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4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김영사 2021.8.18.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김영사, 2021)를 이태 앞서 마을책집에서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올해에 문득 장만해서 찬찬히 읽고서 덮었습니다. 짧지 않은 나날 씩씩하게 걸어온 길을 갈무리했다기보다는, 어쩐지 글치레가 잦습니다. 옷이 멋부림 아닌 옷살림이라면, 글도 글꾸밈 아닌 글살림으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 한 줄에는 이제껏 얻거나 누리거나 쥔 이름값이 아닌, 민낯과 맨발과 속빛을 얹을 적에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옷살림에서는 손꼽히실 수 있고, 젊은이를 가르치실 수 있으나, 굳이 글쓰기까지 넘보려 한다면, 부디 일곱 살 어린이 눈길로 돌아가서 ‘새내기 할머니’로서 글씨·말씨를 추스르시기를 바라요. 햇빛은 반짝이고 삶은 대단합니다. 해는 눈부시고 오늘은 빛납니다. 옷을 차려입기에 사람이 빛나지 않습니다. 꾸밈말이나 치레말을 끌어들일수록 오히려 글이 시들시들합니다. 새길을 찾는 마음이라면, 우리말부터 새로 배우는 눈길을 틔우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3백여 쪽의 책을 쓰면서 → 3백쪽 즈음 책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3 《체벌 거부 선언》 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체벌 거부 선언》(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을 읽었습니다. 뜻있게 엮은 책이라고 보면서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체벌’이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되물으며 헤아리지는 못 하는구나 싶고, ‘거부’나 ‘선언’은 또 무엇인지 찬찬히 새기지 않았구나 싶어요. ‘체벌·거부·선언’ 세 낱말 모두 우리말 아닌 ‘일본 제국주의·군국주의 한자말’입니다. 매질이나 주먹질을 거스르거나 손사래치겠다고 외치거나 밝히겠다면, 우리 삶터에 스미거나 깃든 모든 굴레하고 멍울부터 씻고 털어낼 노릇입니다. 이 작은 낱말 하나에까지 총칼(군사·독재주의) 기운이 흘러요. 이런 일본 한자말을 떨쳐내지 못하거나 않는다면, ‘아무렇지 않게 쓴 작은 말씨 하나’가 말주먹(언어폭력)이 되는 얼거리를 못 읽고 안 느낄 테지요. 모든 열매는 암꽃하고 수꽃이 만나야 씨앗을 맺고 영글어서 얻습니다.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사랑으로 하면서 살림길을 새롭게 짓는 보금자리를 찾아야 비로소 삶입니다. ㅅㄴㄹ 아이들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 아이들이 매달려도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2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웅 엮음 심플라이프 2021.8.15.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조민제와 다섯 사람 엮음, 심플라이프, 2021)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풀꽃나무에 붙은 이름을 《조선식물향명집》을 바탕으로 다시 하나하나 짚으면서 새롭고 깊으면서 넓게 돌아보는 얼거리입니다. 1928쪽에 이르는 두툼한 풀꽃책이고, 웬만하다 싶은 풀꽃나무 이름을 이 꾸러미로 차근차근 찾아볼 만합니다. 엮은이 여섯 사람은 풀꽃나무를 틀에 박힌 굴레로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풀이름도 꽃이름도 나무이름도 처음에는 언제나 숲사람(시골사람)이 숲을 품고 살아가는 길에 숲빛을 담아서 고을·마을·고장뿐 아니라 집집마다 다르게 가리킨 뿌리를 헤아리려고 애씁니다. 풀꽃나무 이름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도 처음에는 모두 ‘사투리’입니다. 고을·마을·고장·집마다 다르게 쓰는 말씨였는데, 서울이 크고 나라가 서면서 ‘맞춤말(표준말)’을 세웠을 뿐입니다. 맞춤말은 으레 한 가지 이름만 세웁니다만, 사투리는 하나일 수 없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결혼 함께살림을 한다면 한걸음씩 함함하게 하늘빛으로 함박웃음 하루하루 한결같이 같이살기를 간다면 가만가만 듣고 가다듬고 가벼이 손잡으며 가누고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꽃맺음 사랑맺음 아름맺음 가시버시 순이돌이 한마음 너나없이 너나들이 우리집 보금자리 둥지 포근포근 철들어 가는 어른 철노래 잇는 어버이 들숲바다처럼 노는 아이 하나씩 가꾸며 짓는 오늘 ㅅㄴㄹ 일본 한자말이라는 ‘결혼(結婚)’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자말이라는 ‘혼인(婚姻)’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뜻한다지요. 예부터 여느 사람들은 한자도 중국말도 없이 생각을 나누었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안 쓰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어떤 우리말로 둘 사이를 나타냈을까요? 먼저 ‘맺다’입니다. ‘매듭’하고 뿌리가 같은 ‘맺음’은 “열매가 맺다”나 “꽃망울이 맺다”처럼 쓰고, “이슬이 맺다”나 “끝을 맺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매조지’라는 우리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데, 곱게 피어나는 끝이자 처음인 길을 나타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학교 울타리로 찔레꽃 피고 담벼락에 동박새 앉고 밤마다 별을 읽고 아침에 이슬 먹고 나무에 올라타서 풀잎피리 풀밭에 드러누워 휘휘파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잔치 들판을 내달리는 땀방울꽃 빗물이 흐르는 길 배운다 햇살이 내리는 곳 돌본다 언니는 동생을 아끼고 동생은 언니를 이끌고 사랑을 물려주는 어린이 아이한테서 듣는 어른 소꿉으로 살림놀이 어린이 너나없이 어울리는 이야기 ㅅㄴㄹ 어린이는 어느 나이에 차면 들어가서 배우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學校)’라 하고,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뜻한다지요.