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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8] 울콩과 양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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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8] 울콩과 양대콩

 

아버지가 콩을 뿌리째 뽑아서 마당에 두면 할아버지가 마당에 널었다. 메주콩이나 콩나물콩이 바싹 마르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는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작대기로 두들긴다. 앉아서 도리깨질을 했다. 힘에 부치면 도리깨를 받아 나도 내리쳤다. 콩줄기를 걷어내고 모으는 일까지 할아버지가 했다. 그러나 울콩이나 양대콩은 손으로 꼬투리를 벌리면서 깠다. 모두 모아 봐야 부피가 얼마 되지 않았다. 봄에는 울콩을 감자밭 고랑에 심었다. 콩꼬투리가 여물면 알록달록 곱다. 껍질이 두껍고 콩알도 굵다. 콩꼬투리를 까면 빨간 콩도 있고 얼룩무늬 콩도 있다. 어머니는 울콩을 감자콩이라고 했다. 감자가 자라지 못해 마른자리에 울콩을 고랑 사이사이에 심고 감자하고 같이 캔다고 붙였는지도 모른다. 봄에 심은 또 다른 콩은 덤불로 자라 넝쿨 줄기가 잘 뻗도록 올려주면 가을에 여물어 땄다. 콩꼬투리가 얇고 콩도 울콩보다 자잘하다. 콩을 까서 들여다보면 어금니하고 닮았다고 어금니콩이라 했다. 콩을 광주리에 담아 놓고 어머니하고 깠다. 깍지를 벌려 콩알을 헤아리기도 하고 알이 영근 꼬투리를 골라 까면 여물지 못한 콩은 겉보기도 두껍고 몇 알만 들었다. 꼬투리 하나에 다섯아이 일곱아이처럼 사이좋게 자라는 동안 한 꼬투리에도 크기가 다르다. 가운데 콩이 굵다. 여름 콩은 햇볕을 많이 먹어서 통통하고 알록달록 붉은가. 가을에 따는 양대콩은 알이 많아 못난이가 되었네. 다 같은 콩인데도 감자밭에서 자란 콩과 밭둑에서 자란 콩처럼 자리가 한몫 할까. 작은 콩알 하나가 꼬투리로 열리고 숱한 꼬투리를 달고 나오다니, 씨앗은 언제나 놀랍다. 말씨 마음씨도 씨앗일 테지.

 

2022. 01. 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