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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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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2] 메주

 

어린 날에 겨울이 되면 하루를 잡아 온 가족이 메주를 쑤었다. 볕 따뜻한 날 가마솥에 콩을 삶아 디딜방아에 찧어서 고무 그릇에 퍼담아 시렁이 있는 방에서 일을 나누었다. 쳇바퀴는 새끼줄을 친친 감고 보자기를 펴서 깔고 콩을 가득 채운 뒤 덮고 올라가 발로 자근자근 밟았다. 메주를 밟아 틀을 빼서 좀 두고 꾸덕꾸덕하면 짚으로 매달아야 하는데 우리는 방이 좁아서 틀에서 빼면 그대로 묶느라 애써 밟은 메주가 터져 떨어지기도 한다. 겨울 동안 따뜻한 방에서 메주가 바짝 마르면서 곰팡이가 피고 속에서 뜬다. 메주 뜨는 냄새가 쿰쿰하다. 방안 가득 찬 메주 냄새이다. 머리에도 옷에도 배는 메주 띄우는 냄새를 아주 싫어했다. 우리는 설까지 이 냄새를 맡으며 잤다. 메주는 따뜻한 방에 놓아야 노랗고, 하얀 곰팡이가 피어야 잘 띄운 메주가 되고 잘못 띄우면 까맣게 핀다. 설 쇠고 나면 메주를 쪼개서 장을 담았다. 사월인가. 파리가 없을 적에 장단지를 열어 둔다. 비를 맞지 않는 처마 밑에 두고 장물 떠내고 된장을 쑨 다음 단지를 꽁꽁 처맨다. 똥파리는 단지를 덮어 두어도 뚜껑 밑으로 타고 들어가서 냄새나는 데서 알을 깔까. 어머니가 덮어 놓은 단지 속이 어쩌면 알을 지키기에 좋은 집일 테지. 똥파리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지 않고 똥파리가 태어나지 않는 달에 담근다. 나는 똥파리가 된장을 좋아해서 맴도는 줄만 알았다.

 

2021. 10. 0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