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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7] 돌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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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7] 돌나물

 

장골 길가 바닥에 돌나물이 잔뜩 자랐다. 어린 날에는 길바닥에 수북하게 돋지 않았다. 나는 돌나물을 뜯으러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를 지나 점낫골 길목 오르막에만 갔다. 동무와 둘이서 돌나물을 뜯는다. 돌길이지만 바위가 얼마 없는데 그곳에는 바위가 있었다. 바위와 바위 밑에도 나물이 자랐다. 채송화보다 잎이 넓지만 닮았다. 바위에 붙은 돌나물을 연필 깎는 칼로 하나하나 잘랐다. 바위 둘레를 돌며 더 푸르고 큰 나물만 골라 땄다. 노란 듯 푸른 어린 돌나물은 작다. 뜯어도 부피가 늘지 않고 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뜯지 않아서 어린 돌나물은 한숨을 돌렸을지 모른다. 어머니도 밭일 마치고 오는 길에 돌나물을 뿌리째 걷어서 집에서 다듬는다. 어머니는 돌나물에 양념을 섞어서 참기름을 붓고 큰 그릇에 비볐다. 나는 풀내음이 나서 나물을 걷어내고 먹지만 아버지는 국물이 하얀 물김치도 잘 드셨다. 돌나물은 돌을 시원하게 하고 우리도 시원하게 하는 숨결이네. 피를 잘 돌도록 도와주어서 돌나물이라 했을까. 막 돋았을 때 먹으라고 했을까. 멧산에 돌이 많아도 통통하게 물을 머금은 나물이 돌을 붙잡고 뿌리가 마르지 않게 빈틈없이 뭉치며 사네. 골로 다니며 우리가 찾아다니던 돌나물은 이제는 길가까지 내려와도 뜯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숟가락을 부딪치며 떨거덕거리며 먹던 우리는 그곳을 떠났는데, 네가 남아서 골을 푸르게 지키네. 이제 마음껏 꽃을 피우렴.

 

2022. 01. 3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