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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4] 쇠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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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4] 쇠똥구리

 

여름이면 산을 둘 넘고 간지밭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 등성이를 올라 소를 먹였다. 잔디가 깔린 등성이다. 금서로 가는 갈림길인 오솔길에 소똥이 많았다. 마당에 소똥을 누면 삽으로 떠서 치우지만 숲길에는 그대로 있어 엉뚱한데 보다가 소똥을 밟기도 했다. 소는 길을 가다가도 꼬리를 들고 오줌을 누고 똥을 눈다. 물똥을 싸면 비켜섰다. 된똥은 땅바닥에 퍽 퍽소리 내며 진흙이 떨어지는 듯했다. 흙빛 똥이 까맣게 마르기 앞서 벌레가 모여든다.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마른흙이 펄펄 나는 길바닥에 쇠똥구리가 다닌다. 풍뎅이 같기도 하고 작은 사슴벌레처럼 까맣고 단단한 옷을 입었다. 소똥구리는 소똥을 굴린다. 똥을 울퉁불퉁하지도 않게 둥글게 만다. 작은 몸으로 구슬보다 곱이나 큰 똥을 영차 굴린다. 울퉁불퉁한 길로 쇠똥구리 둘이 힘을 모아 커다란 쇠똥알을 굴린다. 우리는 재미 삼아 소똥을 빼앗고 쇠똥구리를 작대기로 날리기도 하고 발로 밟았다. 쇠똥구리는 똥을 둥글게 빚어 알을 낳을 보금자리인데, 우리는 못되게 괴롭혔다. 쇠똥구리가 소똥을 치우는 줄도 모르고 짖궂게 굴었다. 이제 멧길도 숲이 우거지고 소도 마을에서 사라졌다. 쇠똥구리는 소똥 없이 어떻게 알을 낳을까. 멧돼지똥이라도 찾을까.

 

2021. 11. 2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