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8] 뱀딸기
금성산에는 멧딸기가 아주 많다. 금서 가는 날이면 등성이에 올라가 딸기를 쏙쏙 빼먹었다. 줄기에 가시가 돋고 나무로 자랐다. 그러나 뱀딸기는 논둑 밭둑 못둑에 작은 풀밭에 한뼘 풀로 올라왔다. 가시도 없고 빛깔만 멧딸기하고 뱀딸기가 닮아 보이지만 꼴이 다르다. 뱀딸기를 한 입 베물면 안이 하얗고 허벅허벅하고 싱겁다. 멧딸기는 새콤하고 알알이 붙어 하나로 영글었다. 뱀딸기는 뱀이 먹고 사람이 먹지 못하는 딸기인 줄 알고 먹지 않았다. 빛깔이 고운데 왜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뱀딸기라 할까. 풀이 작아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뱀이 먹는 줄 알까. 뱀한테 있는 독을 밍밍한 딸기로 씻을까. 나는 뱀을 보기만 해도 몸이 움찔하고 소름이 돋는다. 뱀이 나한테 뭘 하지 않는데도 무섭다. 뱀딸기는 내가 뱀 보고 놀란 몸에 돋은 소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이 추울 때 돋는 살결 같다고 이거 먹지 말라고 보여주나. 우리가 먹는 딸기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 뱀은 살결이 보드라워 먹고 싶어도 얼씬 못 하니 제 딸기라고 뱀도 먹으라고 남기나. 흔한 딸기를 먹고 독을 풀면 풀밭에 아이들을 신나게 뛰어놀게 모으는 딸기일지도 모른다. 뱀이 아닌 귀여운 토끼나 사슴 딸기라 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흘깃홀깃 보았을지 모른다.
2021.8. 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