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09] 모깃불
여름이 되면 마당에서 잤다. 안방에서 뜨락을 밟고 두 계단 내려오면 마루를 붙여놓았다. 어머니가 밥을 할 적에 아버지는 마당에 불을 피운다. 볏단에 불을 지피고 풀을 덮었다. 연기가 많이 난다. 매캐한 연기가 마당을 휘돌고 바람에 떠밀려 다닌다. 우리는 마루에 앉아 저녁을 먹고 아버지 몽침이를 갖다 드리고 눕는다. 어머니는 거꾸로 눕고 동생하고 자려면 갈치잠을 잔다. 나한테 밀려나면 동생도 마당에서 잔다. 아버지하고 오빠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더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잘 덮지도 않고 잔다. 나도 멍석에 눕는다. 꺼끌꺼끌해도 넓은 멍석에 누우면 하늘에 눈길이 빼앗긴다. 눈썹달이 조금씩 살을 찌우며 보름달이 되었다가 다시 눈썹달로 사라지는 달을 구경한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은 얼마나 반짝이는지 밤늦도록 별을 헤아리고 별을 찾는다. 올록볼록 카시오페아 국자꼴 북두칠성 북극성 작은곰자리 큰곰자리를 잘 찾았다. 아홉 살에서 열세 살 적에 본 밤하늘과 여름밤은 어린 날 하나뿐인 책이다. 별을 헤아리면서 잠이 든다. 새벽이슬을 맞으면 방으로 옮기는데 찬기운에 새벽에 깨서 혼자 방으로 건너가기가 싫었다. 네 시가 되면 일어나는 아버지는 나를 안고 방에다 누인다. 내 몸이 뜨락을 오르는 줄 느낀다. 설핏 잠이 깨도 자는 척한다. 어머니 아버지도 마당에서 잔 뒤로 그제야 하늘을 제대로 본다. 낮에는 일하느라 하늘 볼 틈이 없고 언덕집에 살 적에는 방도 좁고 마당이 아주 좁아 누워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집도 더 커 보이고 마당이 있어 여름을 시원하게 잔다. 집을 얻고도 빼앗겼다가 해가 바뀌고서야 겨우 샀다. 우리가 없이 산다고 남한테 팔려고 했던 집인데, 숙이네 아버지하고 정이네 아버지하고 친척 아재가 귀띔해서 얻었다. 못산다고 얕봐도 그 많은 설움 이겨낸 어머니 아버지는 큰 마당에 누워서 얼마나 좋아할까. 우리는 별을 마음껏 보아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 많던 별은 다 어디 갔을까. 모깃불 연기가 어머니 아버지 설움을 매운 연기로 씻어 주고 마당도 하늘을 보는데, 반짝이던 별은 이제는 하늘에 별 찾기가 되는가.
2021. 07. 2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