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 띠앗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작은아이가 왔다. 볼이 해쓱하고 지쳐 보였다. 목소리도 쉬었다. 묻는 말에 고개를 끄떡인다. 말이 적은 아이인데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느라 목이 부었다. 동생이 쓰던 자리를 열고 짐을 푼다. 나는 손수건 하나 찾아 목에 두르라 하고 꿀물을 탔다. 어릴 적에 워낙 조용해서 아프거나 좋은 일 있어도 그냥 지나칠 때가 있었다. 두 아이 사이에 치여 뒤에만 서던 아이를 잘 헤아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내 몫 집안일까지 잘 챙겨 나는 이따금 일거리를 맡긴다. 오누이가 다투기도 많이 하지만 서로를 감싸안는다. 작은아이가 얼음을 먹고 난 뒤 배가 아픈 일이 있었다. 곁에서 두 시간을 지켜보다가 나아지지 않아 응급실에 갔다. 장염으로 알고 약을 지어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아이는 더 아팠다. 이곳저곳 아픈 자리가 바뀐다더니 먹은 것을 다 게워냈다. 기운이 없어 눕기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를 바라보기 안쓰러워 내가 아프고 싶었다. 맹장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서둘러 아이를 씻기고 이것저것 챙겼다. “큰누나하고 나하고 작은누나 병원에 데리고 먼저 갈게. 엄마는 천천히 챙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 머리카락 작은딸과 함께 거창 출렁다리로 갔다. 돌림앓이 탓에 들머리에서 길을 막는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다. 생각을 모아 30km를 더 달려 수승대로 옮겼다. 둘레길을 걷는다. 강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니 저만치 앞에 가는 그는 전화를 한다. 조금 지나자 작은딸에게 전화기를 건네고 딸은 또 내게 건넨다. 아들 목소리이다. 아들 목소리가 애틋하다. 집에 오고 싶다고 말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제가 클 적에 엄마 아빠가 한 말들이 다 옳았다고 뜬금없이 말했다. 공부하라고 나무라도 나쁘지 않았고 잔소리도 아니었단다. 군대 가더니 참으로 철이 드는가. 철들 때마다 옛일이 떠오른다. 군대 가기 하루 앞서 까까머리를 하고 온 날 크게 웃었다. 군대 간다고 돈 들여 머리하지 말라고 말한 지 보름 만에 머리를 빡빡 깎아 깎더라. 아침에 본 뽀글머리가 저녁에 보니 민둥민둥했다. 머리칼이 아까워서 어떻게 잘랐을까, 겨우 웃음을 참고 슬픈 척했다. 아들은 머리에 마음을 많이 썼다. 여섯 살까지는 짧게 하고 다녔다. 까까머리보다는 조금 길어서 밤톨 같았다. 눈도 초롱초롱하고 그 머리가