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2] 수수
수수는 잎이 넓적하고 줄기가 워낙 커서 얼핏 옥수수와 닮았다. 꼭대기에 작은 알곡이 무르익으면서 빳빳이 세운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수꾸나무라 하고 수수가 다 익으면 자루에 넣거나 모기그물에 넣고 비비거나 방망이로 두들겼다. 작은 알곡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살살 다스린다. 이렇게 떨어낸 작은 수수를 우리 어머니는 디딜방아에서 껍질을 벗겨낸다. 디딜방아에 알맹이를 벗기는 공을 끼우고 물을 조금 부어서 뒤적거리며 찧어서 껍질을 벗긴다. 껍질하고 알곡이 섞였기에 어머니는 손으로 퍼담아 키로 까불어 부슬부슬 말려서 붉고 찰진 수꾸떡을 구웠다. 아버지는 알곡을 털어낸 수숫대는 모아서 수수빗자루를 엮었다. 끝을 고르게 맞추고 끈이나 쇠끈으로 묶고 자르면서 비로 엮는다. 손잡이로 모은 수수는 한 줌에 잡히는 굵기로 군데군데 벌어지지 않게 쇠끈으로 동여 묶는다. 대는 통통하고 잘록한 손목 같았다. 아버지는 다 묶은 끝을 작두에 넣어 반듯하게 잘랐다. 빗자루에 알곡을 떨어낸 수수에 알록달록한 알곡 껍질이 남았다. 아버지는 못 쓰는 국그릇으로 달라붙은 껍데기를 쭉쭉 훑었다. 그릇이 얇아서 손에 잡기 좋다고 했다. 껍데기를 다 벗기면 빗자루가 깨끗하다. 대를 길게 잘라 엮어 저자에 갖고 가서 팔았다. 우리는 수수를 가위로 자르고 껍질을 벗기면서 갖고 놀았다. 수수는 콩을 벤 뒤에 심고 껍데기를 벗겨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어머니가 솥뚜껑을 엎어 놓고 구워 준 수꾸떡은 아주 맛있다. 아버지가 엮은 수수빗자루로 부엌을 쓸고 뜨락을 쓸었다. 지저분한 자리를 깨끗하게 쓸어 주어서 수수일까. 몸집을 부풀리며 메마른 땅에 잘 자라 주는데, 여름이 지나면 긴 목을 숙이며 땅을 보겠지. 알곡은 떡으로 우리를 먹여 주고, 떨어낸 껍데기로 집안을 깨끗하게 쓸어 주고, 긴 대는 우리하고 놀아 주던 수수는 수수한 삶을 말없이 가르쳐 주었지 싶다.
2021. 08. 0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