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0] 사위 온다고
“엄마, 우리 내일 옷 편하게 입고 가도 되나?”
“그래, 그래도 깔끔하게 입고 절은 해야지.”
“나도 같이 하면 되나?”
지난해 설에 사위가 처음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오는데다가 그날이 설날인데도 세배를 하지 않았다고, 처음 온 애한테 말도 걸지 않고 싸늘하게 굴었다. 이잔치를 치르고서 처음 우리 집에 온다.
잔치를 치르던 무렵에 사위가 엉덩이를 수술하느라 노래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딸이랑 사위가 힘들게 신혼여행을 갔다가 잘 쉬지도 않고서 우리 집으로 오면 또 덧날지 몰라, 좀 쉬엄쉬엄 다 낫거든 오라고 했다. 여행 때도 안 좋아 힘들었다는데, 돌아와서 바로 다시 수술했단다. 아직도 거즈로 닦는다. 며칠 더 있으면 한결 나을 텐데, 저희들도 시집 인사를 미루기엔 눈치가 보였나. 내가 눈치를 주었나.
“엄마 나 원서 네 군데 냈잖아, 다 붙었어. 처음 붙은 데가 가장 좋아서 다른 세 곳에는 못 간다고 했어.”
자랑하는 딸을 보니 이 아이를 걱정하던 어린날 딸이 아니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한테 사랑을 가장 못 받았을지 모르는 작은딸인데, 작은딸은 동생을 오히려 귀여워했다. 작은딸이 나서서 동생을 업고 재우던 무렵에 작은딸 얼굴이 가장 밝았다. 작은딸은 아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타고난 듯했다. 작은딸은 아기를 돌보는 유치원 교사라는 길로 들어서고서 결혼이라는 길을 다시 혼잣힘으로 찾아내었고, 이 길을 어쩐지 퍽 쉽게 뚫어서 스스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테지.
“엄마 시집에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순 없겠제?”
“그렇지. 엄마가 조금 준비했어. 말을 미리 안 하려고 했는데, 고기 한 다섯 근 맞추고, 떡도 칠곡에서 맞추었어. 가는 날 바로 보내주기로 했어. 어제는 과일 큰 거하고 귤도 보자기로 담아서 샀어.”
“그렇게 많이나? 엄마 나 기 살려 주려고 했나?‘
“그쪽에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가 빈손으로 보낼 순 없잖아. 사과하고 배도 하려다가 부피만 클까 싶어 좀 가볍게 갖고 가라고 조금만 장만했는걸. 반찬도 좀 담을까?”
“아니, 이만큼 해도 넘 많아. 반찬 갖고 가면 내가 꺼내야 하잖아. 난 얻어먹고 싶어.”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어련히 밥을 안 줄까. 밥 걱정은 군걱정이란다. 나한테는 사위가 귀엽고, 시어머니한테는 딸아이가 귀여울 테지.
“작은 방에서 잔 대서 이불 다 빨아서 깔아 놨는데, 아빠가 니 혼자 일 때도 큰방을 썼는데, 둘이 오는데 큰방 줘라 하더라.”
“참말로? 아빠한테 괜찮을까?”
“그래, 아빠는 밤늦게 일 마치니 근이 방에서 자면 되고, 우리 사위가 아직 화장실이 어려울 텐데, 안방을 써야 수월하겠지.”
시어머니가 와도 큰방을 내주고, 딸이 와도 큰방을 내주고, 이제 사위가 와도 큰방을 준다. 누가 우리 부부 침실을 내줄까. 나는 책칸(서재)이 있어 큰방을 누가 써도 좋다만, 집에 누가 올 적마다 마루나 작은방에서 자는 곁님이 어느새 나처럼 뒤로 슬슬 밀려나도 슬슬 웃으며 기꺼이 내놓는다. 이제 딸과 사위가 먹고 싶다는 갈비찜 맛있는 집에 데리고가서 내가 사는 척해야지.
2023. 01. 0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