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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삶 80] 울릉도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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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0] 울릉도 가고 싶어

 

아스파라거스 덩굴이 며칠째 눈에 거슬린다. 창문을 열 적마다 마른잎이 먼지처럼 떨어진다.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푸짐하게 매달린 잎줄기가 문틈에 끼지 않게 잡는다. 한 뿌리가 늘어나고 올라간 높이 만큼 흙을 다 차지한 뿌리로 얕은 흙이 굳었다.

 

아직 살았으니 뽑지 않고 마른잎을 가위로 자른다. 창문을 여는데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게끔 설 자리를 남기고 꽃그릇을 옆으로 밀었다. 천장에 매달아 둔 덩굴도 막대기로 옮겼다. 가운데쯤에 끈으로 묶고 창문을 열어도 부딪치지 않게 하고 자리를 옮겼다. 잘라 놓은 잎을 훑어 가위로 잘라서 흙에 덮었다. 이제 나무에 잔가지가 뻗어 잘랐다. 자른 자리에 하얀 물이 나온다. 파릇한 잎을 잘게 부수자니 잎이 파르르 떠는 듯했다. 얇고 넓적한 큰 그릇에 물을 담아 작은 포도송이 같은 가지를 물에 꽂았다.

 

마른잎 치기를 마치고서 숨을 돌린다. 미루고 미룬 다음 일을 하자. 나는 울릉도에 가 보고 싶다. 바다 한복판에 있는 그 섬에 가 보고 싶다. 대구에서 뱃나루까지 차를 몰고 가서 실을 수도 있다는데, 가깝지 않은 길이라 여행사에서 묶음으로 다녀오는 길로 알아볼까 싶기도 하다. 곁님한테 ‘바람쐬러 울릉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하자.

 

“울릉도에 가 보고 싶은데.”

“…….”

“왜 대꾸가 없어요?”

“니는 놀러 가는 게 마음 편하나? 나는 요즘 가게가 잘 안 돌아가서 마음이 안 편한데. 가려면 입으로 말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갔다 온나.”

 

어느 날은 놉을 해서 가려고 하지 말고 혼자 다녀오라고 하더니, 막상 가고 싶다고 하니깐 마음 안 편하게 군다. 그래도 울릉도를 가고 싶은 마음을 밀어붙이고 싶다.

 

“마음이 답답해. 울릉도 가고 싶어.”

“내일이라도 갔다 와.”

“그래. 그럼 숙이 언니한테 같이 가자고 해야지. 방값이 비싸잖아.”

“그냥 혼자 갔다 와. 괜히 같이 가자고 했다가 탈 나면 안 좋고, 다녀와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게 되니 니 혼자 가.”

“두 밤은 자고 오는데, 밖에 둔 저 가방은 좀 작제?”

“창고에 내가 새 가방 갖다 놓았잖아. 그거 갖고 가.”

“내 가방도 있어. 큰 거 갖고 가야겠다. 이따 여행사 알아보고 표 끊어야지. 이번 주 토요일부터 운행하니깐, 다음 주 화수목 가야겠다.”

 

곁님이 문을 닫고 나간다. 싱긋 웃는다. 돈 쓴다고 군말 안 들었다. 혼자 가라고 얘기해 주었다. 좋다. 혼자라서 방이 걱정이지만, 값을 더 치르고라도 혼자 가라니, 지난해 제주도 갔을 때처럼 저녁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도, 밥을 굶어도 좋다.

 

바로 여행사에 전화한다. “아, 오늘 공휴일이잖아요. 내일 하세요.” “아. 네. 내일 전화 할게요.” 달력을 본다. 마음이 바뀌지 않게 동그라미 해 둔다. 좋다.

 

2023. 03. 0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