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2 ㄱ. 나의 딸 소영이의 마음 한자말을 안 썼거나 영어가 불거지지 않더라도 우리글이지는 않습니다. 겉으로는 한글이어도 ‘나의’나 “소영이의 마음”처럼 일본말씨·옮김말씨를 쓰면 얄궂고, “자라고 있다는 것을”처럼 옮김말씨를 써도 얄궂습니다. 어버이가 딸을 말할 적에는 “우리 귀여운 딸”이라 할 노릇이고 “귀여운 딸”이라고만 할 수 있습니다. “자란다고”처럼 단출히 끊거나 “자라는 줄”처럼 손질해 줍니다. ㅅㄴㄹ 나의 귀여운 딸 소영이의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 우리 귀여운 딸 소영이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란다고 생각하니 → 귀여운 딸 소영이가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줄 생각하니 《봄을 기다리는 날들》(안재구·안소영, 창비, 2021) 34쪽 ㄴ.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배회(徘徊) : 아무 목적도 없이 어떤 곳을 중심으로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님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맴돌거나 떠돌거나 돌아다닌다면 ‘맴돌다’나 ‘떠돌다’나 ‘돌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파란하늘’하고 ‘푸른들’ 말꽃삶 3 파랗다 푸르다 빛깔말 가운데 ‘파랗다·파랑’이 있고, ‘푸르다·풀빛’이 있습니다. ‘-ㅇ’으로 맺는 빛깔말로 ‘파랑·빨강·노랑·하양·검정’이 있고, ‘-빛’으로 맺는 빛깔말로 ‘풀빛·보랏빛·잿빛·먹빛·물빛·쪽빛’이 있습니다. 파란하늘 푸른들 ‘파랗다’는 하늘빛을 가리킵니다. ‘푸르다’는 들빛을 가리킵니다. 하늘은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아니, 하늘은 온통 ‘바람’이라 할 테지요. 이 바람은 여느 자리에서는 ‘바람’이되, ‘마파람·휘파람’처럼 다른 말하고 어울리면서 ‘파’ 꼴입니다. 바람 바다 바닥 바탕 ‘파랑·파랗다’는 ‘바람빛’이라고 할 만합니다. 바람에 무슨 빛깔이 있느냐 할 텐데, ‘바람빛 = 하늘빛’이요, 우리 눈으로는 ‘파랑’으로 느낍니다. 다만, 이 파랑이라는 하늘빛이 비추는 ‘바다’는 ‘쪽빛’으로 물들기도 하되, 바다나 물에 바닷말이나 물풀이 끼면 ‘푸르게’ 물들기도 합니다. 바다는 모름지기 ‘물빛’이거든요. 담거나 비추는 결에 따라 빛깔이 다릅니다. 곰곰이 보면 하늘도 해가 물드는 결에 따라 빛깔이 달라요. 동이 트면서 희뿌윰하지요. 얼핏 하얀하늘이 되고, 붉은하늘도 되며, 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36 수다꽃 사내는 수다를 떨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사내가 말이 많으면 “계집애가 된다”고, 사내는 점잖게 말없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길게 말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나 둘레 어른은 헛기침을 하면서 그만 입을 다물라고 나무랐습니다. “계집애처럼 수다나 떨고!” 하면서 굵고 짧게 호통이 떨어집니다. 잔소리로만 들린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노라니 ‘수다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또아리를 튼 듯해요. 그러나 ‘말없이 묵직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몸에 배고 나니 막상 ‘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 말이 안 나와요.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말할 자리에서 말을 하는 길’을 처음부터 짚으면서 혼잣말을 끝없이 읊었습니다. 