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숲하루 발걸음 22] 운동회
운동회가 열릴 적에는 온마을이 잔칫날이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먼저 가고 어버이는 뒤따라 왔다. 너른터(운동장)에는 마을마다 모둠으로 앉는다. 마을 사람들이 솥을 걸치고 국을 끓였다. 밥을 모여서 먹었다. 어머니는 떡을 해오고 땅콩하고 밤에 고구마를 삶고 감도 삭혀서 갖고 왔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적에 아이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 앞으로 지나갈 때면 어른들은 꽹과리를 신나게 치며 힘내라고 소리친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데 첫째를 못했다. 한 아이를 이길 수가 없었다. 곱슬머리에 낯이 까맣게 탄 효순이는 작은 몸집이지만 날렵하고 빨랐다. 입을 악물고 달리는데, 두 걸음만 바짝 따라 붙여도 이길 수 있을 듯한데, 따라잡지 못했다. 둘째래도 공책과 연필이 넉넉하게 쌓여서 오랜 날 돈 주고 사지 않았다. 이날은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다. 우르르 나와 줄을 당기며 이어달리기에서 막대기를 주고받으며 오로지 우리 마을이 이기도록 온힘으로 달린다. 몸으로 부딪치는 운동회 날에는 정이 나는 날이다. 우리 어머니도 마을 분들도 이날만큼은 곱게 차려입고 입술을 발갛게 발랐다. 운동회를 마치면 마을에서 북 치고 꽹과리 치고 한판 논다. 살림이 어려워서 그렇지, 설하는 한가위에는 살붙이를 만나서 좋았고, 또 잔칫날인 운동회가 좋았다.
2022. 03. 2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