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8] 무궁화
창밖을 보는데 무궁화 꽃송이가 하나 떨어진다. 여느 꽃은 활짝 핀 채로 꽃잎을 떨구며 시들고 동백꽃도 핀 채로 떨어지던데, 무궁화는 부채처럼 펼쳤다가 이 잎을 접고 통째로 떨군다. 나무를 바라본다. 군데군데 하얗게 꽃이 피었다. 하나 피면 하나가 떨어지는 꽃인가. 어릴 적에 무궁화는 배움터에서 보았다. 우리나라 꽃은 무궁화이고, 학교 나무는 향나무인데, 시험문제로 나왔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모이면 술래잡기를 했다. 한 아이가 엄지를 치켜들고 ‘숨바꼭질 할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하면 골마다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엄지를 잡고 또 잡으며 손탑이 되었다. 열이 모이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를 세우고 숨었다. 술래가 담벼락에 손을 짚고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열을 헤아릴 동안 숨었다. 나는 순이네 집 뒷간에 숨었다. 동무와 둘이서 숨을 죽이며 냄새를 참았다. 술래 발자국이 담을 따라 반쯤 오는가 싶더니 돌아갔다. 이때다 싶어 우리는 달려나가 술래가 없을 적에 담을 찍었다. 술래가 읊은 말은 열을 헤아리고 백까지 헤아린 셈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라지만,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 우리끼리 즐거워 무궁화라는 꽃을 늘 노래하면서 놀았다. 무궁화 꽃은 우리가 꽃이 피었다고 놀이를 많이 해서 꽃을 잘 피울까. 요즘도 어디선가 저를 노래 부르는 줄 알까. 술래를 해서 시험을 맞춘 줄 알까.
2021. 12. 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