀았다. 엄지보다 작은 고치 집에 큰 몸을 어떻게 돌돌 말았을까. 아프지 않을까. 입으로 실을 다 풀어야 잠이 들까. 뽕나무는 누에한테 주려고 잎눈을 뜨고 누에는 사람 몸을 가려 주려고 온힘으로 실을 풀어 누에천(비단)이 되는 꿈을 꾸네. 나는 무엇을 누구한테 줄 수 있을까. 뽕나무에 달린 오디가 고치에 깃든 누에를 닮았다. 진갓골 못둑에 뽕나무도 아직 있을까.
2021. 06. 1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