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6] 환삼덩굴
환삼덩굴이 개나리 틈으로 올라와 가지를 친친 감았다. 개나리 울타리인지 풀밭인지 헷갈릴 만큼 덮었다. 잎은 손바닥을 펼쳐 놓은 듯하고 매끈한데 줄기는 솜털 가시가 송송 박혔다. 어린 날에 이 덩굴에 발목이 걸리고 맨다리가 긁혀 발갛게 자국났다. 가는 줄기가 질겨서 긁힌 자국이 손톱에 긁힌 듯 날카롭고 따가웠다. 마땅히 바를 약이 없어 그래도 버티었다. 찬물에 데이면 더 따갑고 며칠 지나면 검붉게 딱지가 앉는다. 딱지가 떨어지려고 일어나면 그 밑에 새살은 바알간 빛이 돌았다. 환삼덩굴은 밭둑 논둑 산에 풀밭처럼 퍼졌다. 덤불은 잔디나 고구마처럼 뿌리가 서로 이은 띠풀로 땅을 물고 퍼져나가 문어발처럼 딱 붙었다. 어머니는 대기미 밭둑에 덤불이 번져 길까지 확 퍼진 포기 갈래가 스물이 넘어도 뿌리 하나를 찾아 낫으로 똑 잘렸다. 그런 다음 풀을 둘둘 말아 힘주어 뒤로 젖히면 땅을 쥐던 환삼덩굴이 한덩어리로 뒤집힌다. 뒤집힌 자리는 풀이 홀라당 벗겨져 맨땅이 훤하게 드러났다. 환삼덩굴은 어머니 아버지한테는 골칫거리이다. 풀이 너무 잘 자라 걷고 나면 풀이 뒤덮고 또 덩굴 뿌리를 찾아 걷어야 했다. 밭고랑을 갈아엎고 땅을 보드랍게 해서 씨앗을 뿌리는 바쁜 손길을 닿게 하는 덩굴은 달갑잖다. 환삼덩굴은 풀을 뒤덮고 어디까지 뻗어 가고 싶었을까. 질긴 줄기로 무엇을 하려는 생각일까. 우리 팔다리를 발갛게 긁고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풀도 저마다 돋는 까닭이 있을 텐데, 산에 들에 묵힌 자리만 비집고 올라와 다른 풀꽃나무를 숨길까. 우리를 따갑게 하면서 이렇게 아프면 먹으라고 알리고 싶었을까.
2021.12.2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