새벽에 새뜸(신문)을 나를 적에 주절주절 온갖 말을 뱉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적마다 마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5 꼰대 스무 살에 인천을 떠나던 1995년까지 배움터에서 ‘꼰대’라는 말을 듣거나 쓴 적이 드물지 싶습니다. 몽둥이로 두들겨패던 어른한테 ‘미친개·그놈·x새끼’ 같은 말을 쓰는 동무는 많았습니다. 싸움터(군대)로 끌려가서 스물여섯 달을 살던 강원도에서도 이 말을 못 들었어요. 이러다 2000년에 DJ.DOC란 이들이 부른 〈포졸이〉부터 ‘꼰대’란 말이 확 퍼졌다고 느낍니다. ‘꼰대’는 너무 꼬장꼬장하거나 비비 꼬였구나 싶은 사람을 가리킬 적에 쓴다고 느껴요. 꿋꿋하거나 꼿꼿하게 버티는 결을 나타낼 때도 있으나, 이보다는 ‘꼬여서 틀린·뒤틀린·비틀린’ 결이 싫다는 마음을 드러내요. ‘장대·꽃대·바지랑대·대나무’에 쓰는 ‘대’는 가늘면서 긴 줄기나 나무를 가리키고, “‘대’가 곧은 사람”처럼 써요. 꼬인 채 단단하니 제 목소리만 내려는 사람인 꼰대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노래 우리말꽃 숲에서 짓는 글살림 32. 실컷 고흥읍에 볼일을 보러 가서 걷습니다. 세거리 한켠에 있는 밥집에 적힌 글월이 문득 보입니다. “무한리필(1인).” 우리 집 어린이는 이 글월을 못 알아봅니다. 적히기로는 틀림없이 한글이로되 ‘우리말’로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 집 어린이하고 “무한리필 고깃집”에 간 적이 없어서 이 말을 모를 수 있어요. 그러나 그곳에 간 적이 있든 없든 ‘무한리필’이라는 글월은 어른들이 썩 잘 지어서 쓰는 말씨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어설프거나 서툴거나 엉성하거나 어리숙하거나 얕거나 모자란 채 쓴 말씨라고 느껴요. 또는 깊은 마음이나 사랑이 없는 채 그냥그냥 쓰는 말씨라고도 할 만합니다. 실컷 먹으렴 마음껏 먹자 얼마든지 먹어 배불리 먹으렴 조금만 생각해도 ‘무한리필’이란 말씨가 퍼지기 앞서 우리가 어떤 말을 썼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고깃집에서든 어디에서든 알맞을 뿐 아니라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마음을 나눌 만한 말씨를 헤아릴 수 있어요. 먹고 싶은 대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오늘말 오늘말. 깔끔채 우리는 왜 ‘때밀이’라는 이름을 ‘낮은말’이나 ‘나쁜말’로 여길까요? 때를 밀기에 꾸밈없이 붙인 이름인 ‘때밀이’입니다. 언제나 모든 말은 잘못이 없어요. 말을 다루는 사람 스스로 마음이 밑바닥을 치거나 뒤틀릴 뿐입니다. 때를 밀 적에는 몸을 말끔하게 할 테니 ‘말끔이’요, 더러운 데를 씻으니 ‘씻김님’이자, 깔끔하게 이바지하고 반짝이는 몸으로 돌보니 ‘깔끔님’에 ‘반짝님’이에요. ‘세신샵’처럼 한자말하고 영어를 붙여야 멋스러운 이름이지 않습니다. ‘깔끔채’요 ‘말끔채’이며 ‘씻김채’인걸요. 우리가 선 곳을 돌아보기로 해요.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느 대목을 눈여겨보면서 살림을 가꾸는가요. 우리 마음자리에는 어떤 빛이나 어둠이 갈마들면서 스스로 빛나거나 어두운가요. 스스로 앞뒤를 바라봅니다. 구석진 곳도 귀퉁이도 아닌 오롯이 어우러질 한마당을 헤아립니다. 섣달이기에 섣달노래를 부르고, 섣달이 아니어도 늘 섣달빛처럼 눈부시고 싶어 여름에 섣달노래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모둠이 지난 삶길을 더듬어 보자니, 저는 더부살이집에서는 안 지냈더군요. 덧살이가 싫어서 안 살지는 않았습니다. 더부살이를 하는 삯집은 혼살이를 하는 삯집보다 달삯이 높아서 엄두를 안 내었어요. 덧살이집에서는 손수 밥을 짓고 차리는 품이 없다지만, 저는 김치를 비롯해서 못 먹는 밥이 꽤 많습니다. 그저 스스로 밥살림을 헤아리는 조그마한 집이 달삯이 눅고 홀가분했어요. 모둠이로 지낸다면 혼자 용쓸 일이 적습니다. 모둠벗 손길을 받으면 짐을 나를 적에도 한결 수월하겠지요. 틀림없이 모둠살이는 뜻있고 알차며 넉넉해요. 