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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보기]제주도에서 6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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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홀로보기

 -제주도에서 6 두 사람

 

가파도를 돌다가 배 타는 때에 쫓겨 뛰어갔다. 어디서 날선 소리가 들린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놀라 두리번거리니, 어느 커피집 앞에 아저씨가 한 사람 있다. 아저씨는 무얼 그냥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다가가 돈을 꺼내려 하고, 옆에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날선 소리를 지른다.

 

날선 소리는 마치 아이를 꾸지람하는 듯하다. 아무 데서나 아무것이나 사다 먹으려 한다고 매우 다그치는 소리이다. 배 타는 때에 맞추려고 뛰면서도 이 툭탁소리를 들었다. 바쁜 틈인데 또렷이 들릴 만큼 날선 소리가 작은 섬에 쩌렁쩌렁 울린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조용히 돈을 꺼내서 값을 치르면서 사면 되었을 텐데. 아주머니는 조용하고 깨끗한 섬마을에 나들이를 온 길이니 느긋하게 봐주어도 될 텐데.

 

제주에 와서 본 다른 두 사람하고 바로 겹친다. 다른 두 사람 가운데 아저씨는 귀가 먹어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했다. 큰소리로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소리도 못 지르고 질질 끌고 다녀야 한다더라.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두 사람 사이는 따뜻해 보였다. 아저씨가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는데도 사근사근 얘기하고 다니더라.

 

두 아저씨가 내는 말소리는 못 들었다. 두 아저씨는 무뚝뚝한 말씨였을까, 아니면 상냥한 말씨였을까. 한 아저씨는 그동안 아주머니한테 무뚝뚝하거나 차갑게 말하느라 그만 그 집 아주머니는 날선 소리를 자꾸자꾸 질렀을까. 다른 아저씨는 무슨 일로 귀를 잘 듣지 못한다지만, 그동안 부드럽거나 상냥하게 아주머니한테 다가서 왔기에 이 집 아주머니는 사근사근 말하면서 부드러이 함께 다니려나.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 무뚝뚝하거나 날선 소리라면 하루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을 텐데, 왜 쏘아대거나 차가워야 할까. 무뚝뚝하거나 날선 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제 목소리를 들은 적 있을까? 무뚝뚝하거나 날선 소리로 말하는 사람한테는 이 목소리를 손전화에 담아서 고스란히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내는 소리를 그대로 받을 텐데.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면, 이 바람하고 햇볕 같은 목소리가 될 텐데. 날마다 차갑거나 날선 소리를 듣는다면, 누구라도 차갑거나 날선 마음으로 바뀌지 않을까.

 

2022. 06. 0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