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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24]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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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4] 사탕

 

어른들은 배움터 가는 길이 십리 길이라고 했다. 배움터 개나리 울타리 밖에 구멍가게가 두 군데 있었다. 마침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우르르 몰린다. 나는 돈이 늘 없었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빳빳하고 알록달록한 쫀디기를 산다. 하루는 주머니에 5원이 있는데 이 돈으로 살 만한 과자가 없다. 라면이라도 먹으려니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눈깔사탕을 하나를 샀다. 막대사탕은 알록달록하고 굵은 설탕을 한 겹 둘렀다. 사탕을 물면 입안에 꽉 찼다. 혀를 쑥 빼서 핥아먹고 쉬고 또 핥아먹고 쉬고 집까지 빨고 왔다. 아끼고 아끼며 빨아먹는다.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일부러 작은고모네 집에 놀러 가면 백 원씩 얻는다. 고모네는 이웃 마을에서 흙을 일구는데, 틈틈이 마을사람 머리카락을 깎아 주면서 돈을 만진다. 어린 날 고모네가 있어 돈을 구경했다. 십 원짜리 하나 만지지 못하던 어린 날, 고모부는 활짝 웃으며 기쁘게 돈을 준다. 눈깔사탕도 고모네가 준 돈으로 샀다. 어린 날에는 손님이 오면 가장 좋았다. 큰고모는 구두쇠 소리를 들었지만 두 고모가 가장 자주 찾아왔다. 고모도 좋지만 고모가 슬쩍 쥐어주는 돈 받는다는 생각에 더 기다렸다. 고모는 어린 우리 마음을 어떻게 잘 알았을까. 알사탕을 보면 달처럼 하얗게 빛나던 고모가 생각난다.

 

2022. 04. 0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