혼살이는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스스로 가다듬으면서 제 몸에 맞는 차림새를 바라보고 돌보는 바탕이라고 할 만합니다. 들머리에서 어느 길로 가면 새롭고 즐거우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처음을 잘 골라야 한다고들 하는데, 첫자락을 엉뚱하게 골랐으면 좀 멀어도 돌아가면 돼요. 돌고도는 길이 퍽 힘들까요? 돌고돌기에 삶을 새삼스레 바라보면서 꽤 재미나게 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반 半 한 달 반 → 한 달 보름 두 배 반 → 두 곱 가운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 → 한 시간하고 더 가는 길 일을 반쯤 하다 → 일을 가운치쯤 하다 종이를 반으로 접다 → 종이를 갈라서 접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 처음이 가운몫이라는데 반팔 → 가운팔 반자동 → 거의 절로 반죽음 → 거의 죽음 반나체 → 거의 벗음 반노예 → 거의 종 ‘반(半)’은 “1. 둘로 똑같이 나눈 것의 한 부분 2. 일이나 물건의 중간쯤 되는 부분 3. ‘절반 정도’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 4. ‘거의 비슷한’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라고 합니다. 이 말씨는 ‘거의·마치·얼마·그저’나 ‘-다시피·-처럼·-같이’나 ‘닮다·비슷하다·같다·똑같다·나란히’로 손볼 만하고, ‘가르다·나누다·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문제 問題 연습 문제 → 해볼거리 / 풀거리 문제가 쉽다 → 풀거리가 쉽다 / 일이 쉽다 / 묻는 말이 쉽다 문제를 풀다 → 풀다 / 풀거리를 하다 환경 오염 문제 → 더럽히는 말썽 입학 지원자의 감소로 존폐 문제가 거론되었다 → 오겠다는 사람이 줄어 두느냐 마느냐를 따진다 문제가 생기다 → 말썽이 생기다 / 사달이 생기다 / 일이 생기다 문제를 해결하다 → 길을 풀다 / 말썽을 풀다 / 일을 풀다 / 걱정을 풀다 문제에 부딪히다 → 고비에 부딪히다 / 걸림돌에 부딪히다 / 걸리다 여간 큰 문제가 아니었다 → 참 큰 일이 아니었다 / 좀 큰 말썽이 아니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 / 일을 일으키는 사람 가치관에 관한 문제이다 → 생각이 다르다 / 생각이 다를 뿐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가정주부’가 아닙니다 말꽃삶 2 살림꽃 저는 집안일을 신나게 맡습니다. 어버이 품을 떠난 스무 살부터 모든 살림을 혼자 했습니다. 그때가 1995년이니 혼살림 자취가 제법 길다고 할 만합니다. 1995년부터 혼살림을 하는데, 이해 가을에 싸움터(군대)에 끌려가요. 사내란 몸이니 끌려갈밖에 없습니다. 요새는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1994년에 경기도 수원에 있는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적에 여러 소리를 들었어요. “자네는 왜 의사 진단서를 안 떼어오나? ○○만 원만 들이면 진단서 하나 쉽게 떼는데, 진단서가 있으면 바로 면제인데, 왜 안 떼어오지? 내가 자네를 재검대상자로 분류할 테니까 떼오겠나?” 하고 묻더군요. 1994년 봄에 ‘장병 신체검사를 맡은 군의관’이 들려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군의관이 척 보아도 면제 대상자이면, 그냥 면제를 매기면 되는데, 왜 목돈을 들여서 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는지’ 알 길이 없더군요. 이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니 우리 어머니 말씀이 “얘야, 거기서 그렇게 말했으면 어머니한테 말하지! 왜 재검을 안 받고 그냥 현역으로 가니! 그 돈이 얼마나 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