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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8] 마늘 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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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8] 마늘 캐기

 

유월 보름 무렵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비를 안 맞히려고 마늘을 당겨서 캤다. 비 얘기만 뜨면 온 마을이 바쁘다. 수레를 타고 재 너머 마늘밭에 갔다. 모두 호미로 마늘을 하나씩 캤다. 소가 들어갈 길을 트면 아버지는 쟁기로 마늘을 깊이 갈았다. 마늘 심을 적처럼 줄지어 뒤로 물러 서다가 소가 지나가면 쓰러진 마늘을 줍는다. 마늘 뿌리에 진흙이 붙었으면 마늘을 마주치면서 흙을 털어낸 뒤 나란히 넌다. 마늘을 다 주우면 어머니 아버지는 마늘을 묶고 우리는 곁에서 쉰씩 헤아려 놓는다. 어머니가 하는 대로 따라서 짚으로 묶어 보지만 헐렁하다. 짚을 빙빙 돌려서 매듭짓는 일이 서툴다. 내가 묶은 마늘을 들면 마늘이 쑥쑥 빠진다. 어머니가 묶은 마늘을 우리는 두 손에 둘씩 거머쥐고 수레로 옮기면 아버지는 차곡차곡 높이 쌓는다. 마늘을 다 묶은 뒤 빈 논을 다니면서 떨어진 마늘을 줍는다. 우리 논은 이웃 마을에 있어 재를 넘는데 비렁길이라 울퉁불퉁하고 마른 먼지가 펄펄 났다. 오빠하고 아버지는 마늘을 집으로 나른다. 아버지가 가게에 올라가서 장대에 하나씩 건다. 밑에서 오빠가 하나씩 올려 주고 동생과 나도 거든다. 흙이 떨어져 우리 머리에는 흙범벅이다. 어머니는 들일을 하고 저녁밥을 짓느라 매캐한 바람을 마신다. 마늘 장사가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금을 저울질할 적에 때를 잘 맞추어 팔아야 한 해를 버티는데, 어느 해는 제값도 받지 못하고 또 어느 해는 마늘이 싸서 돈이 안 되기도 했다. 마늘값으로 살림이 버거웠다. 열여섯 살에 어머니는 나를 고등학교에 안 보내려고 했다. 집안살림을 뻔히 아는 터라 수학선생님이 간호학원으로 가면 좋겠다고 원서를 써 주었다. 원서 내는 날 어머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졸랐다. 학교 안 가겠다는 작은 오빠는 등을 떠밀고, 배우고 싶어 안달이 난 나는 가시내라고 안 보내준대서 울면서 떼썼다. 마늘은 내 마음을 헤아려 주었는지 그해 마늘금으로 살림을 조금 폈다.

 

2021.07. 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