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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삶 20] 시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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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0] 시집 광고

 

 

ㄱ에서 곧 잡지가 나오는데 이때에 광고를 넣으면 어떠냐고 묻는다. 잡지를 내는 곳에 몸을 담그면 광고를 그냥 실어 주는 줄 알았는데, 돈을 내면 싣는단다.

 

내 이름을 넣은 책을 처음으로 내놓기에, 조금이라도 더 알리면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광고비까지 더 써야 하는 줄 몰랐다. 그래서 둘레에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물어본다. 내가 쓴 시를 처음 실어 준 곳에 시를 몇 자락 보내면서 그곳은 “시집 광고를 어떻게 하나요?” 하고 여쭌다. 이곳에서는 따로 돈을 받지 않고서 내 시집을 알리는 글을 실어 주겠단다. 고맙다. 얼마나 기쁘던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활짝 웃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내 웃음소리 때문에 그냥 실어 준다고 말한다. 조금 우습지만, 웃는 기운이 이토록 힘이 세구나.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만, 광고비를 안 쓰고 여러 사람이 보는 잡지에 올려서 뿌듯하다.

 

내 책을 하나 내놓으면서 여러 사람을 조금씩 알아간다. 꾸벅꾸벅 절을 하는 자리마다 조금씩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구나. 그래도 뭔가 텅 빈 듯하다. 책을 왜 그저 책으로 마주하지 않고, 사이에 돈을 놓아야 할까.

 

마음이 맞아서 가까이 지내는 명자 언니한테 오늘 하루 이야기를 했다. 명자 언니는 조곤조곤 도움말을 들려준다. “이제 네 이름을 넣은 시집이 있으니 친절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고, 뒤에서 검은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무엇을 먼저 드러내느냐 나중에 드러내느냐이지,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덜컹 무섭지만 누가 이렇게 일러줄까.

 

‘나’라고 하는 울타리를 새롭게 세우는 길 같다. 가만히 생각하니, 시끄럽게 다니지 않으려고 했는데 시끄러운 사람이 된 듯하다. 빈 깡통이 시끄럽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나는 아직 빈 깡통일는지 모른다. ‘나’를 어떻게 채우고 살려서 세울 하루인지를 다시금 되새긴다. 내 글이름으로 삼는 ‘숲하루’처럼, 아직 빈 깡통 같은 마음에 숲빛을 담으면 될까. 아니, 숲빛을 담아야지. 마음을 가다듬자. 숲내음으로 속이 꽉 찬 사람이 되자.

 

2022. 07. 2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