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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발걸음 26] 수학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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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6] 수학선생님

 

국어 시간이면 늘 졸렸다. 국어 선생님은 철테 안경을 끼고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 이때만 되면 지겨웠다. 이때 국어 선생님 때문에 국어가 재미없었다. 이분이 가르칠 적에는 잠만 잤으니깐. 하루는 졸음을 겨우 참는데, 옆 반에서 우당탕 소리가 크게 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소리를 질렸다. 꾸벅 맛있게 누리던 잠이 번쩍 깼다. 자리에서 일어나 옆 반으로 달려갔다. 뒷문에서 보니, 수학 선생님이 바닥에 쓰러졌다.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한참 지나 수학 선생님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가만히 지켜보기뿐이었다. 쓰러진 수학 선생님이 무척 창피했지 싶다. 이 일이 몇 판 일어났는지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우리 마을에도 비슷하게 앓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데 우두커니 서서 구경하다 흙바닥에 퍽 쓰러졌다가 한참 있다가 일어나 옷을 털곤했다. 아저씨는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 하는 눈치던데 우리는 무서워 내빼기만 했다. 선생님도 그랬을지 모른다. 지랄병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기절일까. 거품은 왜 날까. 몸은 왜 바르르 떨까. 죽음을 넘나드는 셈일까. 넋이 들 적에는 쓰러진 일을 알까. 사람들은 하늘이 천둥 치고 번개 칠 적에 생긴 아이라고 했다. 하늘이 우르르 쾅쾅 천둥 치고 벼락 치는 날은 어두운 기운을 뿜는지 모른다. 얼마 뒤 학생들 앞에 쓰러졌던 수학 선생님이 그만둔다는 말이 돌았다.

 

 

2022. 04. 2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