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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삶 7]떨어지다(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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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작은삶 7] 떨어지다(탈락)

 

쪽글이 왔다. 기다리던 ‘ㅎ’이라는 알림을 보니 콩닥콩닥 뛴다. 바로 쪽글을 열어 보려다 망설었다. 붙었을까 떨어졌을까, 붙었을 테야 하는 부푼 마음이 일고서야 열었다. ‘선정 미선정’ 한 마디만 보이면 좋겠는데 글월이 길다. 쭉 읽어 보니 ‘결과 사유에서 해당사유 확인가능’ 하다는 말에 떨어졌구나. 바람 빠지듯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또 이름난 사람들이 되었겠지.

 

글을 쓴 지 세 해이다. 이제 ㅎ에서 내주는 예술인 증명도 받고 예술인 카드도 받을 수 있다. 예술인 카드가 있으면 재난지원금도 백만 원 타는데, 나는 아직 못 탔다. 곁님이 하는 일이 벌이로 잡혀서 그런가. 이 돈을 믿고 책값에 보태고 싶었는데 섭섭하다. 이제 또 삶글(수필) 석 자락을 올리면 이 글을 실을 자리를 주고 발표지원금을 이백만 원 준다는데 ㄱ으로 들어가니 ‘미선정’이다.

 

올봄에도 ㅇ에 글꾸러미를 보내 보았다. 지난달에 어찌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책으로 틀까지 잡아서 보냈는데 또 떨어졌다. 여기에 붙었다는 사람들 이름을 쭉 훑어보니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큰 상을 받은 이름난 시인들이 잔뜩 있다.

 

도서관에서 두 달 동안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얌전히 있으면 몇 군데 소개라도 받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몇 판 떨어진 곳으로 꼭 다시 부딪혀 보고 싶어서 몰래 글을 보냈다. 네 판 만에 붙었다. 그 앞서 붙은 곳이 있었지만, 책을 사라고 해서 안 받기로 하고 떨어졌던 이곳에 끝까지 다시 냈다. 때마침 열다섯 해를 꾸려오다가 40호에 이름을 바꾼 곳에서 내가 첫 새내기로 뽑혔다. 이쪽저쪽이 말이 안 맞는다더니 두 해가 지나서야 슬그머니 출판을 접는다. 이쪽도 저쪽도 모두 작가회라는 데이지만 내가 뽑힌 뒤로 다시 새내기(신인상)로 뽑힌 사람도 없고 잡지사도 사라졌으니 어디 글을 낼 곳이 없었다.

 

문학회 동인지에 글을 내고 수필협회에만 글을 냈다. 내가 큰 상이라도 받고 글을 잘 썼다면 다른 잡지에도 글을 실을 자리가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여러 곳에서 알림글(공고문)이 처음 떴을 적에 나 같은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고 바라면서 글을 보내 보았다.

 

어떤 사람이 될까. 누가 붙을까. 이름이 있는 사람이 되고, 뭔자 굴(인맥)이 있는 사람이 되기만 할까. 돈이 걸린 자리에서는 언제나 들러리일 뿐인가. 지원금이 없더라도 글을 낼 자리를 얻고 싶었다. 이제 남은 꿈은 출간지원을 받는 일인데, 그 많은 글을 읽어 보기나 할까. 마음을 빼앗는 글이름을 보고 뽑지는 않나 모르겠다. 그래도 또 바란다. 떨어지면 또 내보고 될 때까지 나도 해보고 싶다. 이름값이 아닌 그저 글을 글로만 보아주기를 비는 마음이다.

 

2022. 06. 3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