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0] 부처손
멧길을 오르다 바위에 붙은 부처손을 본다. 이곳저곳 숲을 다녀도 눈에 안 띄던데 오늘 본다. 어릴 적에 본 부처손을 금성산 뒤쪽에서 보았다. 우리 밭이 그 골에 있었다. 덩굴진 풀밭에 옹달샘이 있고 물이 뿌옇다. 샘에서 넘쳐흘러 도랑길을 폴작 건너 칡덩굴을 헤치고 바위 밑에 선다. 나는 큰 바위를 자주 올려다보았다. 풀이 날 자리가 아닌데 푸른 부처손이 빽빽하게 바위를 덮는다. 가을이면 잎이 말라죽은 듯 오그라들었다가 이맘때면 푸르다. 오늘 보니 바위에 보드라이 흙이 있다. 나무뿌리를 타고 흙이 흘러 고였다. 고운 흙에 이끼와 자리를 잡고 가랑잎이 덮었다. 어린 날 내가 본 바위에는 가파르게 자리잡아 흙도 없는 바위에 붙었다. 나는 곧잘 따고 싶었지만 어린 내 손이 닿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따 달라고 졸랐다. 아버지는 지게에서 부처손을 꺼내 주었다. 나는 어디서 돌을 들고 와서 부처손을 얹어 수돗가에 두었다. 물을 돌에 뿌려 주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잎이 누렇게 말라 갔다. 나는 바위에 푸른 부처손이 붙어 자라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풀을 골라 반찬을 해먹는데 바위에 저렇게 많이 붙은 부처손은 왜 먹지 않을까. 먹는 줄 알았더라면 바위에 저렇게 붙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바위에서 잎이 큰 부처손이 자랄까 고개를 갸웃했다. 바위도 사람처럼 검버섯을 피우고 그 자리에 부처손이 자랄까. 돌도 꽃을 피우고 싶을까. 바위 품에서 물을 빨아먹고 햇빛과 달빛을 품을 테지. 겨울이 오면 바위가 덜 춥도록 함께 몸을 웅크리며 오그라들는지 모른다. 부처손은 바위가 부처인 줄 알고 주먹을 불끈 잡았으려나.
2021. 07. 3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