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5] 도끼비바늘
고욤을 보려고 풀밭에 들어갔다. 사람 손길 닿던 밭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다 보니 풀이 허리까지 온다. 작은나무도 한 해 사이 허리만큼 자랐다. 풀을 발로 쭉 밀어 눕히면서 밖으로 그냥 나왔다. 바지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바지 올이 풀린 끝단과 신발에 풀빛 바늘도 붙었다. 어린 날에 밭에 갔다가 풀밭을 지나서 집에 오면 그때에도 옷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갈바람이 시원하게 불 무렵 털옷을 입고 실로 짠 바지를 입어서 도깨비바늘이 더 달라붙었다. 손마디 길이가 되는 바늘은 그나마 손에 잘 잡혀 떼기 쉬우나 작고 동그란 도깨비바늘을 떼면 올이 뭉친다. 도깨비바늘에 스치기만 해도 앞과 뒤 아래위에 달라붙어 떼고 뗐다. 마당에서 하나하나 떼는 일이 번거로워 그냥 들어가면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었다. 내가 안 떼면 어머니가 떼야 했다. 도깨비바늘은 씨앗이 길쭉하고 뾰족한 가시이다. 가시로 몸에 달라붙어 숲을 나오려고 할까. 갈고리 가시로 척 붙으면 떨어지지 않아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들으라 할까. 걷지 못하는 씨앗은 움직이는 짐승과 사람한테 붙어 멀리 떠나고 싶었겠지. 바람이 불어도 스스로 날아가지 못해 누가 곁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몰라. 길쭉길쭉한 풀바늘이 씨앗이라니. 온몸에 붙어 꽉 잡고 따라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2021.11. 2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