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풀이하는데,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뜻해요. ‘학교 = 가르치는 곳’이라는 낱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왜 빙빙 돌며 어렵게 풀이를 할까요? “삶을 가르치는 곳”이나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우는 곳”처럼 풀이할 만하며, 쉽게 풀이하는 길을 따라서 ‘배움터·배움곳·배움집’처럼 더 쉽게 우리말로 여밀 만합니다. 숲(자연)을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4 삶터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어수룩하거나 모자란 대목을 어렵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하고 견줄 수 없이 나아지거나 발돋움한 대목도 참 쉽게 찾아볼 만해요. 어느 모로 보면 아직 아쉽지만, 어느 모로 보면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우리가 즐겁게 나아갈 길이란 언제나 기쁨으로 새로 짓는 길이라고. 우리가 아름답게 걸어갈 길이란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이라고. 저는 으레 말을 새로 짓습니다. 그러나 아예 없던 말을 감쪽같이 지어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이리 엮거나 저리 맞추면서 새로 지어요. 아주 낯선 새말은 짓지 못하고, 수수하거나 쉬운 말을 새로 짓습니다. 제가 짓는 말은 제가 처음으로 짓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예전에 일찌감치 지어서 더러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하고 이웃님하고 무엇이 다른가 하면, 저는 제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물날 이레말 - 한자말 30 전쟁 戰爭 전쟁을 도발하다 → 싸움을 들쑤시다 전쟁이 발발하다 → 싸움이 터지다 전쟁할 용의도 있다는 → 겨룰 뜻도 있다는 장기간 전쟁하고 있다 → 오래도록 싸운다 교통 전쟁 → 드글드글 / 북새판 / 불구덩 / 붐비다 / 불수레 입시 전쟁 → 배움불굿 / 배움수렁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 각다귀를 쳐낸다고 밝혔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 군려·병과·병혁·전역·전화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를 하는데, ‘싸우다·싸움판’이나 ‘겨루다·겨룸판’이나 ‘다투다·다툼판’으로 고쳐씁니다. ‘사납다·사납터·아귀다툼·물고물리다’나 ‘쏘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쇠날 이레말 - 사자성어 13 문화공간 정부에서 설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 나라에서 세운 고루누리이다 이 문화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 이 모임뜰을 살릴 길을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문화공간 → 스스로 돌보는 쉼터 문화공간 : x 문화(文化) : 1.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2.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 3. 학문을 통하여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밤놀이옷 큰고장(도시)에서 살 적에는 밤모임에 곧잘 나갔습니다. 아침·낮·저녁에는 다들 밥벌이를 하느라 바쁘니, 밤이어야 비로소 짬을 낼 수 있는 이웃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밤빛모임은 아예 안 합니다. 시골사람은 별빛이 돋을 즈음 꿈나라로 가기도 하고, 저부터 보금숲에서 별바라기를 하면서 포근히 꿈누리에서 쉬려 합니다. 밤마실을 안 하니 밤마실옷이건 밤놀이옷이건 여태 입은 적도 장만한 일도 없습니다. 누가 밤빛을 누리는 별모임을 연다면 그분더러 “‘별밤옷’을 입으시겠군요.”라든지 “별마실옷’을 차리시겠어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 말을 어렵게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아직 모르니까 빙빙 돌리거나 갖은 먹물말(학술용어)을 주워섬겨요. 환하게 안다면 환하게 알아듣도록 가장 쉬운 말씨랑 낱말을 골라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고 말을 폅니다. 풀꽃하고 동무를 하면 풀꽃말을 쓰지요. 나무하고 이웃하면 나무말을 들려줘요. 별님하고 사귀면 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바른앉기 몸을 반듯하게 펴자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참말로 몸은 반듯반듯 움직입니다. 반듯앉기는 반듯마음을 따라서 피어납니다. 바른앉기는 온몸을 곧게 펴면서 팔다리를 마음껏 뻗으려고 나아가는 첫길이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한가위나 설이면 작은아버지가 우리 집으로 찾아옵니다. 작은아버지 세 분은 바른앉기를 못 합니다. 무릎꿇기도 못 하시더군요. 몸이 뻣뻣하니까 못 할 텐데, 어느 결로 굳어버렸다는 뜻이요, 이처럼 딱딱한 틀을 풀어내려고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 살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팔다리를 쓰고 손발을 놀리면서 흙을 만지거나 바람을 마시거나 볕을 쬐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듯앉기가 수월합니다. 고요히 앉아서 쉬다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겠지요. 몸놀림이란 삶놀림이요, 사랑살림이자 숲살림하고 맞닿는다고 느껴요. 스스로 건사하는 대로 흐르고, 스스로 깃드는 곳에서 자라요. 높거나 낮은 자리를 따지면 고달프게 마련이고, 들거나 있을 숨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