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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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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멀리서 찾아온 글동무하고 두류공원에 갔다. 대구에 살지만 막상 혼자 느긋이 쉬려고 두류공원에 간 적이 없다. 글동무하고 찻집에라도 갈까 했으나, 봄날씨가 좋으니 공원이 낫지 않겠느냐 해서 가 보았는데, 하늘을 보며 나무 곁에 앉거나 걸으니 오히려 좋았다.

 

두류공원을 걷다 보니 곳곳에 씀바귀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아무도 안 쳐다볼 만한 자리에 피었다. 공원에 오는 사람 가운데 누가 씀바귀를 쳐다볼까. 오월에 흰꽃이 눈부신 이팝나무하고 아까시나무를 바라보겠지? 느티나무 곁에 참 작은 틈새에 피어난 씀바귀는 어떤 생각으로 홀로 꽃을 피울까. 무얼 믿고 혼자 삶을 지을까.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으려나. 햇볕이 날마다 깃들고 바람이 말동무가 되어 주고 느티나무 뿌리한테서 얘기도 듣고 나뭇잎한테서도 줄기한테서 수다를 들으며 혼자서도 심심한 줄도 잊고 지낼지도 몰라.

 

가까이에 글동무가 없는 나도 저 씀바귀처럼 느낄 때가 있다. 혼자라서 자꾸만 여기저기 기웃거렸는지 모른다. 씀바귀는 늘 홀로 꽃을 피웠다. 돌틈이든 구석진 곳이든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활짝 피운다. 이 곁에는 알록달록하거나 새빨간 빛깔로 똑같이 심어 놓은 울타리꽃이 있는데, 둥글게 잎이 잘려나간 울타리꽃이 대면 얼마나 홀가분한가.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닌 홀로 가는 씀바귀는 누가 저를 쳐다보지 않더라도 아랑곳없다. 어디든 뿌리내릴 마음이 있고 모질게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도 이겨내는 씀바귀가 아닌가. 아파트 안방에서 얌전히 자란 꽃이 아닌 스스로 일어선 길이다. 남들 눈길을 안 쳐다보고, 그저 제 삶길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쓰라린 삶이 쟁겨 놓은 쓴맛을 품은 씀바귀가 살아가는 오늘, 그냥 찻집에 갔다면 하나도 못 느끼고 못 봤겠구나.

 

2022. 05. 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