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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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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6] 뱀알

 

마을 밖 느티나무를 지나 배움터로 갔다. 느티나무에서 오십 미터쯤 되는 자리에 오른쪽은 논이고 왼쪽은 금성산에서 뻗은 등성이가 끝난다. 나지막해서 산으로 해서 모퉁이에 자리잡은 무덤으로 미끄럼틀 타며 내려오고, 돌아올 적에는 무덤 뒤로 낑낑거리며 올라와서 느티나무 자리로 빠져나온다. 오르고 내려가는 자리부터 살짝 내리막길이고 멧자락은 검붉은 돌이 겹겹을 이루고 손으로 건들면 멧길 돌이 떨어진다. 흙이 없는 돌틈은 늘 물을 머금는다. 떨어지는 물이 골로 흐르고 좁은 물길 따라 풀이 자란다. 나는 그 자리를 지날 적마다 뛰었다. 하루는 배움터에서 돌아오던 길에 뱀을 만났다. 동무들 여럿이 돌을 주워 뱀을 때려잡았다. 사내들이 돌로 뱀을 찍었다. 죽은 뱀은 풀빛이 아니면 나무빛을 띠었는데 터진 배에 뱀알이 있었다. 메추리알만한 크기로 하얗다. 뱃속에 알을 품은 뱀을 잡아 뱀이 우리 집 쌀독에 들어가 알을 놓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파랗고 커다란 쌀통을 보면 나 때문에 뱀이 나오는 줄 알고 무서웠다. 뱀이 벗어 놓은 허물도 길에서 자주 보았다. 뱀은 무늬가 얼룩이 지고 살결이 보드라우면서도 무섭다. 매끈한 몸이지만 혀를 날름 내밀기도 하고 독뱀한테 잘못 물리면 죽는 줄 알았다. 뱀은 강아지와 달리 우리가 다가가지 못하는 짐승이었다. 우리를 건드리지도 않는데 뱀을 보면 내빼거나 죽이려 달려든다. 뱀은 어쩌다가 사람한테서 미움을 받을까.  뜯긴 살점을 벌려 나뭇가지로 알도 꺼내어 잘못 없는 뱀가족을 박살냈다. 따뜻한 볕을 쬐려다 우리 손에 애꿎게 죽은 알을 밴 뱀아, 그때 우리가 잘못했어. 봐주렴. 우리가 너무 끔찍하게 한 일이 자꾸 떠올라. 그날 내 허물을 벗고 싶구나.

 

2021. 10. 1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