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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삶 59] 딸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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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9] 딸이 온다고

 

이틀 뒤에 작은딸네가 온다. 짝을 맺으니 사위가 덤으로 따라온다. 딸은 따라오는 일이 있는 이름 같다. “장모님!” 하고 부르는 말이 처음에는 낯설다가 이제는 살갑다. 처음 인사 왔을 적에는 목소리에 꽤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부드러운데 저도 나처럼 낯설 테지. 그나저나 무얼 해야 하나. 그제는 둘이 덮을 이불을 빨고 어제는 화장실 구석구석 씻고 오늘은 떡을 맞추고 고기집에 갔다. 서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딸 잘 봐달라고 조금 흉내만 낸다. 엄마가 마음 쓰는 줄은 모르고 받으면 마음이 느긋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딸이 벌써 남이 된 듯하다.

 

장만했니 안 했니 말을 먼저 하지 않다가 하룻밤 자고 갈 적에 짠하고 차에 옮겨 실어 주어야지. 딸아이는 아직 이쪽 일터를 매듭짓지 않아서 살림살이가 어설프다. 일터를 옮겨야 해서 새해 첫날 면접을 보았단다.

 

우리 딸은 처음부터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유치원이 낫다고 해서 이제껏 유치원에서 일했다. 이 유치원에서는 수녀님하고 일한다. 이 유치원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결혼을 하면서 그만두었다. 딸이 이제 결혼을 했으니 맡은 반 졸업을 하면 바로 짝을 따라 인천으로 간다. 새 일터를 얻어서 수녀님이 있는 유치원을 그만둔다.

 

딸아이가 처음부터 하고 싶어 하던 일을 맡았으니,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딸아이가 일하는 원에 보내고 일하면서 기웃하면 얼마나 좋은가. 벌이는 줄어들 테지만, 멀리 내다보고 오래 하는 일이 낫다고 여긴다. 조금 덜 받아도 일을 놓지 말기를 바랐다. 아이 낳고 돌보다 보면 엄마는 놓아야 할 일이 많다. 다 놓고 뒷전이 되었다가 아이가 크면 다시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일자리를 찾더라도 그동안 쭉 한 일보다 못 하거나 돈이 적거나 언제 그만두어야 할는지 모른다.

 

내가 예전에 겪어 보아서 누구보다 딸아이가 나하고 비슷한 길을 갈까 걱정스럽다. 나는 셋째 아이를 낳는다고 일을 그만둔 뒤로 계약직으로 일을 이어갔다. 일삯도 적고 허름한 자리를 맡아야 했다. 다시 자리를 잡기에는 더 낮추고 또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마음을 쏟는 일이 있어야 삶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웃과 부대끼면서 울타리를 이룬다.

 

새로운 발걸음이다. 새로 태어나는 셈이랄까. 모두가 새롭게 열어 간다. 이제 우리 집보다 더 자주 갈 집일 사위네 집, 딸네 집일 테지. 내 품을 떠나 새롭게 보금자리를 트는데 떡과 과일과 고기를 조금 장만해서 보낸다. 빈손으로 보내지 않아 좋다.

 

사위가 노래를 잘 한다던데, 들어 볼까. 듣고 싶다고 하면 부를까. 장모라는 이름도 사위라는 이름도 낯설지만 다 큰 아들 하나 얻은 셈이니 그저 든든하다. 이튿날에는 반찬을 좀 장만해야겠다. 딸아이 말처럼, 이모저모 사놓고서 안 산 척해야 할지 모른다. 바닥이나 쓸고 닦아야겠다.

 

 

2023. 01. 0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