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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삶 56] 눈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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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6] 눈떨림

 

눈이 떨린다. 바른쪽보다 왼쪽이 좀 들어가고 눈꺼풀이 처져도 떨리지는 않았는데, 팔딱팔딱 떨리다가 멈추기를 사흘째 한다. 일이 한꺼번에 몰려서 그런가. 작은딸 잔치(결혼식)도 이제 이틀 남았고,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온단다. 씻는데 숨 쉬는 길이 쏴하다. 이대로 멎을 듯 어질하다. 내가 많이 떠는구나.

 

날이 겹치거나 다른 일로 못 온다는 사람이 많다. 꽃돈(축의금)이 들어오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일을 치른 뒤 쪽글을 보낼 생각이지만, 그래도 바로 쪽글을 보낸다. 어쩐지 미안하고 고맙다. 이렇게 받아도 되나, 마음이 답답했다.

 

그제는 잔칫날 주례로 나눌 말 때문에 아빠와 딸 사이에 앙금이 생기느라, 두 마음을 풀어주느라 쩔쩔맸다. 그래, 내 큰일도 있는데 안이 시끄러울 적에는 밖으로 나가지 말자 싶어 하루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잘 나가던 내가 “바빠서 못 가요.” 한마디 했는데 “삐침인가?” 하고 묻는다. 뭔가 했더니,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가 어떤 상을 못 받았대서 그 모임에 안 오는 줄 알았는가 보다. 아니, 그런 흐름으로 몰아간다.

 

간밤에 집안에서 터진 일을 말해야겠구나 싶어 이 얘기 저 얘기를 늘어놓았다. 청첩장을 돌린 지 좀 되어서 차라리 잊어버리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 어떻게 하다 보니 초대장을 다시 돌렸다. 안 보내겠다는 걸 보내긴 했지만, 얼마나 짐이 될까. 이 생각 저 생각에 골이 자꾸 앓는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우리 딸도 이만저만 골치가 안 아플까. 마침 시골에 계신 어른이 돈을 보냈다. 딸아이가 꽃나들이(신혼여행)를 떠날 적에 주라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준 돈 어디로 넣어 줄까? 청첩장에 적힌 은행으로 넣을까?”

“아니, 씻고서 다른 계좌 알려줄게.”

“알았대이, 좋지?”

“오오 대박 감사합니당!”

 

할아버지가 백만 원 주는데, 우리는 그보다는 더 줘야 안 되겠나 싶어 삼백만 원을 보냈다. 폐백을 하면 좀 모을 텐데, 우리는 모두 없앤다. 선물값이라고 주긴 했지만, 앞으로 주머니가 따로 있으면 낫지 싶어 보탠다. 여기에 다른 여러 일까지 몰려서 마음 쓰느라 딸은 얼굴에 물집이 돋아 주사까지 맞았다.

 

아직 돌림앓이가 한창이고, 나라가 시끄러워 기차마저 다니지 않고 바람이 차서 못 온다는 사람이 는다. 무엇이 걱정인지 꿈을 또 꾼다. 한복 저고리만 오고 치마가 안 왔다. 이제 하룻밤 자면 한복을 찾아온다. 차림새를 꾸며줄 사람과 집으로 올 날을 잡는다. 잔치로 끈끈하기도 하고 어정쩡하기도 하다. 아등바등 살면서 할 때와 다르게 받는 사람 마음을 이제야 헤아린다. 굳이 크게 알리지 말고 두 집안이 모여 작게 하면 걱정도 작아 눈떨림이 오지 않았겠지. 이제 이틀 더 버티자.

 

2022. 12. 0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