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사진출처:네이버]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5] 조
강아지풀 닮은 서숙(조)은 잎이 옥수수 닮았다. 우리 집은 논이 얼마 없어 논둑마다 귀퉁이에 조금씩 심었다. 열다섯 살까지는 노란 좁쌀밥을 먹었다. 보리밥만 먹은 적도 있고 좁쌀에 쌀을 한 줌 섞는다. 찰진 좁쌀은 맛이 있던데 그때는 찰기가 없는 노란 좁쌀이라 내 입에는 거칠어 맛도 없고 먹기 싫었다. 거친 보리밥과 좁쌀을 오래 먹어 쌀밥 먹는 일이 꿈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앞서 우리 어머니는 한 해 동안 좁쌀만 먹고 살았단다. 부자들은 쌀밥을 먹고 어머니는 서숙 두 가마니를 찧어 좁쌀로 죽을 끓인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도 남 집에 여덟 해나 옮겨가며 일해 주며 살았기에 쌀밥 구경이라도 했지만, 어머니는 좁쌀로 버텼다. 이제는 밥에 섞어 몸에 좋다고 먹지만 우리는 먹을 쌀이 없어 누렇게 익으면 잘라서 털고 까불어서 밥을 짓는다. 그래도 좁쌀이 있어 우리 어머니가 한 해를 버티게 해 준 고마운 밥이다. 그래서일까, 고개 숙인 조를 보면 슬프다. 배불리 먹지는 못해도 배곯지 않게 하고도 무엇이 섭섭할까. 가는 줄기에 그 많은 알곡을 맺어 어머니와 우리 몸을 돌봐주고도 고개 숙여 참한 삶을 살피려 할까.
2021. 10. 1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